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서의 사랑

아버지는 집 뒤에 있는 산으로는 절대 가지 말라고 했다. 평소에는 의문을 가져본 적이 없다. 그냥 그렇구나, 했다. 아버지는 똑똑하니까 무슨 이유가 있겠지, 했다. 

견심화는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여름의 냄새가 났다. 한들바람이 불 때마다 나무 그늘이 일렁거렸다. 주위를 둘러 보면 온통 녹음이다.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얼마 전 바닥을 덧댄 신 아래로 새파란 풀들이 밟힌다. 그 감촉이 신기해서, 길가의 풀을 뭉개느라 산의 초입에서만 한참을 보냈다. 

어젯밤에도 아버지는 신신당부를 했다. 저 산은 절대 가면 안 돼. 호랑이가 와서 이 눔, 한다. 견심화는 입술을 부루퉁하게 내밀었다. 집에 있는 책은 전부 열 번씩 읽었다. 밤에만 뛰어노는 것도 재미 없었다. 아버지, 어머니, 철형이 말고는 친구 없는 생활도 질렸다. 그런저런 이유가 쌓여서 그날은 그렇구나 하지 못했다.  

왜? 하고 물으니까 아버지는 놀란 얼굴을 했다. 

아버지 말을 뭘로 들은 거야. 아주 위험하다니까.

아버지가 심술쟁이니까 그렇지. 바깥도 못 나가게 하잖아. 애들이랑 놀지도 못하게 하고, 집에만 있으라고 하고. 

말대꾸했다가 종아리에 회초리를 맞았다. 견심화는 부은 눈을 비볐다. 아버지의 엄한 꾸중을 생각하니까 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바짓단으로 감춘 종아리가 아직도 화끈거렸다. 

자기 전에 어머니는 약을 발라주며 속삭였다. 아버지는 네가 걱정되어서 그러는 거야. 견심화는 훌쩍거리면서 물었다. 그럼 철형이는? 

걔는… 그애는 남자애잖니. 너보다도 훨씬 크고.

거짓말. 철형이가 다 얘기해 줬어. 다른 여자애들은 아무렇지 않게 철형이랑 어울려 논다던데. 키도 나보다 작은데.

철형이가 그런 얘기도 하던?

걔네도 날 좋아할 거라구 그랬어. 나한테 소개해 주고 싶은 애들도 많이 있대. 

어머니는 대답 대신 한숨을 내쉬며 견심화의 머리를 헝클었다. 

견심화는 어머니의 손길을 떠올리며 제 머리를 매만졌다. 어머니도 결국 똑같다. 달래주는 척 하면서 아무것도 설명해 주지 않는다. 고개를 크게 흔들어 저었다. 이제 아버지도 어머니도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땅 위로 불룩 솟아 있는 나무뿌리를 피해 폴짝 뛰었다. 

집은 더웠는데, 숲은 훨씬 시원하다. 소매 밖으로 내놓은 팔이 서늘해서 견심화는 자신을 껴안듯이 양팔을 교차했다. 조금 쌀쌀한 것 말곤 여기까지 오는 길에 아무런 어려움도 없었다. 토끼랑 다람쥐도 보았다. 

아버지는 뭐가 위험하단 거야. 호랑이도 제가 나가지 못하도록 내건 핑계에 불과할 것이다. 주위에 호랑이가 있는데 토끼가 돌아다닌다니 말도 안 된다. 

하늘로 쭉 뻗은 나무를 올려다 보면 나뭇잎 사이로 햇빛이 이지러졌다. 그렇게 예쁜 것은 태어나서 처음 보았다. 이렇게 아름다운 장소가 위험할 리 없다. 

퍽. 하늘을 보고 풀을 헤치며 나아가다가 엎어지고 말았다. 아야…. 견심화는 얼른 몸을 일으켜 제 무릎을 탈탈 털었다. 돌멩이에 살짝 긁힌 무릎에서 피가 배어나왔다. 평상시였으면 철형이 부리나케 달려와 호들갑을 떨었을 테지만 여기엔 견심화밖에 없다. 이 정도 상처에 연연하지 않는 자신이 꼭 어른이 된 것만 같았다. 

견심화는 의연히 다시 걸음을 옮기다가, 고개를 홱 돌렸다. 뒤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났기 때문이다. 뭐지? 이번에도 토끼인가? 

토끼는 코를 벌름거리는 게 무척 귀엽다. 동그란 눈도, 세모난 입도, 보송보송한 발도 귀엽다. 기대가 되어서 심장이 콩닥거렸다. 견심화는 살금살금 소리가 났던 수풀로 다가갔다. 

수풀 앞에 막 쭈그리고 앉았는데 코앞으로 불쑥 사람 머리가 튀어나왔다. 으악, 견심화는 짧게 비명을 지르고 엉덩방아를 쾅 찧었다. 엉덩이가 아픈 것을 느낄 겨를도 없이 사람의 얼굴을 보고 또 한 번 악, 소리를 질렀다. 토끼처럼 작지도 귀엽지도 않은 사람이 코를 벌름거렸다. 웃음을 참는 것처럼 보였다. 

견심화는 벌떡 일어섰다. 비슷한 높이에서 눈이 맞춰진다. 눈썹이 진하고 속눈썹이 길었다. 어디 하나를 못났다고 특정 짓기는 어려웠지만, 아무튼 생김새가 묘하게 기분 나빴다. 

그나저나, 왜 이런 데 있었던 거지? 견심화는 주먹을 꾹 말아쥐고 허리를 꼿꼿이 세웠다. 아버지를 흉내내 예의를 차려 물어보았다. 

누, 누구세요?

청람이라구 해. 

예쁜 이름이었다. 아니, 하지만 그걸 물어본 것이 아니다. 어쩐지 말이 잘 통하지 않을 것 같다는 짐작이 들었다. 견심화는 목을 쭉 빼 청람의 뒤를 휘휘 둘러보았다. 혼자뿐인 것 같았다. 위험한 애 같지는 않은데. 하지만 저쪽 방향에는 사람 사는 동네가 없다고 철형이 얘기한 적이 있다. 

아니, 누구냐고. 어디, 어디에서 왔어?

청람은 흐음, 하고 턱을 매만졌다. 질문에 단번에 대답하지 못하는데도 그렇게 행동하니까 어른처럼 보였다. 나중에 써먹어야지, 견심화는 생각했다. 한참 침묵한 청람이 말했다. 

…산 뒷쪽?

이곳 지리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 들어도 거짓말임을 알 수 있을 만한 말투였다. 견심화는 눈을 게슴츠레 떴다. 

이 산 뒷쪽엔 마을이 없는데. 말을 타도 꼬박 이틀이 걸린댔어. 

그러는 너는?

이쪽. 그렇게 말하며 견심화는 제가 온 방향을 고갯짓해 보였다. 청람이 대답 없이 후후 웃었다. 견심화는 저고리 밑단을 잡아당겨 늘리며 왜, 하고 을렀다. 어쩐지 손바닥에 땀이 차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심화는 겁이 없구나.

뭐?

아무한테나 자기 얘기를 막 해선 안 돼. 물론 난 아무한테나에 속하지 않으니까 괜찮지만. 

어떻게 알았어?

견심화는 침을 꼴깍 삼켰다. 약간의 침묵 끝에 내 이름을… 하고 어물어물 덧붙였다. 하지만 청람은 견심화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도리어 견심화의 머리카락 몇 올을 집어올리며 머리카락은 엄마가 잘라 줘? 하고 물어 왔다. 견심화는 도리질을 하며 히죽대는 청람의 손을 떨쳐 냈다. 역시 첫인상이 틀리지 않았다. 이 애는 묘하게 기분이 나쁘다. 

어디 가. 

그렇게 말하는 청람을 뒤에 남겨 두고, 견심화는 왔던 길로 다시 몸을 돌렸다. 안 그래도 막 돌아가려던 참이었다. 청람이 무서워서 이러는 건 절대 아니다. 

어디 가냐니까.

말끝을 늘이며 청람이 따라붙었다. 견심화가 터벅터벅 걸으면 청람도 터벅터벅 걸었고 탁탁탁탁 뛰면 청람도 탁탁탁탁 소리를 내면서 뛰었다. 

왜 사람 말에 대답을 안 해? 

견심화는 급히 걸었다. 금방이라도 낙엽이 깔린 흙바닥에 코 박고 넘어질 수도 있을 것처럼 위태위태한 모양새로 걸었다. 숨이 턱턱 차올랐다. 같은 속도로 걷는 청람은 얼굴색도 변하지 않았다. 

가만히 있는 사람한테 먼저 말 건 건 너잖아. 어디 가냐고.

원래… 원래 돌아가려고 했어. 근데 소리가 나서 본 것뿐이야.

집에 가야 돼?

으응.

견심화는 허리춤에 찬 주머니를 만지작거렸다. 까만 비단천에 백일홍이 자수로 새겨진 주머니였다. 더듬더듬 만지니 말랑한 절편의 촉감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어머니가 오늘 아침에 해 주신 것을 몰래 몇 개 빼냈다. 식긴 했지만 지금도 주머니 천을 뚫고도 고소한 냄새가 날 만큼 참기름 냄새가 진했다. 쫀득한 떡을 씹으면 틀림없이 깊은 풍미가 느껴질 것이다. 

견심화는 푹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은 좀 더 올라가서 평탄한 지대가 나오면, 자리를 잡고 앉아서 먹으려고 챙겨 왔다. 새 소리도 듣고, 반짝거리는 나뭇잎 감상을 하면서 먹으려고. 먹다가 동물들한테도 나눠 주려고 했는데. 

견심화는 뒤에서 누군가 목덜미를 잡아당긴 것처럼 주춤 멈추었다. 허리를 둘둘 감고 서툴게 매듭지은 주머니 끈을 만지작거렸다. 청람이 자꾸만 성가시게 주변을 얼쩡였다. 

가지 말고 나랑 놀자. 응?

…조용히 좀 해. 아까부터 자꾸 조잘조잘 시끄러워.

근데 뭐 하는 거야?

산에 온다고는 철형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오늘 아침, 어깨 너머로 철형이 외출 채비를 하는 모습을 떠올리며 묶은 매듭이다. 처음 해 보는 것이니만큼 잘 되었을 리 만무했다. 철형은 쉽게 허리 주머니를 찼다 풀었다 하던데. 낑낑대며 매듭과 사투하던 견심화를 내려다 보며 청람이 말했다.

뭐 하는 거냐니까 아까부터 자꾸 사람 말을 씹어… 속상하게.

잔뜩 엉킨 끈에 청람이 손을 댔다. 견심화는 입술을 앙 물고 두 손을 살짝 들었다. 

청람이 고개를 숙여 제 주머니끈을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는 것을 본 후에야,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철형에게 의존하던 습관이 고스란히 나오고 만 것이다. 조금 부끄러워졌다. 

내가 혼자 할 수 있거든.

정신을 차리고 그렇게 말했다. 청람의 손을 치우려고 했지만 오히려 청람이 귀찮다는 듯 손을 휘휘 저을 뿐이었다. 견심화는 갈 곳 잃은 열 손가락을 꿈지럭거렸다. 청람의 손가락은 제 것보다 조금 더 길쭉했다. 그래서인지 손을 대면 댈수록 엉키기만 하던 끈을 금방 풀어냈다. 

짜잔.

청람이 주머니의 긴 끈을 둘둘 말아 정리한 뒤, 주머니를 견심화에게 건넸다. 견심화는 한 손으로 들기는 벅찬 주머니를 이리저리 굴리며 눈을 흘겼다. 제법이군. 고맙다는 인사는 하지 않았다. 어차피 이제 견심화가 더 감사받아 마땅할 일을 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뭐야?

견심화가 주머니를 불쑥 내밀자 청람이 고개를 갸웃했다. 견심화는 입술을 부루퉁하게 내밀고 말했다. 

이거 가지고 저리 가.

청람이 멀뚱한 얼굴을 해선 주머니를 열고 내용을 확인했다. 우와악, 장난스럽게 탄식하곤 헛웃음을 지었다.

떡이네. 내가 호랑이야?

먹을 거 줬잖아. 저리 가라니까.

으음. 청람이 주머니를 이리저리 돌려 보며 말했다. 싫은데.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떡을 양보했는데도 이렇게 나오다니. 정말이지 싸가지가 바가지였다. (철형은 이 문장을 최고의 욕으로 쓰곤 했다.) 

견심화는 아버지가 화를 낼 때 흔히 그렇게 하듯 한 손으로 제 머리를 마구 헝클었다. 허공으로 뾰족뾰족 솟은 자신의 짧은 머리카락을 의식하지 못했기 때문에 가능한 동작이었다. 

너는 도대체 뭐가 문제야? 

문제 없어. 

짜증나… 진짜. 

엄마아빠 몰래 나왔지, 너?

헉, 견심화는 숨을 집어삼켰다. 어떻게 알았지. 말로 내놓진 않았지만 청람의 눈을 봐선 다 들켜버린 것 같았다. 

아니, 아닌데.

여기 아주 위험한 데야. 아빠 말 들었어야지. 

호랑이는 안 나왔어. 

그래. 호랑이는 없지. 친절하고 멋지고 착한 나는 있지만. 

청람이 얼토당토않은 소리를 지껄이며 주머니 끈을 잡고 주머니를 빙빙 돌렸다. 견심화는 혹시나 청람이 저렇게 주머니를 함부로 돌리다가 귀한 떡이 땅바닥을 구르면 어쩌나 하고 걱정이 되었다. 

심화야. 

청람과 눈이 마주쳤다. 견심화는 청람을 본 적이 없는 것처럼 시선을 발밑으로 고정했다. 청람은 아주 신기하게 생긴 신발을 신고 있었다. 비단신도 나막신도 아닌 것이, 가죽으로 만든 듯은 하였으나 이전에는 본 적이 없는 모양이었다. 

고마워.

느닷없는 감사인사에 견심화는 퍼뜩 고개를 들었다.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다. 청람은 못을 박듯 재차 이야기했다. 안 그래도 배가 고프단 참이었거든. 흐, 흥. 견심화는 팔짱을 꼈다. 빵끗 웃는 얼굴이 아까처럼 기분 나쁘지만은 않았다. 견심화는 재채기가 나온 시늉을 하면서 청람의 눈을 피했다. 그러고 보니까 철형을 제외한 또래랑 말을 나눈 것은 지금이 처음이었다. 

뭐, 뭐…. 당연히 고마워야지. 내 점심을 양보한 건데. 

근데 너무너무 고마우니까 혼자는 못 먹겠어. 

청람이 풀썩 앉았다. 바위에 앉은 것도 아니고 나무 둥치에 앉은 것도 아니고 그냥 잡초가 뾰족뾰족 솟아 있는 산비탈에. 청람이 당황해서 청람의 주위를 기웃거리는 견심화의 옷소매를 잡았다. 

그러니까 같이 먹자. 그렇게 말하곤 눈을 반짝거리면서 견심화를 쳐다 보았다. 청람이 주머니 입구를 헤집어 열었다. 참기름 냄새가 코끝을 간질였다. 견심화는 입술을 움찔였다. 친구도 없는 것 같은데 좀 어울려 주는 것도 괜찮을 성싶었다. 

…알았어.

청람이 제 옆을 툭툭 쳤다. 

견심화는 조심스레 청람에게서 조금 떨어진 옆에 주저앉았다. 바지 아래로 꼿꼿이 솟은 풀이 느껴져 다리가 간지러웠다. 옷에 풀물이 들까봐 조금 걱정이 되었다.

청람이 네모난 떡 하나를 내밀었다. 장에서 파는 것처럼 꽃무늬는 없지만 정갈한 모양이다. 견심화는 떡을 앙, 베어 물었다. 체하지 않으려면 꼭꼭 씹어 먹어야 했다. 

한 입을 하나부터 열다섯까지 센 다음 삼켰다. 또 한 입 베어무는데 시선이 느껴졌다. 눈을 드니까 청람과 마주쳤다. 청람은 한 손으로 바닥을 짚고, 한 손으로 풀을 가지고 손장난을 치고 있었다.

너도 먹어. 

으응.

견심화는 앞에 놓인 주머니에서 떡을 하나 꺼냈다. 청람한테 건네 주니까 청람은 순식간에 전부 먹어치웠다. 견심화는 이제 한 입 먹은 제 떡을 내려다 보았다. 청람이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면서 맛있네, 하고 간결하게 평했다.

또 줘?

청람은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만 견심화는 괜히 초조해져서 빠르게 떡을 삼켰다. 목구멍이 턱턱 막히는 것 같았다. 애초에 혼자 먹을 생각이라서 세 개밖에 가져오지 않았다. 주머니에 남은 떡은 이제 한 개였다. 반으로 나누자고 하면, 너무 속 좁아 보이지 않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견심화는 입을 열었다.

저기, 마지막 남은 떡은….

나는 안 먹어도 돼. 이제 다 먹었으면 놀자.

청람이 견심화의 말을 끊어 먹으며 주머니의 입구를 조였다. 견심화는 멀뚱히 청람을 바라보았다. 청람이 능숙한 손길로 끈을 견심화의 허리에 두른 다음 단단히 묶어 주었다. 이걸 잡아 당기면 바로 풀려, 하고 가장 짧은 끈을 간당간당 흔들며 말했다.

지금 먹으려고 했는데.

그러지 않는 게 좋을걸? 놀고 나면 돌아가는 길에 무척 허기가 질 거야. 

그러니까 나는 너랑 놀 생각이 없다니까.

숨바꼭질 하자. 아님 구슬 놀이는 어때? 

청람이 견심화의 손을 잡아 일으켰다. 아까부터 느낀 거지만, 손이 뜨끈뜨끈해서 불쾌했다. 견심화는 손을 내치며 불퉁한 어조로 말했다.

구슬 같은 거 없어.

내가 가져 왔으니까 괜찮아.

청람이 바지에 달린 주머니를 뒤적였다. 그러더니 동그랗고 배경이 비쳐 보이는 구슬을 두어 개 꺼냈다. 은근한 햇빛을 받을 때마다 매끄러운 표면이 반짝거리고 빛났다. 견심화는 저도 모르게 손을 뻗었다. 청람이 그 손을 이끌어 구슬을 쥐여 주었다.

구슬 놀이란 거, 방법도 모르고….

내가 아니까 괜찮아.

너 진짜 성가시고 귀찮다.

견심화는 못 이기는 척 고개를 끄덕였다. 청람이 와, 하고 상투적으로 환호하며 웃었다. 그런 청람의 뒤로 나뭇잎이 살랑였다. 손바닥만한 하늘은 아직 푸르렀다. 들키지 않으려면 해 지기 전에만 들어가면 된다. 잠깐 노는 정도는 괜찮을 것이다.

조금만 올라가면 꽤 넓은 평지가 나와. 같이 가자.

견심화는 응, 하고 대답했다. 청람이 손바닥과 손바닥 사이에 구슬을 두고 손을 깍지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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