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준

밴드

쟁준 재유준수 / 1주차 챌린지인 <무지개>의 후속이나, 전편을 보지 않아도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오른쪽 준수 by 오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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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중. 출입금지]

문에 붙은 종이를 노려보던 준수가 말했다.

“...오늘도 어디 갈까.”

재유가 고개를 끄덕였다. 둘은 발걸음을 옮겨 학교 밖으로 향했다. 버스정류장에 앉아 올려다본 하늘은 화창했다.

 


밴드

w. 오준


체육관 보수 공사가 예정보다 길어졌다. 며칠만 기다리면 다시 체육관이 열릴 거라는 기대와는 다르게, 벌써 엿새째 코트를 밟지 못했다. 나흘째 되는 날 부원들 몰래 동네 길거리 농구코트에서 몇 번 공을 튀겨보았지만, 그걸로는 만족이 되지 않았다. 일단 평소 하던 것보다 훨씬 더 몸을 사려야 하기도 했으니까. 현성과 인진은 지연되는 일정에 근처 갈 만한 농구장이나 체육관이 있나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러는 동안 부원들에게는 휴가가 주어졌다.

일 학년들이야 자유를 만끽했고, 재유와 준수도 처음에는 즐겼다. 같이 영화를 보러 나갔다 오기도 했고, 다음 날은 숙소에 온종일 눌러앉아 달콤한 휴식을 즐겼다. 그러나 매일 공을 튀기며 뛰어다니던 소년들은 갈 곳 없어진 에너지를 다스리는 게 슬슬 힘에 부쳤다. 휴가 세 번째 날 일 학년들이 숙소에서 밤늦게까지 장난을 치다가 준수에게 한 소리를 듣기도 했고, 다섯 번째 날에는 묘하게 가라앉은 숙소 분위기에 현성이 진땀을 빼기도 했다. 또한 학교 수업을 첫 교시부터 마지막 교시까지 다 듣는 것 역시 고역이었다. 몇 번 들어본 적이야 있지만, 평소 몸에 익은 습관은 점심시간까지 듣고 운동하러 가는 것이었으니까.

 

“어디 갈 건데? 오늘은.”

“니 혹시 공연 보는 거 좋아하나.”

공연? 뜬금없이 튀어나온 단어에 준수가 고개를 갸웃했다.

“뭐 대단한 건 아이고, 그냥 길거리 공연 하나 볼까 싶어서.”

“아는 가수라도 있어?”

“가 보면 안다.”

마침 버스가 도착했다. 준수는 재유가 이끄는 대로 버스에 타고, 내리라는 곳에서 내리고, 걸으라는 대로 걸었다. 그러자 어느 광장이 나왔다. 부원들이 휴일에 자주 놀러 간다는 그곳이었다.

“여기서 한다고?”

“어어. 저 앞에 있다.”

재유가 가리키는 곳을 보니, 사람이 동그랗게 모여 있는 곳이 있었다. 그 가운데에는 어떤 밴드가 악기를 세팅하고 있었다.

“보자는 게 밴드였네?”

“맞다. 내가 좋아하는 밴드다. 오늘 여서 공연한다고 공지 올라왔거든.”

준수의 키 탓에 너무 앞자리는 갈 수 없었다. 적당히 뒷자리에 자리를 잡고 몇 분이 지나자 보컬이 마이크를 잡고 인사를 했다. 주변 소음 탓에 팀 이름을 제대로 듣지 못했지만, 별문제가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곧 드럼 소리와 함께 음악이 시작되고, 첫 곡은 준수도 알 정도로 무난하게 유명한 노래였다.

“잘한다.”

“그제.”

곡이 계속되고, 잠시 쉬는 시간을 가진 후 다시 마이크를 잡은 보컬이 조금 긴장한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다음 곡부터는 저희가 직접 쓴 곡입니다. 사실 자작곡을 공연하는 건 처음이거든요. 아... 그래서 조금 긴장되는데... 열심히 하겠습니다. 들어주세요!”

이어지는 음악은 시작부터 그동안 했던 곡들과 분위기가 확 달랐다. 신나고 밝은 음악만 했던 전과는 달리 조금 음울하다고 느껴지는 음악은, 놀랍게도 준수의 취향에 확 맞아떨어졌다. 조금 삐딱하게 서 있던 준수가 자세를 바로 하자, 재유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이거 좋다.”

준수가 작은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재유는 대답하는 대신 준수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멜로디뿐만 아니라 가사도 좋았는데, 십 대 때의 두려움과 도전을 노래하는 내용이 현재 준수에게 확 와닿았다. 몇 분이 지나자 노래가 끝났고, 밴드도 공연을 마무리했다.

 

돌아오는 길, 준수는 계속해서 귓가에 맴도는 멜로디를 흥얼거렸다.

“준수, 그 밴드 이름이 뭐라 그랬지?”

“니 아까 못 들었나.”

준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대답해 주려던 재유는 잠시 멈칫하더니,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냥 알려주긴 좀 섭하고.”

“야.”

“다음에도 내랑 같이 공연 보자. 약속하면 내 알려주께.”

공연을 보러 돌아다니고, 버스킹을 들으며 감성에 젖는 건 준수의 취향이 아니었다. 그래서 준수는 고민했다. 그러나 오늘처럼 좋은 곡과 밴드를 또 만날 수도 있는 일이었다. 밴드의 이름이 궁금하기도 했다. 그리고, 재유가 너무나도 좋아했다. 같은 취미를 공유하는 친구가 있다면 역시 좋겠지. 결국 준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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