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시올리] 방울토마토

1천자 챌린지_7

쨍한 하늘 탓에 눈 뜨기가 힘들다. 케시는 숙였던 허리를 쭉 펴 잠깐의 기지개를 하였다. 저와 똑같이 방울토마토를 따던 올리빈의 밀짚모자가 눈에 들어왔다. 연고없이 그저 저를 따라 구석진 시골에 온 것도 모자라 고된 과수원 일을 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 케시는 늘 미안함을 느꼈다. 올리빈은 자신이 힘이 세니 분명 도움이 될거라며 웃었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공부를 하거나 동생들의 머리를 쓰다듬는 그 고운 손은 나날이 거칠어지더니 이젠 푹 찌는 여름에도 로션을 발라야 했다. 끈적이는 건 땀에 젖은 살갗만으로도 과분할텐데 올리빈은 투정 없이 케시의 손에 자신의 것을 맡겼다.

보름달보다 둥근 것이 빨갛게 잘 익어 탐스러웠다. 올해 토마토는 풍년이다. 날카로운 눈썰미로 예닐곱개를 한 손에 담아 파라솔 아래에서 물을 마시고 있는 올리빈에게 다가갔다.

"자."

수건으로 먼지를 닦고 꼭지를 따서 건네니 올리빈은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방금 손 씻고 로션을 발랐어. 테이블에 놓아줘. 이따가 먹을게."

땀이 송글송글 맺힌 녹색의 머리카락, 강한 햇빛에 달아오른 얼굴. 토마토보다 더 토마토 같다. 케시는 토마토를 하나 집어 올리빈의 입에 넣어주었다. 엄지손가락에 살짝 닿은 입술이 부드러웠다. 맛있다며 웃는 얼굴에 미소로 화답 후 집 방향으로 고갯짓을 했다.

"먼저 들어가."

"걱정 안해도 돼, 아직 더 할 수 있어."

땀을 흘리며 더운 숨을 내뱉고도 고집을 부리는 올리빈이었다. 케시가 한 숨을 쉬며 단호하게 말했다.

"...올리빈."

"선생님."

선생님, 단 세글자에 케시의 커다란 몸이 움찔거렸다. 

'더 할 수 있어요, 하게 해주세요.'

'선생님, 아...'

'아프지 않아요. 좋아서 한거예요.'

오늘처럼 햇살이 올리빈의 얼굴을 쓰다듬고 바람이 머리카락을 간질이던 시절이 케시의 뒷머리를 잡아당겼다. 분명 옳은 선택은 아니었다. 올리빈은 제 눈을 피하는 케시의 얼굴을 잡고 입을 맞추고 입술을 깨물어 혀를 섞었다.

"나...할 수 있어."

올리빈은 제 남편의 손을 이끌어 조금 부푼 배에 갖다 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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