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달링
…오래전에 세상은 멸망했다. 여기서 말하는 ‘세상’은 지구라는 행성의 이름으로 치환된다. 오랫동안 존재해온 별인만큼 멸망의 속도는 단시간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기온이 올라가고, 숲이 부서지고, 강이 밑바닥 깊은 곳으로 갈라졌다가 바다가 하늘까지 덮을 만큼 넘실거렸다. 눈보라와 비바람이 인류가 만든 것들을 으깨고 후려치고 걷어찼다. 잠잠해진 이
* 무간도 양금영×진영인 은밀하고 치열한 삶의 반동이다. 영인은 이따금씩 끝없는 우울에 빠져들었다. 부서져라 누르는 것도 아니고 무중력 상태처럼 둥둥 떠다니지도 못한다. 누군가가 괜찮으냐고 어디 아프냐고 물으면 영인은 누구에게나 있는 그런 때라며 웃었다. 하지만 속으로는 비 올때쯤 팔다리가 쑤신 것보다 더 갑갑할 것 같다고, 금영만이 영인의
무간도 양금영×진영인 비가 온다더니 구름은 눈치라도 살피는 듯 싹 사라지고 화창하기만 하다. 내일은 전국적으로 비가 온다는 어제의 일기예보 대신 민망해질 지경이다. 구름이 별 모양이든 강아지 모양이든 양금영에게는 중요하지 않아서, 어느 영화에 나온 것처럼 반듯한 옷차림에 머리도 한 번 더 단정하게 다듬는다. 인물도 좋고 키도 훤칠하고 이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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