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포음> 02
서울 한복판에서 열리는 슬픔의 축제. 수족관이 야간개장 따윌 하지 않는 이유는 그보다 큰 돈벌이가 있기 때문이다. 삶에 지친 치어들이 이름도 달아두지 않고 하나둘 모여든다. 해수를 채운 거대한 탱크 안으로, 인간도 물고기도 되지 못한 것들이 풍덩풍덩 빠져든다. 인간의 팔다리처럼 가느다란, 아니 인간의 팔다리와 구분할 수 없는 지느러미를 아느작거리며 그들만의 무도회가 펼쳐진다. 흔들흔들. 텁텁한 먼지도 건조한 시선도 존재할 수 없는 바닷물 안에서 마음껏 유영하는 치어들. 소수의 직원들은 타는 듯한 갈증을 삼키며 주변을 지킬 뿐이다. 과하게 흥분한 치어가 수조 밖으로 튀어올라 골절상을 입지 않도록.
….
그렇게 관객도 음향도 없는 무대가 한참 이어진다. 치어들은 서로를 증오하면서도 서로를 위로한다. 개체수에 비해 턱없이 좁은 수조 안에서, 비늘이 없어 은빛도 푸른빛도 되지 못한 살덩이들이 엉기고 눌린다. 추하고 슬픈 나체의 덩어리. 그 동족상잔과 같은 모습을 본 직원들은 파란 모자를 푹 눌러쓰고 끈적한 혐오를 눌러 삼킨다. 좁고 좁은 직육면체의 세계. 어둠 속에 슬픈 표정을 숨길 수 있음에 안도하는 치어들. 간간이 첨벙거리는 소리가 울린다.
…그리고 동이 틀 무렵, 직원들은 두꺼운 아크릴 벽을 꽝꽝 두드린다. 빈 수조는 그들이 물 속에 흘린 땀과 눈물로 수위가 높아진 채다.
해가 질 무렵과 달리, 옷을 주워 입는 치어들은 감히 인간의 말을 하지 않는다. 오직 트럼펫 소리 같은 울음소리만이 탈의실 안을 채운다. 우우우우, 우우우우…. 늑대 떼의 합창처럼, 한 명의 울음은 다른 치어들의 울음으로 번진다. 해수 밖에서는 눈물도 땀도 흘리지 않는 괴물들은 그렇게 서로를 거울 삼아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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