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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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14

빈 노트 by 이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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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둑한 공간에 금빛 조명이 내려앉는다. 누군가 근처에서 막 뿌려댔는지 코가 아릴 정도로 강한 향수 냄새가 얄팍한 칸막이를 넘나든다. R이 표정을 구긴다. 짙은 녹색 테이블에 들고 있던 카드를 거칠게 내려놓는다. 화내지 마, 맞은편에 앉아 있던 J가 소리 없이 웃으며 그를 달랜다.

하던 게임은 마무리해야지.

R은 습관적으로 손을 올려 가면을 만지작거린다. 두 사람의 얼굴에는 모두 화려한 보석과 깃털로 장식된 반가면이 씌워져 있었다. 칸막이로 구분된 이 작은 공간만이 아닌 이 건물 내의 모든 사람이 쓰고 있을 제각기의 가면, 그것은 이곳의 몇 안 되는 규칙 중 하나였다. 얼굴을 온전히 드러내는 일이 없을 것, 본래 알고 있는 사이라 하더라도 건물에 들어오는 순간 처음 보는 사이처럼 행동할 것. 오직 도박이라는 행위 단 하나에 집중할 수 있기 위한 규칙이라고 누군가들은 말하곤 했다. 사실 모두가 알고 있다. 얼굴의 일부분을 가린다고 해서, 고작 구전으로 전해지거나 종이 한 장에 적힌 몇 문장 따위가 모두를 단단하게 옭아맬 수 없음을.

문장은 어떤 바를 시사한다: 화려한 가면을 껍데기 삼아 자신을 숨기고 행동하라. 이곳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서는 모두가 침묵을 지켰다. 아무도 입 밖으로 내뱉은 적 없는 규칙이건만 어기지 않았다.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면 쥐도 새도 모르게 해결되곤 했다. 소문이 빠르게 사라지거나, 잠잠해지거나, 누구 한 명이 사교계에서 사라진다. 몇 번 반복된 후에는 모두의 기억에 굳게 각인됐다. 여전히 미소 짓고 있는 J를 보던 R이 플라스틱 카드를 집어 든다.

녹색 테이블 중앙에는 짝을 맞추어 버려진 카드가 한가득이다. 두 사람의 손에는 카드가 각각 한 장과 두 장.

두 장 중 조커가 있다.

누구라도 쉽게 예측할 수 있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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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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