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해 일지

02.

삭망 by 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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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번 염수 탱크의 필터를 수리하고 왔습니다. 따지고 보자면 이 정보는 서사 없는 기록의 일부로 편입되어야 할 터이나, 오늘 기록의 서두와 맞닿아 있기에 기입합니다.

필터를 수리하다 손을 다쳤습니다. 그 바람에 손등에 자라고 있던 얇은 비늘 세 개가 떨어져 나갔습니다. 비늘의 유무로 동족을 차별하던 모성의 그치들을 닮고 싶지는 않으나, 손등의 살갗이 근질거릴 때부터 신경쓰여 가꾸던 것이라 여간 서운하지 않습니다.

당신은 패인 손등을 이리저리 돌려보고 탄식을 뱉었습니다. 뭉그스름한 회색 살덩이를 뒤집는 창백한 밀짚색 손이 눈꺼풀 안에 새긴 듯 떠오릅니다. 나보다 하나 많은 손가락, 날카롭지 않은 손톱, 굳은살 배기고 거스러미가 일어나는 손끝. 마르고 미미한 온기를 품은 손. 가엾은 탄식이 흘러나와 내 손등을 감싸던 감촉.

비늘을 잃어버린 슬픔이 깊게 사무치지 않은 까닭입니다. 후 불어진 숨결이 낙엽을 날아오르게 하듯 슬픔도 버드나무의 솜털처럼 코끝만을 간질이다 사라졌으니.

….

그러고 보니 당신은 손가락이 하나 많은 대신 꼬리가 없군요. 그래서 나와 마주칠 때마다 꼬리를 신경쓰는 겁니까. 아, 기억납니다. 당신은 옷 짓는 솜씨가 남루하여 자신의 몸을 본 삼아 바지를 만드는 데에 한참이 걸렸다고 했습니다. 종족이 다른 내 몸은 아무리 치수를 재고 뜯어보아도, 당신의 손목만큼 굵은 꼬리를 온전히 내놓는 도안을 그리지 못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내 꼬리를 쓰다듬었잖습니까. 줄자를 내려놓고 나서도.

나는 치마가 마음에 듭니다. 이 정도면 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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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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