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럼 형이 다른 사람과 친밀하게 지내는 걸 보면 어떤 기분이 들었나요? 샤오라이는 의자 밑으로 다리를 교차해 흔들었다. 청소년을 위해 높이를 낮춘 의자 끄트머리를 쥔 손은 다 자라지 않아 작았고 비죽 입을 내밀며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는 뺨 역시 젖살이 빠지지 않아 앳된 태가 났다. - 그냥……. 싫어요. 형이 저를 제일 좋아했으면 좋겠어요. 샤오라이의
나 왔어. 습관처럼 내뱉은 말에 습관처럼 나오던 대답이 들리지 않았다. 나간다는 이야기는 못 들었는데. 혹시나 자고 있나 싶어 굳게 닫힌 방문을 살며시 열어보면 역시나, 김혜미는 일자로 곧게 눕고선 누구에게 인사라도 하듯이 공손하게 양손을 배에 올리고 눈을 감고 있었다. 아이가 이 집에 처음 왔던 10년 전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는 모습에 괜스레 웃음이 새
여름은 변덕스럽다. 비가 온다는 기상 캐스터의 목소리를 들은 기억도 없건만 빗물이 자꾸 양말을 적시는 계절이었다. 이즈음의 일기 예보는 믿을 게 못 됐다. 갑작스런 비 탓에 싸구려 비닐우산이 집 현관에 하나둘 쌓였다. 돈이 아까웠다. 그럴 바에 매일 우산을 들고 다니는 게 마음이 편했다. 에나는 어떨까? 모르겠다. 빗줄기가 창문을 두드린다. 손길이 제법
남매 근친 마지막 아키토와 에나의 대화는 키에님 (@AkitoS2Ena)의 멘션에서 착안했습니다. 연성 허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에나가 시노노메 에나로 돌아왔다. 각종 이혼 절차는 결혼 절차보다 훨씬 복잡했다. 둘이 하나가 되는 것보다는 하나가 둘이 되는 일이 더 어려운 법이다. 시노노메 남매가 각자로 한 차례 분리될 때 그러했듯이. 에나의 이름 앞
짙은 안개가 드리우는 아침이면 탁 트인 목초지가 마치 거대한 호수처럼 습윤해지곤 했다. “파이, 시장으로 가자.” <크로. 지금은 조금….> “안 돼?” 크로가 햇볕을 받아 반짝이는 은빛 다리를 보란 듯 절그럭거리며 고갤 기울였다. 언뜻 무구하게 보이는 천진난만한 낯이었으나 파이는 알았다. 아마, 고의일 것이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크로는 똑똑한
전철이 다가오는 소리에 A코의 손가락이 바삐 움직였다. 아쿠아마린 컬러의 핸드폰 케이스에는 새먼 핑크색 하트가 잔뜩 붙여져 있었다. 저 장식을 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 흔치 않은 색이라 투명한 아크릴에 직접 매니큐어를 칠해서 장식할 정도로. 왜 굳이 저 색을 고집하냐 묻는다면 두어달 전부터 전철에서 보게 된 미인 때문이었다. 두 달 쯤 전에 어쩌다보니 3
커플링이 커플링인 만큼 근친 요소가 있습니다. 하행이 무자각 사랑을 합니다. 하행에게는 습관이 하나 있다. “흰 보스! 또 제 말 안 듣고 계시죠!” “아냐, 듣고 있어. 구름 아이스가 먹고 싶다고 했던가?” “하나도 안 들었잖아요! 일주일 뒤에 가륜마을행 트레인이 정기 점검이라서, 기어 스테이션 외부에 공지를 붙여야 한다니까요?” “흐응, 그렇구나
커플링이 커플링인 만큼 근친 요소가 있습니다. 애니메이션 서브마스(애니마스)를 기준으로 썼습니다. 하행이 출장을 떠난다. “……안 가면 안 됩니까?” “상행 형, 그 말 벌써 5번째야.” “하지만…” 상행이 이러는 이유가 있다. 상행과 하행은 하는 업무가 나누어져, 회계나 계산 쪽의 일은 하행이, 트레인 설비나 그 외 각종 서류는 상행이 처리하고
커플링이 커플링인 만큼 근친 요소가 있습니다. 아, 잠이 안 온다. 아무래도 안 되겠어. 하행은 감았던 눈을 천천히 뜨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계를 보니 어느덧 새벽 1시. 그 말은 잠을 자겠다고 침대에 누워 눈만 감은 지 1시간이 지났다는 소리였다. 어쩐지 시간을 버린 것 같다는 생각에 하행은 뭐라도 하려 조용히 침실을 나섰다. “하행? 주무시러
커플링이 커플링인 만큼 근친 요소가 있습니다. “상행?” 평소라면 상행이 깨워줬을 아침이었다. 그러나 하행이 일어나자마자 마주한 건 상행이 아니라, 상행이 없는 빈 옆자리였다. 내가 상행을 화나게 했던가. 하행은 어젯밤 일을 천천히 떠올려보았다. 밥을 먹고 설거지가 하기 싫어서, 상행과 좀 다투고, 결국 상행이 설거지하고…. “제가 없으면 어쩌려고
커플링이 커플링인 만큼 근친 요소가 있습니다. 봄이 왔다. “으- 빌어먹을 꽃잎.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네.” 청소부는 기어 스테이션의 바닥을 쓸며 말했다. 하여간 봄은 싫었다. 어차피 지하에서만 일하는데 꽃 따위가 피고 지는 것에 무슨 미련을 두랴. 오히려 꽃잎이나 낙엽, 눈 같은 건 그들의 적이었다. 틈틈이 치워줘도 계속해서 생기다 보니 나중엔
커플링이 커플링인 만큼 근친 요소가 있습니다. 하행이 짝사랑을 합니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습니다.” 상행의 말 한마디에 하행은 가던 길을 멈춰 섰다. 상행과 같이 살면서 20년 넘게 상행을 지켜보았다. 배틀을 좋아하는 배틀 광인데다가 누구보다 철도를 좋아해서 곁에 있는 사람 같은 건 안중에도 없었던, 그 상행이,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고? 말도
중간에 모브가 살짝 나옵니다. 큰 비중은 없습니다. 커플링이 커플링인 만큼 근친 요소가 있습니다. 때를 놓친 사랑은 재난일 뿐이다. - 전윤호, 수몰 지구 1. 우리는 언제나 함께였고, 그것이 당연했다. 어릴 적부터 쭈욱 내 곁엔 상행이 있었고, 상행 곁엔 내가 있었다. 밤에 몰래 나갈 땐 상행은 집에 남아 부모님을 상대하고, 나는 편의점에 가서 간식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