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서나
총 4개의 포스트
저는 어릴 적부터 감이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는 했습니다. 덕분에 이 저택에 들어 온 첫날부터 주인님을 어떻게 모셔야 할지, 또 그의 반려 분께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곧바로 알 수 있었죠. 그런 저의 깨달음이 제게 말하길, 이곳에서는 제가 어떤 사람이냐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당신이 발을 딛고 있는, 이 안쿠닌 저택에서 중요한 건 제가 모시는
0. 소돔 불을 지를 수도 있었겠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러지 않아도 이 마을은 언젠가 불 탈 것이다. D는 그저 그 사람의 손을 꽉 잡고 마을에서 도망쳤다. 손끝 너머로 느껴지던, 그 사람의 심장 박동. 핏줄을 타고 흐르는 거센 맥박과 달리, 차분하기 그지없던 D의 고동. 어두운 밤길을 맨발로 뛰어, 평생을 살아 왔던 마을로부터 멀어진다. 마냥
창백한 왕이 자신의 성에 서 있다. 왕의 맞은 편에는 왕국에서 가장 큰 거울이 존재했다. 그는 거울로 자신의 얼굴을 비춰봤다. 창백한 피부와 붉은 눈동자를 가진 엘프. 그는 이 왕국의 주인이었다. 다음 순간, 희미한 달빛 한 줌이 그를 비추고, 어둠 속에 숨어 있던 또 한 명의 인물이 그의 곁에 나타났다. 새하얀 치맛자락과 구불거리는 은색의 머리카락. 은
아이들은 곧잘 이상한 고집을 부리고는 한다. 대부분의 고집은 얼마 안 가 흥미를 잃고 사그라들지만, 끝까지 남아 주변인이 골머리를 앓게 하는 고집 또한 존재했다. 얼마 전 10살이 된 릴리 오로라 레이븐가드의 경우 ‘뿔’이 그 고집의 대상이었다. 소녀가 뿔에 사로잡힌 건 며칠 전 쟈니스의 부인의 어린 아들과 같이 놀고 난 이후부터였다. “제 머리색은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