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마사 K씨는 분명 친절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 기질이 어디 안 가는지 자식을 거쳐 손자까지 닿으니 케시의 무뚝뚝한 성격은 선천적일 수 밖에 없었다. 그는 죽기 직전까지 제 업을 포기하지 않고 아침만 되면 앉은뱅이 나무 탁자 앞에 앉아 붉은 글씨로 부적을 써 내려갔다. 케시는 그가 흙으로 돌아가기 전의 말을 떠올렸다. 내 죽거든 남은 부적은 모조리 태우고,
쨍한 하늘 탓에 눈 뜨기가 힘들다. 케시는 숙였던 허리를 쭉 펴 잠깐의 기지개를 하였다. 저와 똑같이 방울토마토를 따던 올리빈의 밀짚모자가 눈에 들어왔다. 연고없이 그저 저를 따라 구석진 시골에 온 것도 모자라 고된 과수원 일을 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 케시는 늘 미안함을 느꼈다. 올리빈은 자신이 힘이 세니 분명 도움이 될거라며 웃었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 있
이혼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케시는 긴 한숨을 쉬다 ‘그냥 내탓이야.’라고한 반면 올리빈은 웃으며' ‘그냥 그렇게 됐어.’라고 얼버무렸다. 그러곤 생각했다. 애초에 국가를 위해 몸을 바쳐야 하는 비밀요원 신분으로 사랑놀음은 무리였다고. 아련하고 그립고 때로는 추억에 젖어 청승이라도 부리는 그런 생활이 지속될 줄 알았다. 지금처럼 아파트에서 서로의 짐을
답지않게 빠르게 눈을 굴렸다. 지나가는 애들이 자신을 놀란듯 쳐다보았으나 케시는 아랑곳않고 복도를 성큼성큼 걸어다녔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어지러운 노래소리에 더욱 집중이 안된다. “하….” 답답함에 머리를 벅벅 긁어댔다. 올리빈이 보이지 않는다. 학교 축제날이니 가장 바쁜 학생회장님이겠지만 학교 전체를 뒤져도 보이지 않는다니. 정오부터 내리 찾아다녔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