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케시올리] 재혼에 대처하는 이혼 부부의 자세

1천자 챌린지_4

이혼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케시는 긴 한숨을 쉬다 ‘그냥 내탓이야.’라고한 반면 올리빈은 웃으며' ‘그냥 그렇게 됐어.’라고 얼버무렸다. 그러곤 생각했다. 애초에 국가를 위해 몸을 바쳐야 하는 비밀요원 신분으로 사랑놀음은 무리였다고.

아련하고 그립고 때로는 추억에 젖어 청승이라도 부리는 그런 생활이 지속될 줄 알았다. 지금처럼 아파트에서 서로의 짐을 정리하는 꼴을 다시 마주하는 것보단 그 편이 훨씬 편하니까.

“음…잘 부탁해?”

“그래.”

반년 전, 각자의 짐을 싸곤 정반대 방향으로 길을 떠났던 두 사람은 어느 도시에서 다시 살림을 차리게 되었다. 이게 무슨꼴이람. 데자뷰도 이런 민망한 데자뷰가 없었다. 사랑대신 국가를 선택했더니 돌아오는 건 다시 사랑놀음에 빠지라는 명령이었다. 흰 종이에 유독 눈에 띄는 ‘작전상 결혼’이라는 글자에 케시는 지독한 두통을 느껴야 했다.

컵은 색깔별로 커다란 냄비는 하부장에, 청소와 세탁은 교대로. 말은 하지 않아도 딱딱 맞춰지는 서로의 생활감이 기분을 이상하게 만들었다. 같이 산 시간이란 건 역시 무시할게 못되는구나. 올리빈은 실없는 생각을 했다.

“새로 이사오셨나요? 어머, 젊은 부부네.”

일부러 요란하게 이사를 했더니 이웃들에게 소문이 돌았다. 작전 시작이 순조로웠다. 아니나다를까 타겟은 목수라는 케시의 위장 직업에 흥미를 느끼며 접근을 해왔다. 기회를 놓치지 않은 케시와 올리빈은 미리 준비해둔 목재 티테이블을 선물로 주어 환심을 샀다.

“아, 안돼요. 미스터, 이러시면…!”

“한 번이면 된다니까. 케시에게는 내가 잘 말해두지, 나 못 믿나?”

값비싼 테이블로는 부족했던건가. 케시가 잠시 외출한 사이 타겟은 올리빈의 허리를 끌어 실컷 지분거리고 있었다. 얼굴을 찌푸리던 올리빈이 거실 밖에 서 있는 케시와 눈을 마주치자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두 사람 모두 쉽사리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타겟과 밀접한 관계가 되면 될수록 좋다. 부정관계일지라도 말이다. 그런데 왜 당신의 눈은 흔들리나. 나는 왜 망설이나.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

카테고리
#2차창작
페어
#BL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