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재비
물 위에 떠오르는 것들은 그대로 살아가면 된다 / 대신 가라앉는 것들을 모으면 시가 될까
나는 네가 정말 좋아 너는 내가 알고 있는 사람 중 가장 외롭거든 외로움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를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거든 나는 그게 참 좋아 다치지는 마 네가 오래오래 살았으면 좋겠거든 100살까지 살아서 혼자서 놀 수 있는 방법 몇 천 가지가 있는데 그 중에 효과 있는 건 백 가지밖에 없었다고 그런 서문으로 시작하는 책을 엮어 줘 나한테 따로 편지해 줘
지구 멸망 직전에 우리는 모두 비행기에 타 있었다 사실 개죽음만 면하려고 간 거였지 우리도 모두 죽긴 매한가지 너무 슬퍼서 울었다 창이 넓고 크게 휘어져 있어서 탁 트인 비행선 여행하는 것처럼 구름 위를 날았다 그곳엔 나의 동창들이 있었다 삶의 한 추억 조각처럼 아름답고 조용하지만 마냥 즐거워 보이는 표정의 모두와 셀카를 찍으며 마지막의 마지막 기념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