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짧은 글

그냥 상호가 자다가 먼저 일어나서 종수 얼굴 보고 만짐

창작공간 by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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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헝!

요란한 소리와 함께 기상호는 눈을 뜬다. 눈을 뜨자 보이는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다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려 커튼 사이를 지나 들어온 햇빛을 바라본다. 빛의 색을 보니 적어도 새벽은 아닌 듯했다. 시간을 대충 가늠한 기상호는 왼쪽으로 고개를 돌려 아직 잠의 세계에 빠져있는 최종수를 구경한다. 예전에 그는 잠이 들기 전에 핸드폰으로 자신에 관한 남들의 비판을 가장한 비난들을 보다가 불면증에 좋은 음악을 들으며 자는 습관이 있었다. 하지만 기상호와 동침하게 되면서 늦어도 12시에는 자야 한다는 그의 지론으로 인해 최종수의 핸드폰은 그의 옆 협탁으로 유배당했다. 대신 기상호는 최종수가 잠이 들 때 까지 인터넷에서 본 쓸데없는 정보를 말하곤 했다. 최종수는 그가 하는 말들을 반박하기 위해 그의 말을 더 잘 들을 수 있도록 기상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잠이 들기 전 침대에서 대화하는 시간이 하루마다 조금씩 쌓여서 100시간을 채우게 됐을 때, 최종수의 수면 자세는 정자에서 기상호를 향해 기울어진 자세가 되었다.

덕분에 기상호는 고개만 돌려도 그의 얼굴을 볼 수 있다. 최종수는 얼굴이 잘 붓는 편이다. 물론 그만큼 잘 빠지기도 해서 세수하고 물 좀 마시면 금방 원상태로 돌아온다. 그래서 그의 부은 얼굴은 먼저 일어나지 않으면 보기 힘들다. 기상호는 애교살을 바라보며 가장 무방비한 상태에서도 아름다운 자신의 연인에게 감탄했다. 잘생겼으면서 이쁘다는 말이 잘 어울리는 얼굴이다. 이런 유전자의 축복을 받은 얼굴을 못 보게 될 미래인들에게 잠시 미안한 마음이 들었으나 최종수가 저를 좋아하게 된 거 또한 유전자가 선택한 거니 어쩔 수 없는 거라는 엉뚱한 결론을 내리고 그의 눈두덩이에 쓰다듬는다. 최종수는 갑작스러운 접촉으로 몸을 움찔거린다. 아마 곧 눈을 뜰 것이다. 기상호는 손을 옮겨 부드러운 먹구름을 어루만진다. 어릴 적에 상상해본 양털의 감촉과 비슷하다.

그 때는 잠이 오지 않으면 양을 셌다. 상상력이 풍부한 기상호의 머릿속에선 그러다가 꼭 검은 양이나 늑대가 튀어나와 늦게까지 잠을 못 자기도 했다. 그렇게 되면 검은 양이 가득한 곳에 누워 잠을 자는 상상을 했다. 한 번도 양을 본 적이 없으면서 멋대로 양의 털이 어떨지 생각하며 잠이 들었다. 가장 좋아했던 인형을 만지면서 양털을 이러할 것이라 한 적도 있고 짝사랑했던 아이에게 지어줄 목도리의 실뭉치를 만지면서 양털은 이러할 것이라 한 적도 있다. 그것들은 지금도 기상호의 본가에 남아있다. 애정이 남았다긴 보단 어쩌다 치우지 않은 것에 가깝다. 언젠간 버려질 것이다. 기상호는 진짜 양털을 만져 본 적이 없다. 아마 영원히 안 만져볼 수도 있다. 그는 진짜 양털을 만져보는 거 보다 최종수의 머리카락을 만지는 것에 관심이 있다. 그와 헤어지지 않는 이상 계속 그럴 것이다.

겹쳐져 있던 속눈썹 사이가 벌어지고 그 안에 있던 검은 눈동자가 보이기 시작한다. 몽롱한 상태로 기상호와 눈을 마주친 최종수는 그의 손이 어디로 가 있는지 알지만 지적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하라는 듯이 비빈다. 그에 따라 마음속에서 행복이 차오른다. 기상호는 표정으로 행복을 내보였다. 그리고 자신의 연인에게 말한다.

잘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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