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빛 구름이 흘러 비가 되어 내렸다. 아프지 않게 피부에 박혀 드는 빗방울은 어딘가 상냥한 구석이 있었다. 우산을 쓰는 게 좋지 않을까 물었지만 곧 그칠 비라 했다. 그걸 어떻게 아냐고 물었다. 기사의 직감이라는 말이 돌아왔다.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 말을 믿고 기다렸다. 거짓말처럼, 잠시 후 비가 그쳤다. 나른한 풀 벌레 소리가 깊어지고 물기 어
그러고 보니 어제 그 신이 나에 대해 좀 아는 것 같았지. 나도 꽤 오래 살았는데 그동안 내 동족을 한 번을 못 봤단 말이지. 아니 동족의 특성 상 어느 정도는 숨어살 수 밖에 없어서 그런가? 특별히 서로 알아볼만한 표식같은 것도 없으니. 그래도 한때 어르신이라 불렸다 하니 한 번 찾아가보자. 어제 내 인형을 쥐어줬으니 냄새가 아직… 남아있네. 냄새를 따라
“예, 제가 죄인입니다. 인정하죠. 하지만 그쪽이 먼저 수상하게 굴었잖습니까! 하다못해 본명이든 뭐든 작은거 하나라도 알려줬으면 믿어보려는 노력이라도 했을 텐데, 알려주기는 커녕… 애초에 저희 처음 만났을 때도 협박으로 만났지 않습니까!” 뭔가 억울했는지 제법 격정적이고 빠르게 글을 써내려갔다. ‘내가 밥해주고, 청소해주고, 빨래해주고 다 해줬더니 뭐? 믿
“저기… 일단 저희 이 식칼 좀 치우고 얘기하면 안될까요…?” “헉… 허억… 지켜달라, 해서… 지켜… 주었더니… 날, 죽이려, 한 놈이랑… 무슨…” 그렇기는 한데… 아니, 솔직히 본인이 생각해도 본인이 수상한 거 알 거 아니야. 심지어 언제든 나 죽일 수 있다고 공표하고 내 집에 들어왔잖아! 그렇게 들어왔으면 적어도 자신의 무고함을 입증하려는 노력이라도 했
“어째서라… 물론 지금이야 힘이 많이 약해져 이런 어린아이의 모습이지만, 네 생각보다 내가 오래 살았단다. 믿기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내 한때는 어르신이라 불렸다.” 신에게 있어서 겉모습으로 보이는 나이란 곧 힘을 상징한다. 그러니 신들 사이에서 어르신의 호칭은 단순히 존중의 의미를 넘어선 존경과 경외심을 담은 호칭이다. 그런 신이 이런 어린 모습이라니..?
꿈 속인가… 아무리 꿈 속이라도 어느 정도는 인과관계를 보여주는 무언가라도 보여주는 법인데 정말 뭣도 없이 손님이 아마도 친구 분을 무표정으로 밀어버리고는 계단을 굴러 쓰러진 모습을 그저 무감각하게 바라보는 장면 뿐이로군. 다른 곳을 찾아보려 해도 이곳 외에는 벽에 막혀 갈 수 없는 모양이고. 적당히 기다려보아도 신께서는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실 생각이 없는
이불을 나란히 2채를 펼치고 손님을 한 쪽에 눞혔다. 잠시 나갔다 올테니 주무시라 이르고 불을 껐다. 원래 이 부분은 탐정 친구에게 맡겼지만 돈도 들고 번거러우니 밖의 거실에 누워서 흑백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 살인마를 불렀다. 상대방의 목숨을 파리 목숨처럼 다루는 이 인간에게 내 몸뚱아리를 맡기는 것이 괜찮은가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었지만 달걀을 낳아주는
“꿈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말씀해 주시겠어요?” “그러니까… 이게 꿈도 뭔가 좀 이상한게, 제가… 친구를 계단에서 밀어버리더라고요? 저 진짜 친구한테 악감정 같은 거 하나도 없는데!” ‘이상하군. 보통 신벌은 외부적인 요인에 의한 것이지, 직접적으로 간섭할 수는 없는 법인데.’ 동감하는 바이다. 친구에게 악감정이 있다면 굳이 여기까지 찾아올 이유도 없을테니
* L‘amour, c’est de la foile (사랑은 정신병입니다) 웹발행 포스트입니다. * 소장본 작업 과정에서 오타 및 비문 수정을 진행하여, 웹연재와는 다소 다른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내용은 동일) * 당시 웹연재 되었던 작품 4개와 (일시적 게이 서비스, 도베르만, 아틀라스, 네 말에서 소주향이 나서) 신작 2개를 (키스의 정석,
1. "미사카―." "어, 무슨 일이야?" 아침 식사를 마치고 나가려던 미코토를 붙잡은 것은 시중을 들고 있던 메이드 견습생 츠치미카도 마이카였다. 마이카는 품에 들고 있는 종이 뭉치를 미코토가 식사했던 탁자에 올려두며 이것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뭔데 뭔데? 궁금증이 배어 있는 듯한 억양으로 상체를 앞으로 기울이며 의자를 바짝 당겨 다시 자리에
으아~ 피곤해! 나중에 어른이 되서 직장을 다니게되면 내 개인적인 시간도 줄어들어서 놀시간이 없을텐데 왜 계속 놀지도 못할텐데 그놈의 공부! 공부! 공부! 으 지겨워. 학교가 끝나면 수학학원을 하고, 그리고 영어학원을 가고 집에 들어가면 밤 11시가 될테지… 한시간 숙제를 하고 12시에 잠들면 난 언제 놀수 있는거야? 학원을 째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편
김영원은 아침 해가 뜰 때쯤 암막 커튼을 치고 잠이 들고, 저녁 해가 기울 때쯤 암막 커튼을 걷으며 잠에서 깼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짙은 것만 같은 꿉꿉한 방 안 공기에 왠지 모를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창문을 여는 것은 덤. 주변의 누군가가 말했다. [제발 밖에 좀 돌아다녀.] 하지만 창밖의 세상은 언제나 어두웠다.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어두운 밤길을 어
“신님! 미쳤어요?! 어떻게 계약할 사람이 없어서 사기꾼이랑 계약을 해요!” “어허, 그렇게 개념보고 차별하면 안돼.” “아니, 그럼 계약서라도 좀 꼼꼼히 읽던가요! 갚을 능력 판단을 그 사기꾼이 하면 노동력으로 값는다는 조항이 무슨 의미가 있는데요! 또 신력은 왜이렇게 많이 빌려줬어! 나중에 그 신이 그걸로 뭘 할 줄 알고! 책임질 자신 있어요?!” “에
으음~ 다 좋은데 영 빈틈이 안 보인단 말이야. 그냥 달려들기엔 진짜 내가 죽을 거 같고. 내버려두자니 괜히 불안하고. 그냥 차라리 듣지 말 걸 그랬나? 생각해보니 아무리 수상해봐야 내가 뭘 어떻게 할 수 있는 인간도 아닌데 그냥 즐기기나 할 걸. “요 며칠 왜 자꾸 힐끔힐끔 쳐다봐?” “잘생겨서요.” “그건 나도 아는데 거짓말 하지 말고.” “솔직히 말해
타르타르 치킨을 만들어 저녁에 먹었습니다 맛있었습니다! 😊
* 무간도 양금영×진영인 * 첨밀밀 여소군×샹치(MCU) 웬우 1. 어제보다 오늘이 더 고된 하루인지, 내일은 오늘보다 여유로울지 퇴근하는 당사자들은 아무것도 장담할 수 없다. 아침은 든든하게 먹었으나 오랫동안 추적해 온 지명수배범은 영인의 점심시간을 길바닥에 쌀국수 엎어버린 듯 날려버렸고 금영은 웬 정신 나간 놈(이성은 있지만 제 주
열린 창문 틈 사이로 부드러운 봄바람이 스며 들어온다. 어두운 밤의 향기를 머금은 공기는 기분 좋은 상쾌함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단 한 사람만은 그 상쾌함을 마음 놓고 만끽할 수가 없었다. 모두가 퇴근한 늦은 밤. 호다카 디에루는 사령관실에 남아 어떤 사건에 대한 시말서를 수도 없이 써 내려 가고 있었다. “또 시말서가 한가득, 아아. 절대
“어, 왔냐?” 이래저래 소원 이뤄주기 위해선 다양한 정보가 필요하기에 정보를 물어다줄 탐정, 그러니까 흥신소 친구를 찾아왔다. 참 여러모로 유능한 친구라,죽을때까지 친구하다가 마지막에 영혼을 꼭 얻고 싶다. 만약에 멀어진다 싶으면 그냥 내가 죽여서라도. “최근에 나 인간 하나 키우고 있는 거 알죠?” “어어, 알지. 안 그래도 묻겠다 싶어서 미리 조사해놨
낡은 지팡이 하나에 기댄 몸이 기우뚱거린다. 손 때가 타 거뭇해진 지팡이를 주름이 자글자글한 손으로 힘껏 쥐어 몸을 일으킨다. 아이고, 되다…. 절로 앓는 소리가 난다. 마르 수코는 세월의 흐름을 두 달에 한 번은 느끼는 것 같았다. 한 달이 흐르고 두 달이 흐르면 몇 년은 전처럼 느껴지는 몸상태가 그립곤 했다. 선선한 바람이 휘 불어온다. 운동하다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