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은 다정한 사형이었다. 제 사제라면 껌벅 죽었고, 사제를 부를 때의 목소리는 다른 때보다 상냥했으며, 맛있는 건 전부 사제에게 양보하고, 사제가 잘 때 늘 자지 않고 곁을 지켰다. 천성이 밝은 탓도 있을 터지만 유독 사제를 살갑게 챙기려 드는 것은, 저들이 함께한 세월과 그 속의 약속들이 있기 때문이리라. 도리는 제 얼굴을, 그리고 그에 난 흉터를 더듬
루프하는 유다/무커플링 A5 판/88P/9000원 포스타입 공개물을 글리프에도 백업합니다. 발행 / 2016년 08월 06일 연극 뮤지컬 통합 온리전 [OVERTURE : 텅장의 서곡 Reprise] 저자 / 뮤아넨 >이 책은 실존하는 인물 및 사건들과 일절 연관이 없습니다. >이 책은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를 기반으로 쓰였지만 회사와는 일
이 후기는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 2022년 4연 박칼린, 2024년도 3월16일 공연, 4월 10일 공연과 캐스트를 기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극에 대한 전반적인 스토리라인을 포함하며 반전 요소 및 트리거 <조울증-양극성 장애로 인한 자해, 자살 시도, 마약, 약물 오남용 > 를 포함하고있습니다. 주의 하십시오. 들어가며 뮤지컬 <넥스트 투 노
4차 창작의 의미: 뮤지컬(1차) → 배우(2차) → 봇(3차) → 연성(4차 - 지금 여기) 언제나 멋진 이야기 들려주시는 것에 감사드립니다 (_ _) 우로보로스: 꼬리를 삼키는 자. 시작이 곧 끝, 불사, 무한, 탄생과 죽음을 끝없이 되풀이하는 시간, 무(無).
20년도에 열렸던 더 픽션 교류전에 참가했던 글을 투고합니다. 첫 원고였던 탓에 미숙한 부분이 많습니다. 당시 회지 발행 비용이 많이 들지 않았기에 무료 공개합니다. 문제가 된다면 추후 수정하겠습니다. 등장 인물이 3명 전부 등장하지만 비중의 차이가 존재합니다. (그레이와 와이트 위주) 감사합니다.
나, 결국 죽은 건가. 멍한 정신 속에서 와이트 히스만이 가장 먼저 떠올린 생각은 그러했다. 참으로 기묘한 일이다. 총의 방아쇠를 제대로 당겼는지조차 기억이 나질 않는데, 의식을 잃었다가 되찾고 나니 잿빛 안개로 둘러싸인 이상한 공간에 홀로 덩그러니 서 있는 상황 자체가 기묘하다. 애초에 사후 세계를 믿는 편은 아니었지만, 그렇다 해서 이런 공허한 모
그림자 없는 사내의 이야기는 끝내 종장을 맺었다. 처음 시작할 때만큼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충분히 흥행했다. 예전과는 다른 눈빛을 지닌 사람들의 관심을 받으며 작가는 스포트라이트의 뒤편으로 물러났다. 소설이 끝에 다다르면 작가의 이야기 또한 끝난다. 시작된 모든 이야기에는 끝이 존재하기 마련이니까. 그럼에도 작업실은 여느 때와 같다. 소설은 끝나도 작
아가사 크리스티. 천재 작가, 추리소설의 여왕, 살인의 천재……. 살인에 대한 글을 쓴다는 이유로 불필요한 오해를 사고, 사람들의 시선에 지쳐────. 뭐해요, 아가사? 갑작스러운 목소리에 여자는 타자기에 꽂힌 종이를 빼어 들었다. 다급하게 새 종이를 끼워놓고, 많지 않은 활자가 찍힌 것을 그대로 구겨선 책상 아래로 던져넣었다. 모르는 척 눈을 깜박이며
인사와 총. 안녕. 이 인사는 둘 사이의 불문율이었다. 먼저 인사하는 쪽은 한명운이었고, 윤심덕은 호응했다. 내일 연습실에서 봐. 먼저 연락할게. 기다리고 있을게…. 여타 다른 문장으로 된 인사들은 적어도 기약이라는 게 있었지만. 이 두 글자만큼은 그렇지 않았다. 저 말을 끝으로 헤어지거든 이후 한명운은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주씩 어딘가로 사라
Hollow-een. 여기, 가로 4미터, 세로 4미터짜리 방이 하나 있습니다. 슬리퍼를 내디디면 삐걱대는 소리가 울려 퍼지는 짙은 밤색 나무 바닥에, 상앗빛 페인트가 사면 가득 발린 방입니다. 침대 틀 하나 없는 매트리스는 방 한 귀퉁이에 몸을 바싹 붙인 채 낡은 회색 이불 아래 웅크리고 있고, 그 위로 채 정리되지 않은 빨래 몇 자락이 겹겹이 쌓였습니
「테세우스와 아테네의 젊은이들이 탄 배는 서른 개의 노가 달려 있었고, 아테네인들에 의해 데메트리오스 팔레레우스의 시대까지 보수되었다. 부식된 헌 널빤지를 뜯어내고 튼튼한 새 목재를 덧대어 붙이기를 거듭하니, 이 배는 철학자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자라는 것들에 대한 논리학적 질문’의 살아있는 예가 되었는데, 어떤 이들은 배가 그대로 남았다고 여기고, 어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