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어들이 서로를 알아볼 수 있는 신체적인 표식 따위 없다. 눈물도 땀도 없는 건조한 물고기들이 완전한 인간(우는 인간)이 되는 방법은 없다. 그러니 열심히 인간을 흉내내시길. 아무리 바다를 좋아하는 사람 앞이더라도 섣불리 아가미를 드러내지 마시길. - 아가미. 양쪽 귓바퀴 뒤, 은밀하게 갈라진 절개선. 물 안에 들어가면 그것들이 빠끔 벌어지며 선득한 느낌을
서울 한복판에서 열리는 슬픔의 축제. 수족관이 야간개장 따윌 하지 않는 이유는 그보다 큰 돈벌이가 있기 때문이다. 삶에 지친 치어들이 이름도 달아두지 않고 하나둘 모여든다. 해수를 채운 거대한 탱크 안으로, 인간도 물고기도 되지 못한 것들이 풍덩풍덩 빠져든다. 인간의 팔다리처럼 가느다란, 아니 인간의 팔다리와 구분할 수 없는 지느러미를 아느작거리며 그들만의
소금기 어린 공기가 달갑게만 느껴졌다. 망망한 바다의 수평선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나 자신을 잃을 수 있었다. 거센 바람 탓에 파도가 높게 올랐다. 철썩거리는 소리가 불규칙적으로 울렸다. 귀를 에는 추위에도 돌아갈 마음은 들지 않았다. 육지에서 멀어져, 바다로, 바다로…. 누군가 계속 주문을 외기라도 하듯, 굽 없는 구두에 젖은 모래가 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