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린네 군과 키스를 했다. 어쩌다보니, 홧김에, 실수로. 그런 수식이 어울리는 한심한 입맞춤이었다. 린네 군의 숨결에서는 나마저도 어지러워질 정도의 술 냄새가 배어있었고. 나야 뭐, 린네 군과 달리 멀쩡했지만 피하거나 밀어내지는 않았다. 린네 군의 실수는 나의 기회였다. 술김에도 차마 솔직해지지 못한 어색한 입맞춤에 질척한 키스로 대응한 건 내 쪽이었
곯아떨어진 린네 군을 업고 돌아오는 길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린네 군이 술에 취해 잠들었다는 연락을 받는 것도 이제는 익숙한 일이 되어버렸으니 별수 없었다. 내 어깻죽지에 머리를 처박은 남자가 알콜 섞인 숨을 뱉어낼 때마다 씁쓸한 위액의 냄새가 난다. 한 차례 게워낸 뒤에도 계속 마셨던 걸까. 술도 못 마시는 게 아닌 인간이 뭘 어떻게 했길래 이렇게 될
“맛있게 드세여~!” ……아니. 전언철회다. 이건 이 자식의 문제다. 나는 그냥 휘말린 것뿐이다. 니키자식, 이상할 정도로 사근사근하게 날 대하고 있다. 거기다 이 식탁은 뭐란 말인가. 아무리 오랜만에 먹는 니키의 식사라지만 내가 그 차이를 눈치채지 못할 수는 없었다. 요리의 가짓수부터가 평소와는 달랐던 것이다. 오므라이스에 피자만 해도 이미 충분히 많고
“……엥?” 목을 울린 것은 낯설면서도 어쩐지 익숙한 목소리였다. 몸에 걸친 티셔츠가 이상할 정도로 늘어져있다는 데에서 이미 위화감을 느꼈기에 크게 놀라지는 않았다. 나는 뒷머리를 가볍게 긁적이고는 몸을 일으켜 화장실로 향했다. 익숙한 풍경이 시야가 낮아졌다는 것만으로도 낯설어졌다. 상황은 전부 파악했지만 그래도 눈으로 확인할 필요는 있다. 각오를 굳히고
현관문을 부술 것처럼 열어젖히고 집 안으로 들어선 린네 군은 바로 화장실로 뛰어들었다. 발 끝에 걸려 방 안으로 끌려들어온 린네 군의 운동화는 대충 서로 눌러 벗겨낸 탓에 뒤꿈치가 구겨져 있었다. 한숨을 내쉰 나는 현관을 정리한 뒤 린네 군을 따라 화장실로 향했다. 먼저 도착한 린네 군은 변기를 움켜쥔 채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널찍한 어깨가 구겨지듯 움츠
“너, 괜찮은 거냐?” “엥? 뭔 소리예여?” 멍청한 대답이었지만 내가 린네 군에게 돌려줄 수 있는 말이라고는 그 정도였다. 린네 군 답지 않게 진지한 목소리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답할 말이 생기냐 하면 그것도 아니었으니 어쩔 수 없었다. 내 대답에 린네 군은 아무 말 없이 나를 빤히 바라보다가 나직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힘들면 말하라고 했잖아.” 주변이
니키의 아파트를 나와 조금 걸어가야하는 거리에 심야에나 문을 여는 식당이 있었다. 보통 식사는 아주 먹고 싶은 경우가 아니면 대충 니키에게 만들어달라고 협박하거나 니키가 만든 걸 빼앗아먹곤 했다. 애초부터 절대 1인분만 만들지는 않는 녀석이니 빼앗아먹어도 큰 문제는 못 되었다. 그 녀석은, 많이 먹기도 했지만 애초에 혼자 먹는 것보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식
생일 이벤트가 끝난 뒤에는 유닛 멤버들과 뒷풀이 겸 야끼니쿠를 먹었다. 야끼니쿠를 무한정 먹을 수 있는 타베호다이로 가자고 했더니 코하쿠 쨩이 이벤트 내내 그렇게 먹어놓고 질리지도 않느냐고 웃으며 말했다. 그야, 케이크니 화과자니 달콤한 걸 잔뜩 먹었으면 짭짤한 걸 먹어서 밸런스를 맞춰야 했다. 애초에 영역이 다른 싸움이었다. 아무래도 영역이 달랐던 탓일까
“린네 씨, 결혼한다더만.” 코하쿠 쨩, 간만에 찾아왔다 했더니 냅다 그 이야기부터 꺼낸다. 별로 관심이 있는 화제는 아니었기에 나는 도마 위의 야채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가볍게 대꾸했다. “넹넹, 저두 들었어여~” 린네 군의 결혼 소식을 들었을 때도 그리 놀랍지는 않았다. 린네 군이 어떤 사람과 연애를 하고 있다는 건 진작에 알고 있었다. 린네 군과 나
MDM이 끝났다. 당연하지만 린네 군을 구원한 건 시이나 니키의 몫은 아니었다. 애초에 그 남자와 그렇게까지 끈적하게 얽힌 관계가 되고 싶은 생각도 없다. 나는 그냥 그거다. 린네 군이 가고 싶은 곳에 가면 된다고 생각한다. 가기 싫은 곳에 가지 않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시이나 니키는 린네 군이 가고 싶은 곳에 갈 때 따라가면 된다. 만약 린네 군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나가보니 현관 밖에 린네 군이 서있었다. 분명 스페어키를 줬었는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모르겠다. 린네 군은 내가 문을 열어주고도 한참을 그 자리에 멈춰 서 있었다. 힘없이 떨어트린 시선만이 바닥을 향해있다. 길게 자란 앞머리가 현관의 조명을 가로막아 그의 갸름한 뺨 위로 깊은 그늘을 드리우고 있었다. 나는 린네 군을 올려다보며 씩 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