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살인범 무서워하는 식인 인외

연쇄살인범 무서워하는 식인 인외 11

누구라도 좀 도와줘...

“저기… 일단 저희 이 식칼 좀 치우고 얘기하면 안될까요…?”

“헉… 허억… 지켜달라, 해서… 지켜… 주었더니… 날, 죽이려, 한 놈이랑… 무슨…”

그렇기는 한데… 아니, 솔직히 본인이 생각해도 본인이 수상한 거 알 거 아니야. 심지어 언제든 나 죽일 수 있다고 공표하고 내 집에 들어왔잖아! 그렇게 들어왔으면 적어도 자신의 무고함을 입증하려는 노력이라도 했어야 되는 거 아니야?

… 물론 이 집안 꼴로 입증한 거 같기는 한데… 그래서 중간에 마음 바꾸고 도와줬잖아! 하지만 이렇게 말했다간 진짜로 죽겠지. 하아…

“… 그으… 거는 미안합니다… 그래도 일단 저기 손님도 돌려보내야 하고… 괜히 지금 몸 상태도 안 좋은데 수상하게 보였다가는 그쪽한테도 안 좋지 않을까요? 칼도 쥐여드릴꺼고… 그래, 제 손목도 순순히 묶일 테니까 일단 손님 보내고 다시 이야기 하면 안 될까요? 저기 거실에 상비약 있으니까 그걸로 치료도 좀 하시고… 아니, 병원을 가야 하나…”

진짜 상태가 안 좋은건지 한 번만 더 믿겠다는 건지 순순히 내려와 칼은 놓치 않은 채로 살인마의 감시하에 주변을 청소하고 묻은 피는 바로 해결이 안되서 그냥 옷 갈아입고 최대한 침착하게 손님을 깨웠다. 바로 눈 뜨는 걸로 봐서 신이 어느 정도 강제로 재웠던 모양이다.

“헉! 진짜 너무 잘 자버렸다! 그래서, 어떻게 된 건가요?”

“그 친구 분과는 보통 어디서 만나셨나요?”

“어어… 그냥 공터에서…”

“그 친구 분은 아무리 늦은 시간이라도 먼저 집에 돌아가는 법이 없지 않았나요?”

스스로도 무언가 짐작하고는 있었는지 내가 질문을 건낼 때마다 낯이 어두워지며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신의 이야기를 들으니 아이의 사연은 대강 머릿속에 그려졌다. 신기가 워낙 좋았던 아이는 봐서는 안 될 것들을 보았고, 그것으로 인해 안그래도 친구 관계에 예민할 시기의 아이들이니 이상한 아이와 엮여 자신도 이상한 아이로 보이고 싶지 않았겠지.

그렇게 서서히 혼자 남긴 아이에게 다가선 보여선 안 될 아이. 그 뒤는 뻔했다.

“그 친구 분은… 이미 저기 위로 올라가서 이제는 없어요. 지금 만나고 있는 것은 친구 분의 껍데기를 쓴 못된 귀신일 뿐. 그러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 그치만… 진짜… 같았는데…”

감이 좋은 걸까… 뭐, 껍데기만큼은 진짜이긴 하지.

“그럼 이렇게 할까요? 제가 부적을 하나 드릴께요. 이 인형을 친구분 근처에는 가져가도 괜찮은데 만약에 친구분이 아니라면 못된 귀신을 태워버릴거에요.”

“태, 태우기까지 해요..?”

“네, 못된 귀신은 화형시켜버려야죠. 물론 친구분이라면 괜찮으실테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답니다.”

“… 고마워요… 아, 참… 그게 제가 돈이 없는데 혹시 다음번에…”

이제 겨우 학교다닐 나이인거 같은데 벌써부터 돈에 대한 개념이 확실하게 박혀있네.

“괜찮아요. 이거 얼마 안 하니까 그냥 가져요. 정 고마우면 다음번에 저 놀아주러 와 주세요.”

“고맙습니다!”

아이가 고개를 꾸벅 숙이고 후다닥 달려갔다. 말도 없이 외박했는데 괜찮으려나… 저 인형에 작은 귀신 하나라도 넣어둘걸 그랬나-

무릎을 탁탁 털고 일어나 뒤로 돌아보니 애써 잊고있던 살인마가 그새 목에 붕대를 감은채 어디서 찾은 건지 공책과 연필을 들고 서 있었다. 혹시나 칼은 두고 온 건가 싶었지만 옆에 잘 챙겨두고 있었다. 흠, 그냥 손 묶인 채로 도망… 안돼… 내가 이것들을 어떻게 모았는데… 하…

살인마가 공책에 뭔가를 끄적거리고는 나에게 보여줬다.

‘얘기하자며. 지껄여봐.’

… 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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