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좀 멀리 나온 것 같다. 익숙한 거리를 벗어난 지 5일이 지났을 때, 진재유는 인정했다. 현실을 받아들인 것에 가까웠다. 돌아가는 데 생각보다 시간이 더 걸릴지도 모른다. 진재유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희게 구름이 낀 것이 조만간 눈이 올 것 같다고 생각했다. 눈 내리기 전에는 드가야 하는데. 진재유가 뒷목을 문질렀다. 피부에 닿는 제 손이 차다.
며칠 내도록 골머리를 썩였던 출장이 결국엔 끝났다. 오래 앓던 사랑니를 빼 버린 듯 후련하고도 미묘하게 찝찝한 기분이 남았다. 오늘은 쉬고 내일 출근해요. 역에서 헤어지며 상사는 인사말의 끄트머리에 그렇게 건조하게 덧붙였다. 평소처럼 생색내며 말하기에는 그도 진이 다 빠진 모양이었다. 진재유는 대답 대신 꾸벅 고개 숙여 인사했다. 아침 기차를 타고 올라온
텅, 하고 농구공이 체육관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사선으로 튀어 오른 농구공을 흰 손이 잡아챈다. 전조도 없이 휙 던진 슛이 매끄럽게 림을 통과했다. 깔끔한 포물선의 궤적을 눈으로 좇은 성준수가 터벅터벅 걸어 들어왔다. 조명이 비추는 실내, 가장 외곽에 그려진 하얀 선을 넘어서면 환한 불빛이 머리카락 위로 쏟아진다. 빛 아래 있는 그를 본다. 성준
7대운동, 가비지타임 배포전, 9디페에 참가했던 회지 <서운한 점을 말하지 않으면 나갈 수 없는 방> 의 웹발행본입니다. 웹 업로드용으로 문단 공백을 수정했으며, 그 외 내용상 달라진 점은 없습니다. 포스타입에도 같은 글이 올라와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연인 관계의 대부분은 충동으로 이루어지는 것 같다고, 성준수는 생각했다. ◇ 준수가 믿을 수 없
* 쟁준 AU 게스트북 <luck out!> 에 참여했던 작품입니다. * 업로드 규격에 맞춰 문단을 일부 수정하였습니다. * 그 외 맥락에 맞춰 내용을 일부 수정하였습니다. (젠더프리->브로맨스 표기, 단어에 맞춘 성준수 대사 수정) * 수정 외 원고 추가는 없습니다. 그러니까 그냥, 동아리 하나일 뿐이다. 제대로 된 무대 장치도 없고, 연극영화과 학생
끔찍한 꿈을 꿨다. 그날이 반복되는 꿈. 정신을 차려보면 코트 위, 공을 잡고 있다. 그러다 갑자기 힘이 빠진다. 어깨에서 시작된 고통이 팔을 타고 손끝으로 전해진다. 감각이 사라진 손으로 지끈거리는 머리를 짚자 열이 오른다. 비틀, 다리가 휘청이고 그대로 쓰러진다. 바닥이 차갑다. 가지 않은 길 w. 오준 헉 소리를 내며 준수가 잠에서 깨어났다. 주
[공사중. 출입금지] 문에 붙은 종이를 노려보던 준수가 말했다. “...오늘도 어디 갈까.” 재유가 고개를 끄덕였다. 둘은 발걸음을 옮겨 학교 밖으로 향했다. 버스정류장에 앉아 올려다본 하늘은 화창했다. 밴드 w. 오준 체육관 보수 공사가 예정보다 길어졌다. 며칠만 기다리면 다시 체육관이 열릴 거라는 기대와는 다르게, 벌써 엿새째 코트를 밟지 못했다.
등 뒤로 문이 닫혔다. 시끌벅적한 소리를 내며 부원들이 숙소를 나섰다. 조용히 좀 하라며 준수가 경고했고, 재유는 그런 준수의 옆에 서서 헤드셋을 꼈다. “아, 차가.” 차가운 물방울이 툭 하고 떨어졌다. 진원지를 찾아 주위를 둘러봤으나 물이 튈 만한 곳은 없었다. 착각인가 싶어 준수가 다시 앞을 바라보자, 이번엔 손등에 물을 맞았다. “비 온다.” 재유가
재유, 주말에 갈 거지? 전화를 받자마자 준수가 이렇게 물어왔다. 재유는 몇 초 고민하는 듯 신음하더니, 가겠다고 했다. 그러자 준수가 그래, 그때 봐. 하고 말을 이었다. 오랜만에 옛 지상고 농구부원들이 모두 모이는 술자리였다. 싸라기눈 W. 오준 날이 좀 풀리나 했더니, 귀신같이 다시 추워진 공기에 준수가 몸을 떨었다. 평소 날씨를 생각하고 코트를
태양이 높이 뜬 낮, 교실로 들이치는 햇빛에 준수가 눈을 떴다. 습관적으로 시계를 본 준수가 아직 점심시간이 되긴 멀었다는 걸 확인하고는, 다시 책상에 엎드리려 자세를 잡았다. 팔에 얼굴을 묻고 잠들려는 그때, 준수의 오른쪽 팔꿈치에 무언가 닿는 것이 느껴졌다. 책상 모서리 끄트머리에 간신히 걸친 물건이었다. ‘...?’ 다시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그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