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밥
ㅇㅇ X 에이트
고요한 아침, 에이트는 부드러운 베개에서 머리를 떼어 낸다. 반쯤 떠진 눈으로 시계를 바라보며 침대에 고정되어 있다가 머리를 왼오로 몇 번 흔들곤 일어서서 기지개를 켠다. 끄응... 이리저리 뻣뻣한 몸을 움직이다 빨간색 점과 잇자국으로 점철된 피부를 확인하고 저를 이렇게 만든 원인을 쳐다본다. 그는 아직 세상 두려울 거 없이 달콤한 잠에 빠져있다. 에이트는 그의 머리카락 사이로 손을 넣어 부드러운 촉감을 느끼다가 사랑스러운 눈두덩이에 입술 도장을 찍고 일어나 조용히 방 밖으로 나간다.
아직 자고 있으니깐 천천히 아침 만들어야 겠다 화장실에서 졸음과 여러 가지를 물로 씻어 내린 뒤, 냉장고 앞으로 몸을 옮긴다. 냉장고 안에서 시원한 냉기와 함께 여러 식자재가 에이트를 맞이해 주었으나 그에 눈에 들어온 건 달걀, 로우쏭, 딴빙 반죽 피 뿐이다. 식사는 딴빙으로 하고... 허리를 펴고 냉동고 문을 열어 블루베리와 얇게 썰려진 무, 파를 꺼낸다. 간단하면서 오래 걸리는 건 무떡만한게 없지.
에이트는 무와 블루베리를 적당히 그릇에 덜어 전자레인지에 넣었다. 전자레인지가 그것들을 해동하는 동안 나머지 재료들을 준비한다. 보육원에서 지낼 땐 항상 남겼는데 이제는 내가 직접 만들어 먹네. 커튼 사이로 고개를 내민 햇빛에 시선을 고정한 채 어린 시절을 추억한다. 원장님이 만든 맛없는 무떡의 맛, 나비를 잡으려다 넘어져서 울면서 선생님을 불렀던 일, 제가 그린 그림을 받았을 때 드러나는 동생들의 미소 등등 다양한 추억이 있다. 그렇게 과거의 기억을 타고 올라가다 생각난 첫 키스 상대의 이름을 떠올리려는 순간 띵 하는 소리와 함께 보잘 거 없는 기억은 지워진다. 에이트는 자신이 만든 무떡을 먹는 연인의 상상으로 머릿속을 채운다. 콧노래를 부르며 그릇을 꺼내 식탁에 둔다. 어젯밤의 에이트보다 뜨거워진 무를 식히기 위해 에이트는 젓가락으로 무를 몇 번 뒤적이다 개수대로 가서 물기를 짜낸다. 샤워하고 수건으로 물기를 털어낸 머리카락처럼 된 무를 다시 그릇에 옮기고 블루베리와 찹쌀가루, 전분, 설탕, 참기름을 넣고 섞어준다. 그리고 찜 그릇에 꼼꼼히 기름칠하고 반죽을 옮겨 담는다. 그릇을 찜기에 넣고 불을 켠 뒤 타이머를 15분으로 맞추면 끝이나 다름없다.
이제 세상에서 제일 맛있고 간단한 딴빙만 남았다. 딴빙은 주먹밥처럼 내 맘대로 내용물을 바꿀 수 있어서 좋단 말이지. 아니다, 주먹밥이 딴빙 같은 건가? 꼬르륵 아~ 온몸이 밥을 내놓으라고 아우성치고 있잖아. 어쩔 수 없네. 에이트는 냉장고에서 휴식을 취하던 달걀 두어 개와 치즈, 베이컨을 꺼낸다. 침대에 있는 잠꾸러기도 분명 배고플 테니까 많이 만들어야지. 커다란 그릇에 달걀 5개를 넣고 거품기를 사용해 노른자와 흰자가 화합이 되도록 힘껏 저어준다. 몇 번 젓지도 않았는데 힘이 빠지기 시작한다. 에이트는 어젯밤에 한 섹스의 여파 때문이라며 운동을 해야 한다는 몸의 요청을 애써 무시하고 마저 달걀을 젓는다.
흰자가 눈에 안 보이게 될 때 즘 거품기를 개수대에 두고 가스레인지 위에 프라이팬을 올리고 불을 킨다. 프라이팬에 해바라기씨기름을 얇게 펴 바르고 열심히 휘저은 달걀을 국자로 퍼서 붓는다. 그 위에는 딴빙 반죽 피를 올리고 어느 정도 익혔다 재빨리 뒤집는다. 에이트는 탄 부분 없이 샛노란 달걀을 보고 뿌듯함을 느끼다 정신 차리고 중앙에 로우쏭 뿌리고 말아준다. 뒷면은 조금 타버렸다. 이건 내가 먹어야겠다... 다음 건 제대로 만들어야지! 약간 실패한 딴빙을 평평한 그릇에 놓고 다시 프라이팬에 해바라기씨기름을 뿌린다. 이번엔 베이컨을 먼저 올려 익힌 뒤 달걀을 붓고 반죽 피를 올린 뒤 뒤집어서 가운데에 치즈를 뿌린다. 치즈가 열에 의해 누그러지는 순간 말아버린 덕분에 이번엔 탄부분 없는 딴빙이 완성됐다. 완벽한 딴빙 완성! 좋아, 이 기세를 이어서 나머지도 완벽하게 만들어서 방에 있는 잠꾸러기에게 만족스럽고 배부른 식사를 하게 해줘야지. 그런 다음에는.. 흐흐 에이트는 글쓴이가 묘사할 수 없는 온갖 추잡한 상상을 하며 다음 딴빙을 만들려고 한다.
하지만 그 순간 그의 뒤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감각에 그대로 고개를 돌린다. 에이트의 눈에는 아직 잠에서 덜 깬 그의 연인이 들어온다. 그는 에이트의 어깨에 얼굴을 대고 웅얼거리고 있다. 에이트는 귀여운 연인의 행동에 참지 못하고 그의 머리에 뽀뽀를 한다. 17번 정도 뽀뽀를 하자 그는 고개를 오른쪽 돌려 에이트와 눈을 마주 본다. 그러면 에이트는 웃으면 말한다.
좋은아침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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