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살인범 무서워하는 식인 인외

연쇄살인범 무서워하는 식인 인외 12

싸움

“예, 제가 죄인입니다. 인정하죠. 하지만 그쪽이 먼저 수상하게 굴었잖습니까! 하다못해 본명이든 뭐든 작은거 하나라도 알려줬으면 믿어보려는 노력이라도 했을 텐데, 알려주기는 커녕… 애초에 저희 처음 만났을 때도 협박으로 만났지 않습니까!”

뭔가 억울했는지 제법 격정적이고 빠르게 글을 써내려갔다.

‘내가 밥해주고, 청소해주고, 빨래해주고 다 해줬더니 뭐? 믿음을 안 줘? 수상한걸로 따지면 네가 훨씬 더 수상하지!’

“음… 그것… 도 인정하는 부분입니다. 그래서 나중에라도 마음 바꿔서 도와줬지 않습니까!”

‘이게 끝까지 뻔뻔하네! 사람 죽이려 해놓고 안죽이면 다냐?!’

“그… 솔직히 죽인 걸로는… 그 쪽이 뭐라 할 입장이 아니지 않나요? 그쪽도 저 처음에 죽이려 했으면서…”

“ 난 겁만…! ..!!”

말하면 베인 목이 벌어지는건지 또 스멀스멀 피가 올라왔다. 열받아 하면서도 붕대 다시 갈고 다시 공책에 끄적거렸다. 참, 손재주가 좋긴 좋아. 붕대 감는 속도 하며 저 빠른 속도로 글씨체가 저렇게 잘 쓴다니…

‘난 겁만 줬지 진짜로 죽이려는 행위는 안 했어!’

“당사자가 그리 느꼈으면 그건 협박인거죠! 궤변입니다!”

내 말을 듣고 연필을 뽀각하고 부러뜨려버렸다. 역시 방금의 그 힘하며 인간의 힘 같지는 않은데… 진짜 얘도 인간이 아닌거 아냐? 과거 기록이 없는 것도 그렇고, 나에 대해 알아도 너무 침착한 것도 그렇고, 인육도 너무 아무렇지 않아하는 것도 그렇고… 어, 나열하고 보니 진짜 나랑 동족인거 아니야?

내가 고민하는 사이 혼자 화를 삭힌 살인마는 침착하게 공책에 무언가를 또박또박 또 연필 부러질세라 썼다.

‘혼자 잘 살아봐라’

“원래 혼자 잘 살았는데요…”

마지막까지 연필을 한 번 더 뽀개고 저벅저벅 밖으로 나갔다. 이대로 보내면 다신 안 돌아올 것 같은… 그럼 좋은 거 아닌가? 애초에 수상해서 죽이려 했던건 나였고, 오래 본 것도 아닌데 뭐…

“… 잠깐만요!”

뭐냐는 듯 눈썹을 찡그리며 내게 돌아보았다. 진짜 이런 말까지 하기는 싫었는데… 하아…

“이거… 풀어주고 가야죠. 저 혼자 못 풀어요.”

이번에야말로 못 참겠다는 듯이 칼을 확 들었다. 나도 움찔했는데 정말 죽일 생각은 없었던 건지 손만 부들부들 떨고는 표정만 오만상 찌푸렸다. 수많은 감정이 교차하며 눈을 꼭 감고 칼을 내렸… 우왁! 바로 뒤로 몸을 날렸다.

“안 죽인다면… 어? 풀어졌네…”

이번에야말로 휙 돌아서며 나가버렸다.

… 진짜 나가나? 애초에 저 인간 돈 없다고 나한테 취업시켜달라고 온 거 아닌가. 여기 들어올 때도 그렇고 아무것도 없을텐데 나가서 어떻게 먹고 살려고. 에잉 뭐, 배고프면 어련히 알아서 기어들어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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