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딜로
좋은 비단옷을 차려입고는 무슨 험한 일이라도 휘말렸는지 자세히 보면 말끔하지 못한 꼴을 한 남자와 그의 시중을 드는 듯한 꾀죄죄한 소년, 그리고 천을 드리워 얼굴을 가린 키 큰 남자가 길을 걷고 있었다. 야화객잔에서 양잠 아들 패거리와 싸우고 도망친 제헌과 소지, 그리고 설 일행이었다. 투덜거리기도 지친 듯 웬일로 말 없이 한참 걷더니만 무슨 생각이 들
제헌의 뒤에 선 이는 키 뿐만 아니라 골격도 훨씬 커서 뒤에서 저리 팔을 뻗으니 제헌이 그 사람의 품이 파묻힌 꼴이 됐다. 제헌은 누구인지 짐작하면서도 순간 뒤를 돌아볼 뻔했다. 흠칫했으나 제헌은 돌아보지 않고서도 직감적으로 그가 누군지 확신했다. 물론 상황상으로도 설이 아니면 다른 사람이 없기는 했다. 제헌의 뒤에서 넉넉하게 팔을 뻗은 설이 잡은 손을
천장에 창을 만들어 비스듬히 빛이 비쳐 들어오고 중앙에는 엇갈리듯 만들어둔 지붕 사이로 하늘이 보였다. 실내인데 하늘을 볼 수 있다니 신기하긴 했다. 3층 높이에 만들어진 중정에는 작은 폭포와 검은 나무를 깎아 만든 수로까지 있었다. 연못은 없지만 몇 개 수반과 이어진 수로가 있어서 기가 막힌 볼거리였다. 큰 수반엔 하얀 자갈을 깔아두었는데 둥근 자갈
소지가 소개한 약방은 그들이 머물던 마을을 벗어난 장소에 있었다. 걸어가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생각보다 멀리 나와 도착한 곳은 번듯하게 조성된 마을이었다. 건물이며 길이며 생긴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았다. “보통 이런 걸 약방이라고 부르나?” 별로 크지도 않은 고을에 심지어 중심지에서 멀리 있는 약방이라 하기에 자그마하고 허름하며 손때탄 흔적이
설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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