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이테
R은 손에 들고 있는 카드를 끌어 올려 입을 가린다. 비로소 그는 완전한 가면을 쓴 셈이다. 플라스틱 카드 뒤의 입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J는 알 수가 없다. 손을 뻗는다. 손끝에 눈이라도 달려있는지 검지손가락으로 가볍게 카드의 뒤편을 쓸어본다. R의 눈동자에는 한 치의 흔들림이 없다. 이제는 표정도 잘 감추는구나. 이 정도는 돼야지. 이어지지 않은
어둑한 공간에 금빛 조명이 내려앉는다. 누군가 근처에서 막 뿌려댔는지 코가 아릴 정도로 강한 향수 냄새가 얄팍한 칸막이를 넘나든다. R이 표정을 구긴다. 짙은 녹색 테이블에 들고 있던 카드를 거칠게 내려놓는다. 화내지 마, 맞은편에 앉아 있던 J가 소리 없이 웃으며 그를 달랜다. 하던 게임은 마무리해야지. R은 습관적으로 손을 올려 가면을 만지작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