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이 눈을 떴을 때 기생은 사라지고 없었다. 피를 너무 흘렸던 탓인지 머리가 어지러웠다. 간신히 몸을 일으킨 모던은 바닥에 떨어진 이불을 주울 새도 없이 방 안을 둘러보았다. 혹시나 기생이 어디에라도 숨어있을까, 싶어서였다. 그러나 기생은 어디에도 없었다. ‘역시 그럴 리 없지….’ 모던이 휘청거리며 소파에서 일어났다. 피로 흠뻑 젖었던 소파가 빳빳하게
기생은 조심스레 문을 열고 안으로 발걸음을 내디뎠다. 영업 중이었음에도 살롱은 어둑했다. 먼지 냄새와 담배 냄새, 기름 냄새가 뒤섞여 향긋하다고는 못할 향이 났지만 살롱이라는 장소의 특성상 원래 그런 것이겠거니, 싶었다. 그만큼 ‘살롱'은 기생에게 낯선 곳이고, 낯선 존재였다. 그 역 또한 마찬가지라, 이름은 모르나 얼굴을 아는 이들과의 거대한 고독을 즐기
화선관을 찾는 이들은 '제국'에 우호적인 이들이 대다수였다. 정보를 목적으로 연 곳이니만큼 기생에게는 그만큼 다행스러운 일이 없었으나, 그렇다고 역할 때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이리저리 피하기가 무섭게 아예 화선관에 죽치고 앉았다는 소식을 듣고 어쩔 수 없이 얼굴을 비치자마자, 저를 앉히고 신이 나 떠들어대는 경성부 민생부장 같은 치가 그랬다. 화신상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