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은 댓돌 위에 걸터앉아 기가 찬 광경을 응망하였다. 직전까지 소리 지르며 몸부림치던 내관 유재현이 차가운 돌바닥에 축 늘어진 채로 피를 쏟아내고 있었다. 그뿐인가. 곳곳에서 매캐한 연기와 뜨거운 김이 뒤섞였다. 궁인들은 입과 코를 틀어막은 채 사방으로 달음박질쳤다. 고인 웅덩이에서 피어오르는 비린내가 지독하다. 그보다 더 지독한 것은 한 식경 째 미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