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ik
곱게 핀 목련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한낮, 남망기는 서한에 놓인 책을 정리하고 있었다. 소란을 몰고 다니는 사람이 더 이상 찾아오지 않는 장서각은 본래의 조용함을 되찾았다. 간혹 불어오는 봄바람에 펼쳐진 책장이 팔락이고, 흐트러짐 없이 가지런하던 남망기의 머리칼도 살며시 흔들렸다. 펄럭이는 책장을 덮은 남망기는 힐끗 창밖을 바라보았다. 장서각에서는 보이지
“이번엔 또 무슨 일이야!” 요란한 당나귀 울음과 함께 들려온 고함에 밤새 소복이 쌓인 눈으로 인해 평소보다 더더욱 고요하던 운심부지처의 평온이 깨졌다. 난실과 장서각에서 자율적으로 학업에 힘쓰고 있던 고소 남씨의 자제와 문하생들은 사찰처럼 숙연한 운심부지처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소음에 어깨를 움찔거리며 서로 시선을 주고받았다. 갑작스러운 소란에 잠시 놀
운몽의 여름은 고소보다 많이 덥다고 하더구나. 남희신은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남잠은 웃지 않았다. 형장의 말대로 운몽의 햇빛은 남잠이 알던 것보다 훨씬 더 뜨거웠다. 높은 산 위 구름 속에 숨은 운심부지처의 여름은 계절이 계절인만큼 덥지 않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운몽처럼 소란하게 덥지는 않았다. 이글거리는 태양과 선명한 색의 연잎 사이로 피어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