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케이카
라우드 & 레드베리 페이즈필
비가 오면 전선은 한층 고요하고, 치열해진다. 빗소리 뒤로 감춘 비밀스러운 발소리가 몇이요, 웅덩이에 섞여 흐려진 핏방울이 몇 개인지 셀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높은 나뭇가지 위에 앉아 전황을 살피던 새 한 마리조차 모두 헤아릴 수 없는 혼란이었다. 온 깃털이 척척히 젖어 볼품없이 말라 보이는 새는 그 빛깔만큼은 가시지 않아 온통 화려했다. 붉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