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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시올리] 학생회장님 찾기

1천자 챌린지_1

답지않게 빠르게 눈을 굴렸다. 지나가는 애들이 자신을 놀란듯 쳐다보았으나 케시는 아랑곳않고 복도를 성큼성큼 걸어다녔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어지러운 노래소리에 더욱 집중이 안된다.

“하….”

답답함에 머리를 벅벅 긁어댔다. 올리빈이 보이지 않는다. 학교 축제날이니 가장 바쁜 학생회장님이겠지만 학교 전체를 뒤져도 보이지 않는다니. 정오부터 내리 찾아다녔는데도 머리카락 한올 본적이 없었다. 피곤함이 몰려왔다. 오늘이 아니면 내일 만나면 되겠지, 축제가 끝나면 여유가 있을테니까.

‘축제준비로 바빠서 당분간 못 만날 것 같아….’

아쉬움 가득한 표정에 평소처럼 담담히 긍정의 대답을 짧게 보낸 것도 일주일. 오늘이 아니면 내일, 그것도 아니면 내일모레. 그렇게 생각한 것도 일주일. 막연히 홀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정도가 있는거다. 남들이 들으면 그 케시(놈)이 고작 일주일 만나지 않았다고 눈에 불을 키고 회장을 찾아다닌다고? 생각하겠지만 좋아하니까 보고 싶으니까 사귀는거 아닌가. 나를 뭘로 보는건지….

“아…올리빈 방금 안내방송 끝내고 나갔는데.”

“응? 육상경기 도와줘야 한다고 체육관으로 가던데?”

“캠프파이어 준비 때문에 학주한테 불려갔어. 야, 근데 너 진짜 참가 안할거냐?”

저녁 드라마의 황당한 연출처럼 간발의 차이로 계속 놓치는 애인에 케시는 결국 옥상에 드러누웠다.

“학우 여러분께, 안내 말씀드립니다. 약 2시간 뒤, 오후 6시에 캠프파이어를 시작할 예정이니 모든 학우 여러분께서는 5시 30분까지 축제를 즐기시고 정리하시길 바랍니다.”

올리빈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케시는 다시 상체를 들어 운동장을 바라보았다. 남은 곳은 한 곳, 담력훈련 한다던 뒷산이었다. 어째서라는 단어보다 혹시나라는 단어가 먼저 떠올랐다. 보고픔에 이성이 마비된 것 같았다. 찌릿찌릿할 정도로 충격을 안겨줘야 정신이 들텐데 그의 충전기는 어디서 무얼하는지….

“혼자 참여 하시나요?”

“네.”

“지도 받으시고, 마지막 지점에 작은 정자가 있는데 거기서 도장을 찍으시고 돌아오시면 돼요.”

“네.”

입구에 들어가 몇 발자국 옮기기도 잠시 조악하게 피를 묻힌 좀비 하나가 불쑥 튀어나왔으나 케시는 그저 살짝 옆으로 비켜선 채 걸음을 옮겼다. 올리빈이 아니었다. 늑대인간, 팔척귀신, 자유로귀신에 팔꿈치로 걸어다니는 해괴한 귀신까지 다양하게 발걸음을 제지하려 했으나 싱거운 케시의 반응에 되려 무안해진 귀신들이었다.

쾅- 지도 위에 도장을 찍는 소리가 작은 정자 안에 울려퍼졌다. 결국 이곳에서도 올리빈은 없었다. 케시는 찢어지게 하품을 했다. 이젠 정말 피곤했다. 누군가 뒤에서 다가오는 것도 눈치채지 못할 만큼.

“도와주세요…아이를…잃어버렸어요…”

“음?”

“아이가…사라져,”

“올리빈?”

“…”

케시는 휴대폰의 손전등을 켜 바닥을 질질 끌고도 남을 긴 머리 귀신을 향해 갖다대었다.

“케시…?”

기다란 머리카락 사이에서 나온 올리빈의 커다란 눈망울과 짙게 덧칠된 붉은 입술. 하루종일 아니 어쩌면 일주일 내내 찾아다녔던 애인이 귀신이 되어 나타나다니 웃음이 새어나왔다.

“학생회에서 준비한거라 빠질 수 없었어.”

언덕 위 벤치에선 학교가 잘 보였다. 한창 캠프파이어 중인지 활활 타오르는 연기가 바람을 타고 멀리 사라진다.

“녹색머리의 귀신도 있나?”

“다들 신비로워 보인다고 했는걸. 이상해?”

잘 어울린다고 해야하나 말아야하나. 케시는 말 없이 싸구려 녹색의 가발을 단정히 정리해주곤 올리빈과 눈을 맞추었다. 달은 구름에 가려졌는데 네 눈은 별이 가득 들어찼구나. 그 모습이 꼭 금새 사라질 요정 같아서 케시는 입을 다물었다. 다시는 내 눈 앞에서 사라지지 않길 가만히 빌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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