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이면
후두둑. 풀숲 위로 선혈이 낭자하다. 그 가운데 선 검고 흰 것은 제 손을 더럽힌 붉은 것을 검은 혀를 내어 천천히 핥아올렸다. 비릿하구나. 가난한 이의 맛이 나. 그럼에도 생과 사는 이리도 선명하여서. 듣기 좋은 낮은 음색이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그는 파드득 경련하며 죽어가는 것을 무감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는 어느 때엔가 뱀이다! 라며 장난스레 외쳐
정말이지 이상한 날이다. 호단은 달력을 갉작이며 제 볼을 꾹, 꼬집어 늘려보았다. 아야야… 호단은 곧 발갛게 된 뺨을 부여잡고는 몸을 웅크렸다. ……생시였다. 이것 다, 꿈이 아닌 생시였던 것이다. 호단은 그제서야 얼굴이며 귀부터 목덜미까지 죄 붉게 붉히고는 요상한 소리를 내었다. 어딘가 붕 뜬 감각에 호단은 몸을 파르륵 떨었다. 어느샌가 튀어나온 귀가
바르르 떨리는 손이 흐릿한 시야 너머의 뺨을 쓰다듬었다. 눈을 깜빡여봐도 줄줄 흐르는 것이 눈물인지 퍼런 점액인지 알 수가 없었다. 내 눈일까? 혹은 오라비의 눈일까? 푸르게 얼룩진 낯이 배시시 웃음을 머금었다. 덜걱거리는 꼴은 사람 아닌 죽은 것에 가까웠지만, 아직 머리가 울려대고 있으니 나는 아직 살아있을 것이다. 그럼. 내 서방 홀아비 만들 수는 없
밤 부엉이가 조용히 우는 밤, 호단은 애꿎은 머리를 헤집으며 나무 위에 올라 앉았다. 얼마 뒤면 새벽이 찾아올 텐데도 잠은 오지 않았다. 이상해, 이상하다구. 간헐적으로 오르는 열기가 문제였던 걸까? 하지만 강물에 뛰어들었던 것이 몇 시간 전에, 차가운 물을 머리부터 맞은 것은 직전임에도 열은 잘 식지 않았다. 이제는 손끝까지 뜨거울 지경이었다. 호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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