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살인범 무서워하는 식인 인외

연쇄살인범 무서워하는 식인 인외 10

믿음

“어째서라… 물론 지금이야 힘이 많이 약해져 이런 어린아이의 모습이지만, 네 생각보다 내가 오래 살았단다. 믿기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내 한때는 어르신이라 불렸다.”

신에게 있어서 겉모습으로 보이는 나이란 곧 힘을 상징한다. 그러니 신들 사이에서 어르신의 호칭은 단순히 존중의 의미를 넘어선 존경과 경외심을 담은 호칭이다. 그런 신이 이런 어린 모습이라니..? 하물며 그 정도 되는 신이 어째서 신내림이나 내리고 있단 말인가.

“믿기지 않는 모양이구나. 나 또한 그랬으니. 여하튼 본디 신의 역할이란 신을 받들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신벌이나 내리는 그런 오만한 자리가 아니었다. 그저 자신의 힘이 닿는 대로 주변의 이들을 보호하고 도와주는 것이었지. 그에 대해 알아주어 신을 믿어주고 제사를 지내준다면 그저 뿌듯함을 느낄 뿐이고 그러지 아니해도 그저 묵묵히 뒤를 지킬 뿐이다.

신으로 태어난 이들이 한낱 인간처럼 감사를 바란다니, 통탄스럽구나.“

“그럼, 어째서 제게 방금과 같은 시험을..?”

“하하! 정말 당돌한 놈이로다! 오만하지 않은 것과 자비로운 것은 다른 것이지. 내 도움을 준 것에 대해 감사를 바라지는 않아도 무례를 저지른 것에 대해서는 마땅히 사과는 받아야 되지 않겠느냐? 생각해보아라. 만약 잡귀가 네 녀석의 집을 부수며 들어오는데 너라면 살려두고 싶겠느냐?”

"하지만 제가 제사를 지낼 수는 없지 않습니까…“

이 신은 뭐가 그리도 즐거운지 계속해서 정말 눈물이 나올만큼 땅을 탕탕치며 참 호탕하게도 웃었다. 마음껏 웃은 신이 찔끔 나온 눈물을 훔쳤다.

“하아… 내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만 밖에 네 호위의 상태가 썩 좋아보이지 않는구나. 다음에 또 이야기 하자꾸나.”

신이 나를 뒤로 밀자 갑자기 땅이 훅 사라져 빠르게 아래로 떨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정말이지 이 느낌은 매번 겪어도 유쾌하지 않은 감각이다.

“… 어쩜 이리도 재밌는 녀석들 뿐인지.”

“잠깐, 그게 무슨 말— 허억!”

눈을 뜨니 살인마 녀석이 제 손으로 스스로의 목을 꾹 누르고 있었다. 아니 자세히 보니 지푸라기 인형이 살인마의 목을 조르고 있었다. 방이 난장판인 것은 둘째치고 피 묻은 식칼까지 나뒹굴고 있는 것을 보니 꽤나 격정적인 싸움을 한 모양인데… 이렇게 될 정도로 열심히 싸웠다고? 솔직히 적당히 하다가 포기할 줄 알고 영혼 몇개 없애버릴 각오 하고 맡긴 것인데?

이대로 내버려 두면 분명 죽겠지. 어차피 스스로 자신의 이야기를 할 마음이 없는 것 같으니, 차라리 이대로 죽여버리는 게 후환도 없을텐데… 젠장!

“돌아와!”

한꺼번에 영혼들을 삼켜내니 목이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괜히 목 부근을 손으로 만지작거리며 켁켁거리며 숨을 거칠게 들이마시고 있는 살인마에게로 다가갔다.

“저기 괜찮- 컥!”

살인마의 손이 내 목을 콱 잡아 벽까지 밀어붙였다. 순간 너무 당황스러워 기회를 틈타 눈알이라도 찌르기 위해 살인마의 얼굴을 바라보았더니 곧 죽을 것 같은 얼굴로 창백해보였다. 자세히 보니 자신의 손으로 이미 피가 흥건한 목을 꾹 누르고 있었다. 곧 쓰러질 것 같은 얼굴이건만 아직도 힘이 남아도는지 목뼈를 부러뜨릴 기세로 내 목을 졸랐다.

“기껏… 살려, 놓았… 더니.”

“일,단… 놔…!”

그래도 내가 일반 인간보다는 좀 튼튼한 지라 뒤가 벽이기도 해 어떻게 힘을 줘서 이 살인마를 발로 있는 힘껏 퍽 차버리자 순간 내 목을 잡고 있던 힘이 풀려버렸다. 그 틈을 타 재빨리 빠져나와 나뒹굴고 있는 칼을 쥐려는데 어느샌가 다가온 살인마가 날 밀치고 저가 칼을 잡고 옆으로 엎어진 내 몸 위에 올라타 내 목을 향해 칼을 겨눴다.

정말이지 몸 하나는 어찌나 재빠른지 내 등 뒤에 올라타 무릎으로 내 등을 꾹 누르며 칼을 겨누는 바람에 한쪽 손은 못 쓰는 상황임에도 확 힘으로 밀어붙이지도 못한 채 꼼짝없이 붙잡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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