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위상
예 아마도 당신. 당신. 당신. 네에 내 밀어는 모두 당신을 위한 것, 당신만을 위한 것. 등나무 덩굴 사이를 쏘삭이고 늘어트려진 가지를 젖히며 당신을 찾는 방황. 잊혀질 리 없는 꿈. 현실에 도래한 망상. 푸른 나뭇잎 사이를 스치는 백발. 길게 늘어져 지층 사이에 낀 석영의 자란 줄기처럼 시간을 서술하는 당신의 머리칼. 나는 그 뒤를 쫓는 것 밖엔
아, 사람에게는 소유격을 붙일 수가 없습니까? 미안합니다. 나의 당신. 나, 나의 몸, 나의 생각, 나의 방, 나의 복도, 나의 격문, 나의 정원과 나의 바이옴과 나의 셔틀은 가능한 말이지만 나의 당신은 불가능하단 뜻이군요. 그러나 저번에 접했던 예외적 허용을 적용한다면, 당신은 나를 ‘나의 비늘’ 이라고 불러줘도 좋습니다. 당신은 비늘이 없지만, 당신
시각 정보 없는 기록이라 당신의 겉모습을 잊어버릴까 두렵습니다. 이에 남깁니다 : 나보다 한 뼘 반 작은 키(내 손으로 말입니다), 뿔 없이 매끈하고 둥근 이마, 혈관이 비쳐 보이고 비늘 없이 부드러운 살갗(당신이 오랜 우주 생활의 결과라 말했던 것), 밟아 녹은 눈처럼 질척한 회청색 홍채, 휘지 않은 콧대, 미미한 헤모글로빈의 색이 비치는 입술. 나의
2번 염수 탱크의 필터를 수리하고 왔습니다. 따지고 보자면 이 정보는 서사 없는 기록의 일부로 편입되어야 할 터이나, 오늘 기록의 서두와 맞닿아 있기에 기입합니다. 필터를 수리하다 손을 다쳤습니다. 그 바람에 손등에 자라고 있던 얇은 비늘 세 개가 떨어져 나갔습니다. 비늘의 유무로 동족을 차별하던 모성의 그치들을 닮고 싶지는 않으나, 손등의 살갗이 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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