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

#유리 #벚꽃 #엇갈림

한결 바람이 머리를 스치운다. 따스하고 부드러운 감각. 아이는 자연히 고개를 들었다. 두 눈을 감으면 봄 냄새가 느껴졌다. 이 계절에 존재하는 것들은 무엇이든 상냥했다. 추위를 이겨낸 탓일까, 혹은 이 한 철에 모든 것을 두었기 때문일까. 사아아. 꽃잎이 사각이는 소리가 간지러웠다.

똑똑.

상념을 지운 것은 문을 두드리는 소리였다. 감았던 눈꺼풀을 들어 올리고 시계를 바라본다. 지금 시간에 올 사람이라면 …. 시선은 자연히 어깨 넘어 문으로 향했다. 한 번의 숨. 창문을 닫고 이어 소리를 낸다. 들어오세요. 미닫이문은 허락의 말과 함께 열렸다. 흰 가운을 입은 이를 필두로 몇몇 인영이 뒤를 따랐다. 제게 인사를 건네는 이들에게 그 또한 가볍게 목례했다. 별일이네.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기울였으나 사람들은 그저 온화하게 웃으며 아이를 바라볼 따름이었다.

“몸은 좀 어떻습니까?”

으레 나오는 상투적인 안부 인사에 아이 또한 익숙하게 대답했다. 나쁘지 않아요. 그 말에 흰 가운을 입은 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입니다. 인물은 걸음을 옮겨 아이에게 다가섰다. 좋은 소식이 있습니다. 그는 얇은 파일 하나를 내밀었다.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시선을 마주쳐오는 아이를 향해 턱짓한 의사는 말을 이었다. 기증자가 나타났어요. 나이대가 비슷하니 적응에도 어렵지 않을 겁니다. 설명을 들으며 아이는 딱딱한 표지를 넘겼다. 가장 먼저 들어오는 것은 기증자의 얼굴이었고.

“아, …….”

일순 숨이 멎었다. 심장이 바닥으로 추락하는 감각. 발밑이 무너져 사라지는 것만 같은 충격. 손끝이 떨린다. 눈 뒤가 뜨거워졌다.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다. 어째서, 라는 물음이 흘러넘쳤다. 울음은 기어코 파도가 되어 나를 삼킨다. 유리창 넘어, 아름드리 벚나무 아래에서 나를 올려다보던 너를 떠올린다. 눈이 부시게 웃던 너는 부서져 흩어지고 말았다. 이 계절에 존재하는 것들은 무엇이든 상냥했다. 추위를 이겨낸 탓일까, 혹은 이 한 철에 모든 것을 두었기 때문일까. 사아아. 꽃잎이 사각이는 소리가 간지러웠다.

카테고리
#오리지널
페어
#그 외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