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시올리] Last dance

1천자 챌린지_8

퇴마사 K씨는 분명 친절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 기질이 어디 안 가는지 자식을 거쳐 손자까지 닿으니 케시의 무뚝뚝한 성격은 선천적일 수 밖에 없었다. 그는 죽기 직전까지 제 업을 포기하지 않고 아침만 되면 앉은뱅이 나무 탁자 앞에 앉아 붉은 글씨로 부적을 써 내려갔다. 케시는 그가 흙으로 돌아가기 전의 말을 떠올렸다. 내 죽거든 남은 부적은 모조리 태우고, 네게 준 부적은 꼭 몸에 지니고 다니라며 당부했다. 부적을 집어삼킨 연기는 하늘 위로 올라가고 세상에 유일하게 남은 K씨의 부적은 아직 어렸던 케시의 손에 펄럭이고 있었다. 부적에는 姫이라는 글자가 적혀져 가족들은 그것이 주변 음기를 누르는 용도로 자연스럽게 생각했다. 장마와 습기 탓에 접힌 자국이 조금씩 찢어지기 전까지는 그랬다. 처음에는 몸에 한기가 돌더니 점차 가위가 눌려 종국에는 기어코 사람이 아닌 것까지 나타나 잠을 방해하였다. 보통 놈이 아니던 그것은 나흘이고 일주일이고 침대 옆에 앉아 동이 틀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차라리 원통하다며 곡이라도 내는 쪽이 더 편할듯 싶었다. 그것의 얘기를 듣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유난히 피곤했던 새벽, 거슬리는 존재에 케시는 ‘용건이 있으면 하고, 아니면 사라져.’라며 잠이 묻은 목소리를 내었고 그것은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다. 기분나쁜 쇳소리가 듣기 나빴으나 적응하니 그의 목소리는 꽤 살아있는 사람같았다.

올리빈, 그것은 과거 폭군 아래에서 춤을 추던 무희였다. 억울하게 사형을 당하고 제 연인과는 발을 못 맞춘 한이 깊어 구천을 떠돌고 있다는 뻔한 이야기였다. 올리빈은 본의 아니게 케시의 불면증을 유발한 것에 사과를 하며 성불하는 조건으로 춤을 요청하였다. 케시는 귀신의 손을 잡고 허밍소리에 맞춰 발을 옮겼다. 한걸음, 빙돌고 다시 한걸음. 어렴풋하게 붉은비단과 금실장식이 보이다 사라졌다. 환각인가 전생인가 잠시 발을 멈추니 어느새 올리빈의 입술이 케시의 입술을 살며시 포개었다. 아득해지는 시야 너머 찢어진 부적 조각이 창문 밖 대보름달 속으로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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