“공주님. 은하수는 말이죠, 별고래가 꿈을 싣고 하늘을 건너간 흔적입니다. 배 속에 가득 채워진 꿈을 이뤄주고자 하늘님을 만나러 간 증거인 거죠. 그러니 너무 울지 마세요. 이러다 내일 눈이 퉁퉁 붓겠어요.” “하지만 유모. 선생이 그랬어. 은하수는 눈물로 이루어진 강이라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헤어져 만나지 못해 슬픔만 가득한 별의 강이라고.” “그런
한결 바람이 머리를 스치운다. 따스하고 부드러운 감각. 아이는 자연히 고개를 들었다. 두 눈을 감으면 봄 냄새가 느껴졌다. 이 계절에 존재하는 것들은 무엇이든 상냥했다. 추위를 이겨낸 탓일까, 혹은 이 한 철에 모든 것을 두었기 때문일까. 사아아. 꽃잎이 사각이는 소리가 간지러웠다. 똑똑. 상념을 지운 것은 문을 두드리는 소리였다. 감았던 눈꺼풀을 들어
시간이 흐른다. 순간에 유리된 나를 두고. 이르게 등교해 배정된 반을 확인하고, 텅 빈 교실의 뒷자리에 짐이라 할 것도 없는 가방을 내려놓는다. 조금 있으면 같은 반에 배정된 이들이 들어오겠으나 별로 그들과 마주하고 싶은 기분은 아니었기에 망설임 없이 교실을 나왔다. 인기척 없는 복도는 실내화 끄는 소리마저 선명하여, 하나뿐인 발소리를 이끌고 옥상
야속하게 맑은 날이었다. 1014호의 창문 너머로 어렴풋이 연분홍색이 보였다. 4월 초, 제게는 가까이 다가오지 않는 계절의 흐름이 밖을 물들였다. 이곳에서 시간을 피부로 느끼는 방법은 몇 없었다 - 기껏해야 머리 위에서 불어오는 인공적인 바람이 따뜻한지 시원한지 정도였으니. 커다랗고 미지근한 통 속에서 선도만 겨우 유지하고 있는 기분이라고 할까, 혹은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