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분 하나, 조유정, 그리고

또 옅은 잠에서 깼다.

실링 팬이 힘없이 돌아가는 짙은 나무색의 천장이 보인다. 이곳이 대체 어디인지는 몰라도 날 여기까지 데려다 놓은 게 누구인지는 안다.

박평호…그 나약한 개새끼가. 나는 어금니를 악물었다. 그 나약한…빨갱이 새끼가 날 여기 처박아 두었다. 천수호를 사살할 배짱도 없는 새끼가, 제대로 못 할 것 같으면 가만히라도 있던가. 권력을 등에 업고 싶으면 내 목숨줄이라도 제대로 끊어놓던가. 이도 저도 제대로 못 하는 새끼가 이제 날 살려놓고 꽁지까지 빼고 사라졌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쿰쿰한 냄새가 나는 이 집에는, 희고 짧은 머리에 얼굴이 까무잡잡한 의사만이 왔다 갔다 할 뿐이었다. 그는 서투른 영어로 내 상태를 설명해 주었다.

“Tiny pieces are remain in your body. They will hurt you. But if you remove them, you will die. So just carry it on. This painkiller would be helpful.”

그가 쥐여 준 진통제의 라벨에는 태국어만이 쓰여 있었다. 아마 마약성 진통제겠지. 싸고 효과가 확실한.

“나를 여기 데려온 남자, 어디 있나?”

나의 물음에 그는 고개를 저었다.

“I don't know. He just wants you live.”

내가 살기를 바랐다고? 제 놈이 뭔데. 나는 베드로의 멱을 따겠다는 목표를 세운 뒤로 성전(聖殿)에 내 피를 바치겠다는 소망을 품고 살았다. 내 목숨은 고결한 성전에 바쳐질 제물(祭物)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나타난 빨갱이 박평호가 내 성전을 다 엎어버리고 나에게 살기를 바랐다고? 생각할수록 분노만이 치밀어올랐다. 하지만 지금은 분노조차도 버거웠다. 흥분하면 열이 오르고 숨이 가빠졌다. 그저 침대에 겨우 기대어 방콕에서의 그 일을 곱씹고 또 곱씹어 볼 뿐이었다.

내가 침대 밖으로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될 때까지도 박평호는 돌아오지 않았다. 이 상황이 뭔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아 의사에게 영어로 된 신문을 부탁했다. 한국에 관한 기사는 거의 없었지만 한 가지는 알 수 있었다. 천수호는 여전히 쌩쌩하게 숨 쉬고 있었다. 세상은 참 비정하게도, 선악이나 정의 따위에 관심 없다는 듯 잘도 굴러가고 있었다.

 

한국으로 가야겠다.

내 군번줄이 사라진 것으로 보아 박평호는 날 죽은 걸로 위장한 것 같다. 그랬으니 내가 사경을 헤매며 여기 누워 있는 동안에 아무도 날 죽이러 오지 않은 거겠지. 나는 방 한구석에 남겨진 박평호의 가방을 뒤졌다. 피투성이가 된 내 셔츠와 권총, 지갑과 열쇠 같은 내 물건들과 함께 돈다발과 백지 여권이 들어 있었다.

 

군산항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여관방을 잡았다. 여정이 고됐는지 열이 펄펄 끓었다. 생전 어디가 아픈 걸 모르고 살았는데 그날 이후로, 내 몸은 내 몸이 아니게 되었다. 나는 마른 입에 진통제를 꾸역꾸역 집어넣었다. 방에 틀어박혀 신문과 뉴스를 한참 갈무리하고서야 나는 이 상황이 뭔지 알게 되었다.

박평호가, 죽었다.

방콕에서 천수호를 살린 영웅으로 일약 부상한 박평호는 안기부 부장으로 취임식을 하기 하루 전, 남해 모처에서 간첩과의 총격전 끝에 사망했다고 기사는 설명하고 있었다.

간첩이라니, 그것도 혼자서? 조국으로부터 버림받은 동림 주제에? 북에서 그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건가?

하지만 기사 그대로를 믿을 생각은 없었다. 안기부가 어떤 조직인가. 그들의 모든 행동은 정치적 이해득실과 깊이 관련되어 있으며 모든 비정치적 행동은 정치적으로 탈바꿈된다. 그러면 박평호의 죽음은 무엇인가. 정치적인 행위 끝에 일어난 결말인가, 정치적으로 탈바꿈된 비정치적 행위였을까.

 

나는 그가 마지막을 맞았던 장소를 찾아 남해로 갔다. 바람이 세차게 엉기고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작은 언덕이었다. 주변에 있는 거라곤 보리암이라는 작은 암자와 몇 채의 민가뿐이었다. 혈흔도 탄피도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아무것도 없는, 그와 아무 관계도 없었을 작은 시골 마을이었다. 나는 혀를 찼다. 그는 끝까지 자신과 어울리는 외로운 곳에서 혼자 죽어간 건가.

 

“수고하십니다.”

지갑 속에 있던 몇 장의 위장 명함은 여전히 유효한 도구가 되어 주었다. 나는 기자로 나를 소개했고, 마을 경찰은 그런 내게 이것저것 주억거리며 설명해 주었다.

“작은 마을 아입니까. 총성이 몇 번이나 울리니께 무장 공비라도 쳐들어왔나 싶어서 다들 짐 싸고 그랬다 아인교.”

“그래서, 현장은 어땠습니까?”

“사람 셋이 죽어 있었지예. 차 안에 하나, 차 밖에 둘. 셋 다 총을 쥐고 있었고예. 차 안에 있던 사람이 총을 한 대여섯 발 맞은 것 같더라고예.”

“차 안에 있던 분이…그 안기부 차장이셨나요?”

“뭐, 그렇다 하대예. 우리야 뭐 조사도 하기 전에 윗분들이 싹 나타나가 현장이랑 자료랑 다 정리해 갔으니까 뭘 알 수가 있나.”

“그 차, 번호는 기억하십니까?”

“하모예. 서울 1가에 9204였다 아입니까.”

 

나는 이제 어디로 가야 하나. 박평호는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죽어버렸는데. 나는 깔깔한 입에 담배를 물었다.

조유정.

머릿속에 문득 그 이름이 떠올랐다.

 

박평호와 조유정이 애인 사이가 아니라는 건 진즉에 알았다. 그날 그 식사 자리에서의 대화 내용도, 취조실에 와서 마이크를 부수며 조유정의 뺨을 때리던 그의 태도도, 단순히 제 여자를 대하는 태도는 아니었다. 그날 계단에서도, 박평호는 ‘간첩년’이라는 단어보다는 ‘붙어먹었다’라는 말에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간첩 주제에, 가족이라도 만든 건가. 간첩 주제에….

 

“조유정 학생은 지난주에 자퇴계를 제출했는데요.”

대석대 행정실 직원은 내가 누군지 묻지도 않고 선선히 대답해 주었다. 그녀가 조만간 사라질 것이라 짐작은 했지만, 힘이 쭉 빠졌다. 대체 이제 어디 가서 조유정을 찾는단 말인가. 북한? 일본? 아니면 제3국? 내가 아직 안기부 인력을 이용할 수 있었다면 출입국 기록이라도 훑었겠지만, 지금의 나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박평호…박 차장님, 대체 날 왜 살린 겁니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서울의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나는 그날을 천 번째 다시 떠올렸다. 그때 박평호는 내가 쏜 총에 옆구리를 맞은 상태였다. 날 향해 비척거리며 걸어오던 그의 몸은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보였다. 그랬던 그가 자신보다 더 큰 체격의 나를, 그것도 정신을 잃고 늘어져 있던 나를 어떻게 데리고 나왔을까? 그것 자체가 하나의 증명 아닐까. 나를 어떻게든 살리고 싶었다는?

하지만 대체 왜.

 

나는 이제 갈 곳도 없었다. 나를 살린 박평호는 이제 세상에 없었고, 박평호를 아는 유일한 사람인 조유정은 어디론가 사라졌다. 불 꺼진 박평호의 집 앞을 서성거리다 인적이 끊길 때쯤 그 집 안으로 숨어들었다.

박평호의 집은, 그야말로 박평호 그 자신 같았다.

안기부에서 이것저것 다 털어간 다음이겠지만, 집 안은 원래 그랬던 양 텅 비어 있었다. 소파, 침대, 책상 말고는 그럴듯한 가구도 없었다. 거실 구석에 놓인 화분 하나만이 잎이 누렇게 뜬 채 말라 있었다.

이 화분…. 나는 비틀거리며 화분 앞으로 걸어갔다. 익숙한 모양새의 화분이었다. 회사 앞 꽃집에서 파는, 종종 누가 승진하거나 취임하면 으레 사서 사무실 한구석을 장식하는 그런 화분. 화분마저도 남이 떠안겨 주는 대로…그걸 또 꽤나 정성스레 키우신 모양입니다. 박 차장님. 나는 마른 잎을 하나씩 떼어 내고, 싱크대에서 물을 받아 화분에 부어 주었다.

“어차피 박 차장님 무덤엔 못 가볼 것 같으니 이 물 한 잔으로 대신 하죠.”

빈집에 울리는 내 목소리가 낯설게 들렸다.

“난 뭣 하러 살리셨습니까.”

 

박평호의 빈집에서, 그의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해서인지, 그가 나오는 꿈을 꾸었다. 늘 방콕에서의 그날을 꿈에서 보곤 했지만, 오늘 꿈에서는 내가 정신을 잃은 후의 장면들이 생각이 났다. 묻혀 있던 기억인지, 그저 꿈일 뿐인지는 모르겠다.

 

나는 방콕 외곽의 그 의사 집 침대에 누워 초점이 맞지 않는 눈으로 실링 팬만 쳐다보고 있었다. 숨을 쉴 때마다 몸에 남은 파편들이 장기를 찔러오는 기분이 들었다. 내쉬는 숨소리가 마치 풍선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처럼 들렸다. 박평호는 그런 나를 한참 동안 바라만 보았다.

“너무 많은 사람을 잃었어.”

그는 한숨을 쉬고는 또 한참 말이 없었다. 저녁 햇살이 그의 얼굴에 깊은 굴곡을 그렸다.

“내 손에도 많은 피가 묻었어.”

그의 목소리는 바싹 마른 낙엽처럼 느껴졌다. 그 목소리에 깃든 감정은 후회일까 한탄일까.

“김정도.”

그의 손이 내 이마를 짚었다. 시원한 촉감이 반가웠다. 그리고 나는 눈을 떴다.

 

꿈에서 깼다.

심장이 조여들어 왔다. 아무것도 살아있지 않은 공간, 새어 들어오는 가로등 불빛 외에는 빛조차 없는 공간에서. 나는 고통에 몸부림치며 급히 상의 주머니를 뒤졌다. 잡히는 대로 약을 털어 넣고도 한참을 밭은 숨을 쉬며, 나는 침대맡에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이런 몸을 하고도…살라 하십니까.”

나는 멍하니 이 집에서 하루를 더 머물렀다. 조유정을 찾을 방법도 묘연해진 이상 이제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제3국으로 떠나거나,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죽어버리거나.

죽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뭔가 마음에 걸린다.

“너무 많은 사람을 잃었어.”

박평호의 목소리와 함께 눈앞에 많은 사람이 차례차례 떠올랐다. 그 해 광주, 작전 중에 죽었던 동료들, 고문으로 폐인이 된 사람들, 그리고 장철성, 최규창…박평호.

“저도 그렇습니다. 많은 사람을 잃었지요. 아는, 혹은 모르는 사람들을 말입니다.”

 

박평호의 집으로 향하는 골목 끝엔 포장마차가 하나 있었다. 박평호는, 퇴근길에 가끔 술을 마시고 싶었을까. 누군가를 잃을까 두려워 술을 마셨을까. 누군가를 잃은 상실감과 죄책감에 술을 마셨을까. 나는 포장마차의 비닐 장막을 들췄다.

“소주 한 병 주세요.”

내 목소리에 고개를 드는 건 포장마차 주인뿐만이 아니었다. 포장마차 안쪽에 앉아 혼자 술을 마시던 젊은 여자가 이쪽을 쳐다보고는 굳은 듯 멈췄다. 멍하던 머리에 불이 켜지듯 어떤 정보가 들어왔다. 조유정이다!

“조유정.”

내가 조유정을 알아보자마자 그 애는 곧장 일어나 포장마차 밖으로 튀어 나갔다. 안 돼. 이렇게 저 아이를 놓치면 다시는 찾을 수 없다. 나는 그녀를 따라 밖으로 나왔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제대로 뛸 수조차 없었다.

“제발! 제발 나 좀 도와줘.”

부상 이후 처음으로 소리를 쳤더니 기침이 터져 나왔다. 나는 사레가 들린 것처럼 기침을 쏟아냈고, 조유정의 발소리가 멀어져가는 게 느껴졌다. 젠장할…이 빌어먹을 몸뚱어리는….

기침이 멈추고 호흡이 서서히 진정되어갈 때쯤, 눈앞에 긴 그림자 하나가 멀찍이 멈춰 서는 게 보였다.

“…뭘 도와줘요.”

두려움이 섞인 목소리였다. 취조실에서 공포에 물들던 이 아이의 눈동자가 생각났다.

“얘기 좀 해. 부탁이야.”

“무슨 얘기요. 전 그쪽이랑 할 얘기 없어요.”

“박 차장님 얘기야.”

“아저씨 얘기요?”

 

다시 포장마차에 앉은 조유정은 소주병을 들고 자기 잔에만 따른 다음 홀짝 들이켰다. 싸가지가 딱 박평호 같다.

“박 차장님이 날 살렸어. 방콕에서.”

“왜요.”

“…모르겠어.”

우리는 한참 말없이 자기 몫의 술을 들이켰다. 참새가 구워지는 소리가 타닥타닥, 작게 들렸다.

“아저씨랑 여기서 술을 마신 적이 있어요.”

“나는 아저씨가 미웠어요. 아저씨를 괴롭히고 싶어서 학생운동 하는 친구들이랑 어울려 다니고, 잡혀간 친구들을 빼내 달라고 하고.”

“아저씨한테 독재자의 하수인이라는 말도 했어요.”

독재자의 하수인. 혈기 넘치는 대학생의 입에서 나온 그 단어는 그렇게 새로운 것도 없었다. 속내야 어쨌든 우리는 독재자의 하수인이었다. 하지만…이 아이의 입에서 나온 저 말을 들은 박평호는…꽤나 아팠을 것 같다.

“박 차장님이 뭐래?”

“화를 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아무 말 안 했어요.”

“…”

“나한테 뭘 하든 하고 싶은 대로 하랬어요. 걍 나쁜 사람들이랑 어울리지만 말라고.”

“자기가 무슨…부모야?”

내 말에 조유정이 피식 웃었다.

“저 아저씨한테 미친 척 아빠라고 불러본 적 있어요.”

“…”

“내가 왜 네 아빠야, 그러더라고요.”

“…”

“…그래 놓고 왜…”

조유정은 손에 얼굴을 파묻었다. 우는 것 같진 않았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담배를 꺼내 물었다.

“이제 어떡할 거예요?”

“모르겠다.”

“…”

“일단은 나가야지. 여기서 나는 이미 죽은 사람이니.”

 

이른 새벽, 인천항 화장실에서 세수하고 문득 거울을 보니 웬 낯선 사내가 서 있었다. 듬성듬성 섞인 새치, 아무렇게나 올라온 수염들, 푹 꺼진 뺨…안기부 국내팀 차장이었던 김정도는 이제 없었다. 몸에 박혀 있는 파편 때문에 가슴을 펴지도, 빨리 걷지도 못하는 껍질만 남은 어떤 남자가 있을 뿐이었다.

“대체 난 뭐란 말입니까.”

죽고 없는 박평호에게 말을 거는 게 습관이 되어 버린 듯, 나는 또 혼잣말을 한다.

 

깜빡거리는 형광등 하나만 켜져 있는 인천항 대합실에 앉아 나는 시계만 쳐다보고 있었다. 십 분 후, 저 배를 타면 나는 이제 다신 이 땅으로 돌아오지 못 하리라.

 

방콕으로 떠나기 전날, CIA 지국장과 했던 대화가 떠올랐다. <베드로 사냥을 멈추라. 한국을 떠나라. 가족들의 안전을 책임지겠다> 나는 모욕적이라는 한 마디로 그 제안을 일갈하고 나왔는데, 지금의 나는 왜 그의 말처럼 한국을 떠나고 있는가. 베드로 사냥은 실패하고, 나는 더 이상 김정도가 아니고, 박평호는 죽었다.

 

“저기요.”

담배를 물고 있는 나를 부른 건 조유정이었다.

“네가 왜 여기…”

내 물음에 조유정은 저 자신도 머쓱한 듯 외국 사람처럼 양어깨를 으쓱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요.”

“하고 싶은 말?”

조유정은 크게 숨을 내쉬고 나를 쳐다보았다. 박평호와 하나도 닮지 않은 눈, 하지만 어딘가 그를 떠올리게 하는 눈이었다.

“죽지 마세요.”

“…왜.”

“그냥…아저씨가 살리고 싶었던 사람이니까.”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한 번도 누굴 살리려고 노력한 적 없었다. 군인은 누군가를 지키는 사람이었으되 나는 잘못된 쪽에 서 있는 군인이었다. 소중한 것들이 파괴되는 걸 목격한 후엔 그것을 멈추기 위해 기꺼이 폭력을 선택했다. 나는 아무것도 돌아보지 않았고, 아무것도 가지려 하지 않았다. 어쩌면 박평호는, 박 차장님은 살리는 쪽에 서고 싶었던 걸까. 진창 깊이 발을 묻고도 하늘을 향해 손을 뻗었던 걸까.

“나도 부탁할 게 있어.”

“뭔데요.”

“박 차장님 집에 있는 화분…좀 키워 줘.”

조유정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뱃고물을 따라 하얀 물보라가 일었다. 검은 바닷물이 일렁거리며 물보라를 지워나갔다. 가슴에 파편이 잔뜩 박힌 사내 하나쯤 세상에서 지우는 건 일도 아닐 것이다. 강렬한 유혹이 일었다. 미련 따위 애초에 없었다.

하지만.

꿈속에서 내 이마를 짚었던 박평호의 시원한 손이 생각났다. 그가 살리고자 했던 것들이 떠올랐다. 화분 하나, 조유정,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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