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WOL mail :: two.one.month@gmail.com 그림 :: 쟈쟈 mail :: 8iamonju8@gmail.com
산명수려한 풍광 속 못 위로 꽃잎이 하느작거리며 내려앉는다. 그 가운데 부드러운 빛의 머리칼을 붉은 끈으로 질끈 동여맨 어느 소저 하나가 중심을 차지하고 앉아 있었다. 못 위에 떠 있는 팔각정자 안 쭈그려 앉은 채 무릎을 끌어안고서. 그리고 그사이에 고개를 묻고 있다. 연분홍 꽃잎 흩날리듯 무게감 없이 나풀거리는 계절과는 맞지 않게, 소산의 기분은 밑
좋은 비단옷을 차려입고는 무슨 험한 일이라도 휘말렸는지 자세히 보면 말끔하지 못한 꼴을 한 남자와 그의 시중을 드는 듯한 꾀죄죄한 소년, 그리고 천을 드리워 얼굴을 가린 키 큰 남자가 길을 걷고 있었다. 야화객잔에서 양잠 아들 패거리와 싸우고 도망친 제헌과 소지, 그리고 설 일행이었다. 투덜거리기도 지친 듯 웬일로 말 없이 한참 걷더니만 무슨 생각이 들
제헌의 뒤에 선 이는 키 뿐만 아니라 골격도 훨씬 커서 뒤에서 저리 팔을 뻗으니 제헌이 그 사람의 품이 파묻힌 꼴이 됐다. 제헌은 누구인지 짐작하면서도 순간 뒤를 돌아볼 뻔했다. 흠칫했으나 제헌은 돌아보지 않고서도 직감적으로 그가 누군지 확신했다. 물론 상황상으로도 설이 아니면 다른 사람이 없기는 했다. 제헌의 뒤에서 넉넉하게 팔을 뻗은 설이 잡은 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