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흘러도 잊히지 않는 기억이 있다. 최종수의 경우, 어렸을 적 어머니와 함께 산책을 나왔다가 동네에서 무섭기로 소문이 자자한 어느 할머니에게 들은 말을 생생하게 기억했다. 그 할머니는 늘 한복 저고리와 치마를 입고 다녔는데, 못된 짓을 보면 상대가 누구건 버럭 호통을 쳤다. 희한한 건 누구도 그에게 대들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는 점이었다. 최종수는 어
대륙 서쪽 바다에서는 날이 맑아질 때마다 조형 부족의 군가가 울려퍼졌다. “잡았다!” “이번 녀석은 꽤 큰데?” 서쪽 바다에 언제부터인가 나타나기 시작한 괴물들. 인간이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았던 그 괴물들은 조형 부족의 주 사냥감이 되었다. 평화를 사랑해 싸움을 못하던 조형 부족이 그들을 위협하는 괴물들에 맞서기로 결심한 배경에는 한 ‘영웅’의 출현이 있
금요일 오후, 캐리어 끌리는 소리가 고속터미널 안에서 요란하게 울렸다. 가는 사람 많고 오는 사람 많은 터미널에서 흰색 캐리어를 끄는 파란색 배낭 맨 남자는 특별해 보이지 않았다. 흑발보다 드물다는 갈색 머리카락도 각종 염색이 넘치는 요즘 시선을 끌 요소가 못 됐다. “기사님, 여기 이 주소로 가 주세요.” 남자는 택시를 잡아탔다. 기사는 남자가 보여준 휴
그림타임은 올해 데뷔 7주년을 맞는 5인조 보이그룹으로, 리더 겸 보컬 병찬, 보컬 신우, 래퍼 준수, 댄서 영중, 댄서 종수 구성이었다. 그룹명은 사람들에게 그림 같은 시간을 선사하겠다는 의미로 작명되었지만 세간에서는 그 파급력으로 ‘남돌계의 태풍’이라는 그림과 거리가 먼 느낌의 별명으로 많이 불렸다. 그런 그림타임도 레트로 열풍에 따른 현대적 아이돌의
글을 잘 읽는 것과 글을 잘 쓰는 것은 다른 능력이다. 그걸 일찍 깨달아버린 김다은이라는 소년이 있었다. 문학에서 깨달음은 성장이지만 현실에서 깨달음은 좌절인지라, 생각이 봄처럼 번성한다는 사춘기에 휘몰아친 장래라는 태풍은 무섭다는 가을의 그것이었다. 중2병, 고2병은 우스갯소리라지만 김다은이 고등학교 2학년 때 겪은 건 정말로 마음의 병이었다. 다행히 김
「타이 타임」, 서교대학교 인근에 위치한 태국 음식점 이름이었다. ‘이름 재밌게 지었네.’ 올해 서교대 농구부원이 된 정희찬은 생각했다. 맛없는 학식을 피해 대학가를 헤매던 그의 발걸음이 멈췄다. 그에게 타임이라는 단어는 아이들이 놀다가 으레 외치는 그것보다 더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어서 오세요.” 가게 안은 점심시간이라고 제법 복작복작했다. 정희찬은
※리라이트판 (원본(포스타입 멤버십): https://posty.pe/p9128b ) ※군인 종수 & 반란군 상호 「빛이 존재하는 땅」 '시티'의 대표적인 슬로건이었다. 행성 하나 정도는 재창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만했던 인류는 전대미문의 재앙, '심야' 앞에서 무력해졌다. 세상의 모든 빛이 사라지고 어둠만이 지속되자 사람들은 빛을 찾아 헤메기 시작
※리라이트판 (원본(포스타입 멤버십): https://posty.pe/h353z6 ) ※센가버스 센티넬 준수 & 일반인 상호 ※트리거 존재(자살, 가족 및 지인 죽음) 서울에서 양산으로 가려면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울산역으로 간 다음 버스를 타면 된다. 기상호가 울산역에 내려왔을 때 버스는 막차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에게는 다행스럽게도 광역시답게 2
※리라이트판 (원본(포스타입 멤버십): https://posty.pe/jfgayy ) ※체대생 병찬 & 공대생 상호 준향대학교 기계공학과 기상호는 가끔 생각한다. 누구나 한 번쯤 해 본 고민, 그때 그러지 않고 다르게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해 봤자 의미 없지 않나." 만화 주인공이었다면 말투에서 자신감이 묻어났겠지만, 기상호의 말투는 체념에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