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허망함을 믿던 때가 있다. 죽음이 남기는 것은 오직 삶의 허망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그렇지 않은가. 죽음 이후 대체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을 수 있단 말인가. 혹자는 내세가 있으리라 믿지만, 그런 것이 있다면 현세에는 대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내세를 위한 현세라면 죽음뿐 아니라 우리의 삶 자체가 허망해지는 것 아닌가. 삶이란
당신과 제가 만난 날은 봄이었습니다. 아직은 추위에 떠는 가련한 것들이 숨어있던 이른 봄이었지요. 우리의 만남은 꽃잎이 흩날리는 푸른 하늘 아래가 아니었고, 그리 낭만적이지도 못했습니다. 해가 반겨주지도 않았고, 구름만이 어둑히 침묵을 유지했던 것을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 도로의 불빛에 빛을 머금고 요정인마냥 날아다니던 눈가루들, 그리고 그 속에 자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