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를 마친 종수가 욕실에서 나왔을 때에도 병찬은 침대에 누운 채였다. 깨끗한 등을 내보인 채 허리 아래로 이불을 감고 모로 누워 웅크리고 있다. 종수는 허리에 감은 수건을 고치며 침대 곁으로 다가가 섰다. “박병찬. 자는 거야?” “아니.” 조금 허스키하게 잠겨 있지만, 잠기운은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럼 일어나. 언제까지 퍼
동양풍 창작조선, 인외물 11,275 자 驟雨 中上 인간이 아닌 존재는 한계를 벗어났기에 잠들 필요가 없다. 그 절대적인 법칙을 깨트렸기 때문일까. 종수가 머릿속을 웅웅 울려대는 꿈에서 깨어났다. 퀭하게 말라붙은 눈가가 버석하다. 머릿속을 헤집어 대는 꿈은 어지럽기 짝이 없었다. 어지럽고 어지러우면서도 언제나 그랬듯 익숙해지지 않는다. 멍하니 바깥을 바
동양풍 창작조선, 인외물 12,710 자 驟雨 上 소나기가 내렸다. 병찬이 쏟아지는 빗줄기를 바라본다. 서늘한 사당의 안은 요란한 바깥과 달리 조용할 뿐이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긴 도포 자락이 스치는 게 느껴졌다. 우수수 들려오는 소음과 달리 사당의 규모는 넓기만 하다. 내리는 빗방울을 시선의 끄트머리로 좇으면서 병찬이 마루의 끝에 있는 방에 도착했
11,327 자 박제 새장 03 서로의 존재에 익숙해졌으나, 둘은 서로가 영역 동물임을 존중이라도 하는 것처럼 일정한 거리를 둔 뒤 쓸데없는 참견하지 않았다. 애매하게 벌어진 거리감은 좁혀지지 않았다. 그 상태에서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하지만 일 년이 지나도, 이 년이 지나도, 종수가 학교로 돌아가도 된다는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다. 병찬은 초조해했고
7,042 자 가이드 버스 박제 새장 01 “예? 최종수요?” 병찬이 마시던 음료를 그대로 컵에 주르륵 흘려냈다. 지금 자신이 무슨 소리를 들은 거지? 최종수? 병찬에게 얘기를 꺼냈던 선임이 머쓱한 듯이 뒷머리를 벅벅 긁었다. 말마따나 최종수는 지금 기관에서 아주 유명한 인물이었다. 최종수의 폭주로 인해 미등록 능력자들의 인권을 위해 진행되었던 최저
귀신이 잘 꼬이는 박병찬 그러나 운동신경도 운도 너무너무 좋은 나머지 기가 막히게 그 모든 개수작들을 쇽쇽 피해감. 막 위에서 화분 떨어지는데 어 고양이. 하고 멈춰섰다가 피하고 계단에서 밀치려고 하는데 어라 신발끈... 하고 슉여서 귀신만 슝하고 날라간다거나 시합 방해하려고 했는데 걍 너무 빨라서 귀신이 어버법. 함.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옆에서 지켜보는
준수 생일이 크리스마스라는걸 알고 그린 만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