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살인범 무서워하는 식인 인외 13
손끝만 스쳐도 인연
그러고 보니 어제 그 신이 나에 대해 좀 아는 것 같았지. 나도 꽤 오래 살았는데 그동안 내 동족을 한 번을 못 봤단 말이지. 아니 동족의 특성 상 어느 정도는 숨어살 수 밖에 없어서 그런가? 특별히 서로 알아볼만한 표식같은 것도 없으니.
그래도 한때 어르신이라 불렸다 하니 한 번 찾아가보자. 어제 내 인형을 쥐어줬으니 냄새가 아직… 남아있네.
냄새를 따라 길을 나서니 도착한 곳은… 공터? 뭔지모를 공 같은게 굴러다니는 걸 보니 애들이 노는 곳인가. 결국 인형들고 여기까지 왔었나보군. 그런데 왜 그 애는 없…
고개를 돌리자 엿을 물고 있는 살인마와 눈이 딱 마주쳤다.
“댁이 왜 여기에 있어요?”
‘내가 할 말이다만.’
생각해보니 저 인간 한테도 내 냄새가 붙어있겠군. 이 생각은 못 했다. 다시 찾아봐야겠군. 마저 찾으러 가려는데 또 어디선가 연필을 구해왔는지 공책에 무언가를 끄적끄적 적었다.
‘이제 내 필요성을 좀 깨달았냐?’
“그냥 잘못 찾아온건데요.”
웃기는 인간이군.
그렇게 길을 5번째 찾았지만 5번째 다 이 살인마가 나왔다.
“이 미친 인간아! 너 일부러 그러지! 적당히 좀 돌아다녀!”
‘내 맘인데. 상관 끄시지?’
“그렇기는 한데..!”
“언니..? 설마 지금 다 큰 어른들끼리 싸우는 거에요?”
그렇게 찾아도 안 보이더니… 아니다, 그래 찾은 게 어디야. 그때는 정신이 없어서 뭘 물어보지도 못 하고 끝났지만 오늘은 꼭 집주소 알아내고 간다.
“아니에요. 참, 그 인형 잘 들고 다니나봐요.”
“네, 아 이거 가끔 아무도 없을 때 움직이고 말도 하던데 언니가 넣은 기능이에요?”
“음, 뭐 그렇죠.”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들이 잘 깃들 뿐인 인형이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런 효과를 내기도 하니까.
“그런데 여기서 뭐해요? 여기 그냥 비어 있어서 할 일 없는 애들이나 놀러 오지 어른들이 올만한 곳은 아닌데.”
애가 참 똘똘한 것이 정곡을 잘 찌르는군. 그래도 오늘만큼은 명확한 이유가 있으니까! 본론에 들어가기 앞서 무릎을 구부려 아이의 눈높이를 맞췄다.
“이 인형한테 물어볼 게 있어서 좀 빌려가도 될까요?”
“괜찮기는 한데… 얘가 절대로 자기 다른 사람한테 주지 말라고 했어요.”
[아이야, 이 사람은 괜찮단다. 잠시 저 망나니랑 놀고 있으렴. 조금만 얘기하다 가마.]
신의 말에 아이는 냉큼 인형을 잘 부탁한다며 나에게 넘기고 저 살인마에게 천연덕스럽게 말을 걸었다. 저 나이 애가 글을 잘 읽었던가? 뭐 기본적으로 사람을 잘 돌보는 인간이니 잘 놀아주겠지.
[그래, 궁금한 게 많을테지. 뭐부터 말해줄까.]
내 존재에 대해서는 수천년 간 살아오며 어느 정도 정의도 내리고 받아들인 상태다. 나도 허송세월로 살아오지만은 않았으니. 그럼에도 끝까지 놓을 수 없었던 물음.
“저 말고도 제 동족을 보신 적 있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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