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사각, 종이와 흑연이 마찰하는 소리 사이와 팔랑거리며 책장이 넘어가는 소리 사이로 고요한 소음이 펼쳐지다, 무언가에 몰입하여 뒤를 돌아볼 새 없이 달리던 사람의 귀에 시작도 끝도 정해져 있지 않은 존재들의 우려가 마침내 가닿는다. 끊임없이 이어지던 죽은 소리 사이로 이 자리의 단 한 사람에게만 들리는 움직임의 소리가 연필의 끄트머리에 내려앉는다. 절지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