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이게 누구십니까. 박 차장님 오랜만입니다.” 부장실의 문을 열자마자 성큼성큼 내 시야로 걸어들어온 사람은, 서울중앙지검 전략수사부장 한강식이었다. “소식 잘 듣고 있습니다. 선배님.” 고개 숙여 인사하는 나를, 그는 씨익 웃으며 끌어안는다. 딱 한강식다운 독한 향수 냄새에 잊었던 기억이 스멀스멀 기어 올라왔다. 맞다. 한강식은 이런 놈이었다. 능글
또 옅은 잠에서 깼다. 실링 팬이 힘없이 돌아가는 짙은 나무색의 천장이 보인다. 이곳이 대체 어디인지는 몰라도 날 여기까지 데려다 놓은 게 누구인지는 안다. 박평호…그 나약한 개새끼가. 나는 어금니를 악물었다. 그 나약한…빨갱이 새끼가 날 여기 처박아 두었다. 천수호를 사살할 배짱도 없는 새끼가, 제대로 못 할 것 같으면 가만히라도 있던가. 권력을 등에 업
조사를 마치고 나오니 창밖은 이미 깜깜한 새벽이었다. 동림은 이미 죽었으니 요식행위(要式行爲)에 가까운 조사였지만 정신이 피곤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깔깔하니 바싹 마른 입 안에 담배 한 모금이 너무나 간절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주머니 속엔 아무것도 없었다. 402호. 지친 몸을 끌고 사무실로 올라왔다. 어두운 사무실 안, 나는 담배를 한 개비 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