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훈은 살았다. 이것을 '살았다'고 표현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생각을 하고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상태에 있는 것을 죽었다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다만 그것은 연장선이라기보다 되풀이에 가까웠으므로, 다 꺼진 양초를 바라보며 익숙한 온기를 강박적으로 떠올리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정훈에게는 '삶'이라는 글자가 어색했다. 희끄무레한 전등 아래 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