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사내가 덜컥 깨어났다. 그는 휘청거리는 눈을 다잡고, 식은땀으로 축축한 손에 얼굴을 묻었다. 로버트 밀러. 그는 꼬박 몇 해 째 악몽에 갉아먹히고 있었다. 그의 악몽은 언제나 끝이 같았다. 부모님의 죽음으로 시작하든, 스티븐과 마거릿의 죽음만을 보여주든, 모든 악몽은 그를 갉아먹고자 했다. 뇌 스스로 자신을 자근자근 짓밟고 나면 어김없이
불행이 길었다. 무너지는 바닥에 남자는 속절없이 추락했다. 그는 귓가로 쏟아지는 비명에 신음하였다. 평범하고 긴 불행. 남자는 제 삶을 그리 평가하였다. 부친과 모친의 죽음, 한 차례의 전쟁. 그리고 한 번의 복수와 한 번의 자해. 겹쳐놓으니 드물게도 거대한 불행이었다. 그러나 남자는 불행의 특수성에 신음하지 않았다. 그를 무너뜨린 것은 한 번의 특수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