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상] 아이돌의 남친이 덕질하는 대상

아이돌 종수 X농선 기상호. 기상호가 박병찬을 덕질합니다.

가비지타임 by 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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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에 대해 무지합니다.

약 6000자.

기상호. 농구선수. 과거 지상고에서 6명의 선수로 쌍용기 우승을 거며쥔 후 큰 이목을 끌고 실력 좋은 신입생들도 많이 들어 왔다. 3학년까지 착실히 -항상은 아니였지만 준우승과 우승 실적을 올렸고, 꽤 괜찮은 대학에 들어갔다. 지금은 프로 농구를 준비하고 있는 상태.

특이점, 최근 덕질에 빠짐. 좌우명. 좋아하는 것 없이 살 수 없다.

최종수. 기상호의 남친이다. 어릴때 부터 부모님을 따라 연예계 데뷔를 희망해 왔다. 어릴때는 아역배우활동, 중학생 때부터 대형 소속사에 들어가 연습생 생활을 해왔다. 그 후 데뷔하고 타고난 재능과 준수한 외모로 팬들을 끌어 모았으며 현재 탑급 아이돌.

그러나 휴식기라 기상호와 즐겁게 염장질을 하.....려 했다.

하지만 대차게 실패 했으며, 그리하여 지금 최종수와 기상호가 왜 이러고 있느냐 하면.

"야. 이번에 난 열애설 ,"

"햄, 이번에 병찬햄 싸인 좀!"

"뭐 씨발?"

기상호는 그저 최종수에게 박병찬 싸인을 뜯어 내고 싶었을 뿐이다. 왜냐고? 기상호는 박병찬의 열렬한 팬이니까. 근데 이번에 박병찬이랑 최종수가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한다는데.

최종수는 최근에 열애설이 터졌다. 당연히 기상호가 그 얘기를 하려고 부른 줄 알았다. 최종수는 며칠 전부터 그에 대한 해명을 하려고 머리를 싸매고 있었다.

"이,이번 스케줄 병찬 햄이랑 겹치시던데요.."

"그러니까, 지금. 그 얘기 하려고 부른거야?"

최종수는 최대한 끓어 오르는 화를 억누르며 말 했다.

참자. 참자...

".이번 열애설 기사 때문에 부른거 아니였어?"

"... 그랬어요?"

기상호는 인터넷을 안 하는 건가? 심히 의심스럽다.

사실 기상호가 최종수의 열애설 소식을 접하지 못한 이유는 박병찬을 덕질하고 온갖 떡밥들을 찾고 있었기 때문이였다. 기상호의 유튜브 알고리즘에는 박병찬밖에 없기에.

이 새끼는 나한테 그렇게 관심이 없나. 이런게 남친이라고.... 잠시만, 그럼 열애설 얘기 괜히 꺼낸거 아닌가. 일단 말은 꺼냈으니 해명은 해야하겠지.

"그게, 열애설이 떴는데 지난번 촬영 같이 하고 다 같이 회식 간날 기사가. 안 듣냐?"

맞다. 안 듣고 있었다. 참고로 기상호는 방금까지 속으로 딴 생각을 하고있었고

(궁금한 사람들을 위해 알려주자면, 기상호는 최종수와 박병찬의 얼굴 합이 정말 끝내주겠다는 생각과 둘의 방송 케미가 어떨지를 상상하고 있었다.)

떠오르는 말을 되는대로 뱉었다.

"아, 아니이 햄이 제일 사랑하는건 저,저니까요...?"

"머리쓰냐?"

역시 안 통하네. 기상호는 뻔뻔하게 나가기로 다짐했다. 최종수와 몇년간 연애 해왔지만 이 방법이 제일 잘 먹히더라.

"아니예요?"

"... 사랑해."

통했다! 역시 최종수를 길들여버린건가, 이런. 이거 이거 최종수, 이 기상호를 너무 사랑하는거 아니야?

"햄, 사랑하는 애인이 부탁이 있습니다!"

"하, 뭔데? 말해봐."

기상호는 여기서 최종수가 한 숨을 내쉴때 입을 멈췄어야만 했다.

"그래서 싸인 좀.. "

최종수는 기상호의 머리를 한대 갈겼다.

"아! 아파요!"

오랜만에 귀여운 짓 한다 했더니...

기상호는 얻어 맞았으니 조용해 질법도 했으나, 박병찬에 대한 애정이 아픔을 이겨내고 말았다. 무엇을 했냐. 뒤돌아 나가는 최종수에게 박병찬의 싸인을 좀 받아달라 징징댔다.

기상호는 그대로 최종수에게 더 처맞을뻔 했으나, 다행스럽게도 화장실로 잘 피했다.

"이규. 혹시 우리 박병찬이랑 스케쥴 겹치나?"

"웬일이야? 네가 다른 사람 일정에 관심을 가지고."

최종수의 표정이 썩어들어갔다.

"농담이야. 이번주 수요일에 잠깐 겹쳐."

"어. 고마워."

최종수는 기분이 매우 좋지 않았다. 싸인 좀 받아 달라는 부탁을, 그것도 남친에게 받을 줄은 몰랐으니까. 

항상 최종수는 항상 그런 류의 부탁들을 거절해왔다. 그야 당연히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남에게 싸인을 갖다 바치는 등신 호구 같은 짓을 하는 건, 최종수에게 고려 사항이 아니였으니까.

그리고 최종수는 등신 호구다. 물론 기상호에 한해서.

"안녕하세요. 박병찬 선배님."

시발.

"아, 편하게 부르세요."

"아닙니다. 혹시.....

씨발.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거지. 기상호... 기상호... 다 때려치고 싶다. 왜 이 짓을 하고 있어야해.

"아. 당연히 괜찮죠. 그런데 종이가..."

"저 종이 있습니다. 펜도 드릴까요?"

"와, 준비성 철저하시네요. 제 팬이신가?"

좆같다.

최종수는 있는 사회성 없는 사회성을 끌어모아 간신히 옅게 웃으면서 펜과 종이를 건넸다.

"고마워요. 최종수라고 쓰면 되죠?"

"아, 잠시만요 혹시 기상호라고 써주실수 있나요?"

기상호 이 새끼가.

"음, 알겠어요."

드디어 끝났다.

"와. 탑급 아이돌이신데 만나 뵐 수 있어서 영광이네요. 다음에 또 뵈요!"

"네. 저야 말로, 감사했습니다."

난 또 보기 싫다. 기상호야 죽기 전에 박병찬 한번 만나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겠지만.

최종수는 할 수 있는한 빠르게 그 자리를 - 최대한 자연스럽게 떴다. 기상호에게 연락하기 위해서.

"기상호... 전화 받아라..."

이래 봤자 닿을리도 없지만.

"...네! 햄, 무슨일이요?"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와 크고 작은 잡음들. 밖인거 같은데. 잠깐....음식점인가?

"밖이야?"

"네. 저 지금 희찬이랑.."

팔자 좋네. 내가 너 때문에 무슨 짓을 했는데.

"몇시에 들어오는데?"

... 늦게 들어온다고? 최종수는 화를 억누르며 말했다. 사실 객관적으로 기상호가 잘못 한 것은 없으므로.

"빨리 못 와? 나 오늘 늦게까지 못 있는데."

"저 오랜만에 나온거란 말이에요."

"그럼 박병찬 싸인 받아온거 오늘 못 주겠네."

사실 아니다. 오늘 집에 두고 가면 되는거니까. 그냥 빨리 오라는 뜻이다. 통할지는 모르겠지만.

"네? 저 바로 갈게요 몇시에 집 와요?"

정확히 이 말이 최종수의 짜증을 돋구었다.

방금 기상호는 남친이 빨리 오라는 말을 듣지 않았다... 그럴수도 있지.

근데, 싸인 때문에 지금 온다고? 싸인 한장 때문에?

"... 나도 지금 바로 갈게."

최종수는 기상호의 집으로 향하며 기상호에게 할말을 열심히 정리했다. 그러니까, 좀 안 좋은 쪽으로. 화를 낼 것 같다는 의미다.

"햄! 왔어요?"

"그래 왔다. 자 네가 그렇게 달라던 싸인"

빨리 왔네. 이 새끼가. 손에 들고 있는건 뭐야? 기상호는 싸인을 받자마자 집 안의 가보 모시듯 액자에 끼워넣었다. 저건 또 언제 산거야.

최종수는 본인보다 싸인을 반기는 남친의 모습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최종수는 기상호에게 애인보다 박병찬이 중요하냐며 화를 내려 했다. 

하지만 기상호가 누구인가. 눈치라면 꽤 빠르다.

"감사합니다 햄... 햄은 최고의 애인이에요.."

종이 한장에 세상을 가진듯 기뻐하는 기상호의 모습이 웃겼다. 이렇게 행복해보이는데 다른게 대수인가. 강아지가 꼬리 흔드는거 같기도 하고.

"알면 잘해라."

"해앰.. 사랑해요.."

근데, 싸인 하나로 이렇게 기뻐해? 박병찬이 그렇게 좋아? 나 보다 더 좋은건가. 얼굴? 그건 아닐거 같고. 역시나 성격쪽인가?

기상호의 오버 액션은 최종수의 질투심을 유발하게 만들었다. 결국 최종수는 기상호를 쥐어박고 말았다.

"아! 사랑한다고요, 왜 때리는데요!"

기상호의 말이 진심인지 아닌지는 본인만 알겠지만 최종수의 눈에는 그저 뻔뻔하게만 비춰졌기 때문이다. 물론 그 모습도 영 싫지는 않았으나.

"악! 안돼..."

기상호는 폼림픽을 하고 있었다. 사실 기상호가 허구한 날 실패하는게 폼림픽이라 이제 익숙해 질만 했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소리 지를 수 밖에 없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방금 기상호는 박병찬 생일카페 신청에 광탈했다. 심지어 세곳 모두 다. 기상호는 급하게 트위터를 켰다. 

내일 취소 폼이 올라온다는 소식과 팬들이 예약에 성공했다는 소식.

아니, 다른 사람들은 다 성공했다는데 왜 나는 실패한거야. 세상이 나를 방해한다.

"기상호, 무슨 일 있냐?"

어, 이거 말하면 내 목숨이 안전하지 않을거 같은데.

"하...하하 아무것도 아니예요..."

당연히 이런 허술한 거짓말에 최종수가 속을 리 없었다. 기상호의 어설픈 거짓말에 뭔가 눈치챈 최종수는 무슨 일인지 꼬치꼬치 캐 묻기 시작했다.

"그...그러니까... 카페...에 갈건데요... 그게 신청을... 아니 예약을... 그 .."

평범한 카페에 가는데 예약을 하진 않는데. 못 알아들은거 같다.

돌려 말 할수록 이 햄 이해를 못하는거 같은데. 어떻게 설명해야하지? 그냥 시원하게 말할까?

"제제 말은 생일카페에가고싶은데 그게예약이 필요한데그그게잘안돼서 거기서전프레...아니전프레가뭐냐면굿즈"

"잠깐만. 그거 박병찬 얘기야?"

"하...하하."

상호가 불쌍하게도, 최종수는 기상호에 관해서라면 예민하다. 항상 예민한 편이기는 하지만.

끝까지 안 들어도 알겠다. 정리하자면 지금 박병찬.. 이랑 관련된 행사가 있다. 그런데 거기 예약을 못 해서 하루종일 이 상태라는 뜻. 박병찬 때문에 애인 앞에서 한눈을 팔아? 

기분이 안 좋을만도 하긴 하지만 그 때문에 남친과 데이트를 제대로 챙기지 못한 기상호, 유죄.

"아, 박병찬 때문이다?"

"네....넵."

이 새끼를 어떻게 해야하지? 최종수의 머릿속에 두 가지 선택지가 떠올랐다.

1. 위로 해준다

2. 팬다.

최종수라도 사랑하는 애인이 슬퍼하는데, 당연히 행복하게 해주고 싶지 않겠는가. 그 사유가 굉장히 신경쓰이지만 말이다. 최종수는 첫번째 선택지를 골랐다.

"... 어떻게 해줄까."

최종수는 말을 뱉고도 후회 했다. '어떻게 해줄까'라니. 더 나은 말들이 많은데. 기상호는 최종수를 항상 멍청하게 만든다.

"어... 그게.... 하루만 시간을... 좀..."

이게 무슨 소리야. 후회 하던 마음이 싹 사라진다.

여기서 잠깐 기상호의 생각을 알아보자.

기상호는 내일 다시 폼림픽을 시도 할 예정이였다. 취소폼이 올라오니까. 물론 오늘도 실패한 주제에 내일 성공할 가망성은 없었지만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하지 않나. 덕질은 효율 따지는게 아니다. 

최종수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내일? 내일이면 뭐가 달라져?"

최종수 딴에는 오늘 같이 기분전환 하자는 이야기다. 아쉽게도 기상호는 그 의미를 알아 듣지 못 했다. 알았다면 끝까지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 내일 한번 더 신청 하게요. 아침에 한 번 더 신청 할 수 있어요."

"... 너 어제 내가 시간 나냐고 물어 봤을때 없다고 했지"

근데 어떻게 예약하는데.

왜냐하면, 기상호가 폼림을 위해 데이트를 미뤘다는 사실을 들켜서는 안 됐기 때문이다.

"죄송합니다. 잘못 했어요."

"그것 때문에 그런거야?"

기상호는 나름 억울했다. 데이트라고 만났더니 남친이 컴퓨터만 들여다 보고 있다면 섭섭하지 않은가? 

본인의 생각보다 최종수는 기상호를 사랑하기에 얼굴만 봐도 행복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기상호의 오판이였지만.

"하... 집에서 하는거지. 내일 내가 집 온다."

그래서 최종수는 그냥 이 일을 눈 감아 주었다.

기상호는 그저 개꿀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리고 다음날. 최종수는 집에 들어오자마자 기상호가 컴퓨터를 켜놓고 휴대폰을 세팅하는 광경을 목격했다.

"뭐하냐?"

"어.. 콘서트 티켓팅 같은.....?"

일단 최종수도 아이돌이니까 대충은 알고 있을거 아닌가. 더 이상 설명하기에는 시간이 없었다. 

 "햄, 죄송한데 이것 좀요. 여기 시간 다 되면 이거 눌러주세요."

"남친이 네 하인이야?"

"진짜 죄송해요 딱! 딱 한번만요."

최종수는 오늘도 연하 남친에게 졌다. 사실 져준게 맞지 않느냐 하면, 그건 아니다. 져주는건 이길수 있는데 하는 행동이지, 보통의 경우엔 최종수는 기상호를 못 이긴다.

"햄.빨리 폰 봐요"

이게.

"이번 한번만요. 진짜! 딱 한번!"

10...9...8...7

3...2...1

"아! 안돼!"

기상호는 더럽게 운이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다 성공할때 몇번을 시도 했으나 늘 광탈했으니.

"아... 이러기 있나.. 내 진짜 ..."

"그렇게 슬프냐?"

기상호의 기분은 지금보다 나쁠 수가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다 가는데 왜 내만... 병찬햄..!!

"기상호. 여기봐."

"왜요..."

절망하며 널부러져 있던 기상호는 최종수가 건내준 휴대폰을 받았다. 휴대폰 화면에는 '입금 해주세요' 라는 글씨가...

입금?

"햄! 진짜 사랑해요... 최종수 사랑해."

분명 사랑고백을 들었는데 기분이 더 나빠지는 것 같지만 기상호의 기뻐하는 모습에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할 말 없어?"

"제가 앞으로 더 잘 하겠습니다!"

나댄다. 하지만 사랑에 빠지면 제정신이 아니게 되지 않는가. 최종수는 그런 기상호를 마냥 귀엽게 보았다.

"잠시만요, 입금 좀 하고요"

'계좌 잔액이 부족합니다'

"어..."

최근에 박병찬에게 입덕한 기상호는 이른바 늦덕 이였다. 예전에 나온 굿즈를 최근에 쓸어 담았다는 말이다. 현재 인생에 농구와 덕질밖에 없던 기상호는 그것을 사기 위해 돈을 몽땅 덕질에 쏟아 부었으며 결과적으로 음료 값조차 결제하지 못하는 거지가 되었다.

"해앰... 저 여기로 입금좀요.."

 

최종수는 기상호의 부탁을 또 들어주었다. 시무룩한 기상호의 모습이 귀엽게 비추어졌으므로. 최종수가 저를 지나치게 사랑한다는 상호의 말이 착각이 아닐지도 모른다.

"햄! 사랑합니다!"

"지랄."

사랑한다는데 왠 지랄이냐는 남친 없고, 이렇게 잘난 아이돌 애인앞에서 다른 사람 덕질하는 남친 또 없다. 그렇다고 이들이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는것은 아니다.

기상호가 살짝 부풀려 말하긴 했으나 기상호는 정말 최종수를 사랑한다. 남이 보기에는 박병찬을 사랑하는게 아닌가 싶겠지만... 앞에서 이렇게 구는것도 사랑하는 사이니 할 수 있는 행동이다. 최종수가 이런 일로 자신을 저버리지 않을 것 이라는 확신이 있기에.

기상호가 왜 이렇게 잘생기고 자신에게 사랑을 베푸는 남친을 두고 한 눈 팔겠는가. 기상호 밥 먹여주는 아이돌은 세상에 하나밖에 없다.

가면 갈 수록 버릇이 나빠지는 연하 남친과 멜로 인간태풍의 환상적인 조합. 다른 사람들이 본다면 기함을 할 것이 틀림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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