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더는 짙은 어둠에서 눈을 떴다. 그는 자신이 복중 태아처럼 몸을 둥글게 만 채로 자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오감의 마비로 가득한 이곳에서 마주할 수 있는 건 오직 자신뿐이었다. 눈을 떠도 보이는 것이 없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도 가늠할 수 없다. 다만 바닥과 벽에서 뿜어져 나오는 냉기로 밤, 혹은 겨울을 의심할 수 있었다. 바닥을 더듬어
2024 살수선 연성 백업입니다. 2022 2024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 주체는 클레르라고 생각했습니다. 극상에서 인물들이 수선하고 있는 것이 클레르니까요. 하지만 생각해보니 비중이 그렇게 크지 않아요. 우리는 시몽의 심장과 그의 일생을 듣고 보고있습니다. 그의 죽음을 슬퍼하고 아파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비통함과
인사와 총. 안녕. 이 인사는 둘 사이의 불문율이었다. 먼저 인사하는 쪽은 한명운이었고, 윤심덕은 호응했다. 내일 연습실에서 봐. 먼저 연락할게. 기다리고 있을게…. 여타 다른 문장으로 된 인사들은 적어도 기약이라는 게 있었지만. 이 두 글자만큼은 그렇지 않았다. 저 말을 끝으로 헤어지거든 이후 한명운은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주씩 어딘가로 사라
Hollow-een. 여기, 가로 4미터, 세로 4미터짜리 방이 하나 있습니다. 슬리퍼를 내디디면 삐걱대는 소리가 울려 퍼지는 짙은 밤색 나무 바닥에, 상앗빛 페인트가 사면 가득 발린 방입니다. 침대 틀 하나 없는 매트리스는 방 한 귀퉁이에 몸을 바싹 붙인 채 낡은 회색 이불 아래 웅크리고 있고, 그 위로 채 정리되지 않은 빨래 몇 자락이 겹겹이 쌓였습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