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케이카
라우드 & 레드베리 페이즈필
카페 한구석, 가장 낮고 넓은 테이블과 푹신한 소파가 놓인 그곳은 오래 머물고 싶은 단체 손님이 애용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지금은 오픈 전이었기에 텅 빈 자리는 레드베리의 차지가 되었다. “질려어어어어어….” 소파 위 쿠션 더미에 머리를 처박은 레드베리가 앓는 소리를 냈다. 앵무새 형태였다면 아주 푹 파묻혀 보이지도 않았을 텐데, 인간의 모습으로
비가 오면 전선은 한층 고요하고, 치열해진다. 빗소리 뒤로 감춘 비밀스러운 발소리가 몇이요, 웅덩이에 섞여 흐려진 핏방울이 몇 개인지 셀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높은 나뭇가지 위에 앉아 전황을 살피던 새 한 마리조차 모두 헤아릴 수 없는 혼란이었다. 온 깃털이 척척히 젖어 볼품없이 말라 보이는 새는 그 빛깔만큼은 가시지 않아 온통 화려했다. 붉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