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엣 가문에 생긴 놀라운 이야기

마르엣 가문에 생긴 놀라운 이야기 3

-... 잉게르

맥스는 잔뜩 긴장한 얼굴로 잉게르를 바라봤다. 방금 전 이 녀석이 내뱉은 그 가문은...

-.. 정말로 네 집 맞아? 그냥 비슷한 이름이 아니고?

-..... 아닐 리가 없어요. 이 주소.. 이 이름... 이 인장까지..! 진짜로 우리 집... 아니, 제가 떠난 거기 맞아요..! 이런 썩을...!

잉게르는 당황스러움과 황당함을 느끼다 못해 말문이 턱 막혔다. 바로 몇 달 전에 용기 내어 잠시 들러본 그 마을. 몇 년 전 큰 용기를 품고 모든 가족들의 기억을 지워 도망쳐 나온 그 집!

-.. 마르엣 가문은.. 얼마나 규모가 큰 가문이야?

-...... 마르엣.. 남작이요..

-미친

맥스의 소리가 지나치게 컸다.

-그, 너, 너무 크게 외치지 마요! 여기에 코볼트 있으면 어쩌려고..!

-내가 너에 대해 잘 모르는 게 많긴 했는데... 그래. 이건 내가 심했다. 내가 정말 너에 대해 아는 게 아무것도 없구나!

-그..! 아니에요..! 엄마가 남작 자리 꿰찬 건 제가 집을 나간 후 인 것 같은걸요! 전엔 그냥 땅만 좀 많은 부자였는데.. 뭘 어떻게 한 건지, 몇 달 전에 가 보니까 남작이 돼 있던 거라고요!

-그래애...

맥스는 빈정대는 소리를 냈다. 별다른 말은 더 이상 없었지만, 맥스는 자신의 통찰력이 옳은 것 같아 자만심이 들었다.

-... 뭐예요 그건... 제가 곱게 자란 샌님 이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아니~ 그 생각은 오래전에 한 거고, 지금은 ‘그때 내가 옳았구나.’ 하고 생각한 거야.

-... 진짜 짜증 나..

-그래.. 그래서 아무튼 지간에...

-.. 순 지멋대로야.. 흥, 어쨌든... 하루 이틀 안으로 마르엣 성으로 가야 해요. 교차통로 쓰면 그렇게 오래 안 걸리니까.. 가면서 어떻게 할지 생각해야죠 뭐...

-그냥 이 의뢰 포기하면 안 돼?

-안돼요! 뭐 하나 포기하면 얼마나 등급이 떨어지는데!... 그리고.. 의회 전체에 소문난다고요.. 누가 뭘 포기했는지 그런 거... 으으...... 짜증 나 진짜...

맥스는 잉게르의 등을 토닥였다.

-... 내가 옆에 있어도 될까?

-무슨 헛소리예요! 옆에서 한 발자국도 떨어지지 마세요! 알겠어요?!

-아, 그 그래.. 당연히 그렇지..

잉게르는 마스크 너머로 신경질적인 앓는 소리를 냈다. 식탁으로 고개를 팍 숙여버리곤 한참을 짜증스레 구시렁거렸다. 맥스는 머릿속을 정리했다. 잉게르를 한번 바라보고 손을 잡았다. 꽤 한참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한참 후에야 그 가면은 고개를 들어, 눈도 깜빡이지 않고 맥스를 응시했다.

-출발하자. 더 늦기 전에..

-이 의뢰... 진짜 진짜 중요하거든요? 만약에 제 정체를 들키거나, 이 의뢰를 실패하거나 하면... 아 진짜 생각하기도 싫으니까....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 해요.

-그래. 그만큼 중요하니까.. 가면서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보자. 어떻게든 될 거야.

-휴...

잉게르는 긴 한숨을 끝으로 마음을 다잡고는 테이블에 걸어둔 음소거 마법을 해제해 자리에서 일어섰다.

식당 주인은 한산한 가게에 갑작스레 나타난 듯 한 이 덩치 큰 고객들을 보고 놀라 넘어갈 뻔했지만, '마법사들이란 쯧.' 이 한마디를 속으로 삼키고 식사값을 계산했다.


마르엣 남작은 서재의 창가에 서서 저멀리 다가오는 방문객을 주의 깊게 관찰했다.

‘저런, 내가 마법 의회에게 봐준 편의가 얼마인데 겨우 이 정도의 대접이 최선인가? 그놈의 마법 의회... 건물부터가 정 1품급 마법 생물체인 것 부터 맘에 들지 않는다. 기존 법률 대로라면 그 건물은 아브락사스의 사유지가 됐어야 하는 걸, 내가 법률을 있는 대로 확대 해석 시켜줘서 의회 공동소유로 만들어 줬더니만... 행동의 의미를 읽지 못하는 건가? 아니면 자기들의 무력을 과신하는 건가? 다음번 위원회 감사날 제 위치를 자각 시켜 줘야겠군...’

신경질적인 생각을 하다가 손에 든 서류더미를 책상에 내팽겨 쳐 두고는 이 거북이보다 느린 손님들을 맞이하기 위해 옷 매무새를 다듬었다.


“자네들이 마법사인가”

“마법 의회에서 왔습니다. 마법진을 그려둔 방으로 안내해 주십시오.”

“그래.. 직접 안내하지.”

마법 의회에서 온 손님이자 원수 같은 그 마법사는 예상대로 제 얼굴을 가린 수상한 자였다. 공용어 말씨는 매끄럽고 유창하지만, 기분 나쁜 변조 마법으로 원래 목소리를 숨기는 음침한 마법사의 전형.

마르엣 남작, 카이사르는 비서들 몇 명과 동행하며 친히 이 수상한 마법사와 조수로 추정되는 코볼트를 제 저택의 가장 깊은 방으로 안내했다. 저택의 곳곳은 전통이 깊은 부유한 성임을 자랑하듯 화려한 장식들과 동상, 그림으로 가득했다.

그러나 카이사르 씨가 안내하는 길은 점점 화려함이 줄어들고, 사용인들의 흔적이 사라지다 못해 급기야 어두침침한 지하실로 향했다. 카이사르는 마법 의회의 의뢰 조항인 절대 비밀엄수 서약이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엣 헴 하며 목을 가다듬고는 꽤 큼직한 마법사의 가면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여깁니다. 가장 최근에 다녀간 마법사가 뭘 했는지는 그쪽들이 더 잘 알겠지요.”

“... 의뢰서에 따르면 집안에 일어난 이변이... 빨래가 마르지 않고.. 찬장이 어질러 져 있지만, 유령이나 구울은 아니고.. 그런 정도가 맞습니까?”

“잘 알고 계시는군요. 안타깝게도 우리 마르엣가문엔 전문 마법사가 상주해있지 않아서 더 정확한 진단은 내리지 못하니, 알아서 해 주셔야겠습니다.”

“.. 예.”

“그럼...”

카이사르는 계약의 내용대로 자신의 비서를 흘끗 봤다. 그이도 알겠다는 듯이 제 발로 척척 걸어 나왔다.

마법사는 코볼트조수를 한번 바라봤고, 그도 한발짝 걸어나왔다.

“... 계약서에겐 좋은 대접을 약속하지. 얼마나 걸릴진 몰라도, 편히 지내게.”

한쪽 눈에 흉터가 깊은 그 조수 코볼트는 말없이 가면 마법사에게 손을 내밀었고, 카이사르와 그의 비서 또한 손을 내밀었다. 마법사는 셋의 손을 잡고 비밀엄수 마법을 걸기 시작했다.

지금부터 마법 의회에서 온 정 5급 마법사 '잉게르'는 마르엣 저택에서 본 모든 일들을 비밀로 엄수하며,

할 수 있는 모든 최선을 다해 의뢰를 수행하고,

의뢰 주 마르엣가문의 '카이사르 C. 마르엣' 또한 이 마법사와 관련한 그 무엇도 알려고 들지 않고, 마법에 관여하지 않는다.

계약마법은 그 어떤 함정도 만들 수 없게 마법사와 의뢰인이 각각 한 명씩 제 삼자를 동행하며, 이 제 삼 자를 계약서라고 칭한다.

계약은 마법사와 의뢰인 두 사람이 모두 의뢰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고 인정 시 자동으로 사라진다.

계약서는 둘 다 의뢰서에 고지한 대로 마법사와 떨어진 채로 마르엣 가의 보호 아래 있는다.

마법사는 의뢰인 마르엣가의 모든 이들에게 필요한 지원을 요청할 수 있다.

본 의뢰의 완료 기한은 5일이며, 협의 하에 늘일 수 있다.

카이사르는 마법이 완전히 사그라든 것을 보고 손을 놓았다.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날 부르게. 사용인을 한 명 붙여주지.”

“...”

카이사르는 제 비서와 계약서로 정한 조수와 함께 지하실을 빠져나왔다.

그 이가 보기에 이 계약서는 말수가 많아 보이진 않았다. 별다른 대화 없이 서둘러 손님방으로 데려갔고, 편히 지내라는 의례적인 말만 남겨두고 비서와 함께 제 사무실로 돌아가 밀린 업무를 해치우기 시작했다.


맥스는 제 몸에 새겨진 마법이 어색해 몇 번이고 귓가를 긁어댔다.

‘자꾸 긁지 좀 마세요~’

‘몸에다가 마법을 걸고 어쩌고 하는 건 아직도 좀 어색하다...’

‘곧 느껴지지도 않을 거예요.. 자, 빨리~ 주변이라도 돌아봐요~ 전 며칠 내리 지하에 처박혀있을 것 같으니까 대신 재밌는 얘기 좀 많이 해 줘요~’

‘그래 알겠어.. 뭐 필요한 거 없어?’

‘없어요~ 그리고 뭐 필요하면 여기 사용인한테 말하면 되니까.. 챙겨줄 필요 없어요’

‘다행이네.’

맥스는 귓불에 달아둔 작은 교신기를 만지작거렸다. 급하게 만들었다지만, 서로의 생각만으로 연락을 할 수 있는 도구라니, 멋진데?

‘그래서.... 어떻게 하면 돼?’

‘그냥 계약내용 그대로 예요~ 저한테만 안 오면 뭘 하든 상관없어요. 계약서는 마법사랑 의뢰인보다 더 중요하니까~...’

‘그래..? 이상하네.. 나랑 너랑 이렇게 꼼수 부려서 의뢰 대충 하거나 이 집에 수상한 짓 하면 어떡해?’

‘그거건 애초에 불가능해요~ 방금 건 마법은 제가 건 게 아니라, 의뢰서에 이미 다 짜여진 마법이었고, 저는 시전만 한 거예요. 저도 카이사르도 이 계약에 아무런 꼼수를 못 부려요. 마법 의회에서 인정하는 정 1급 마법사가 뭔지 알아요?’

‘... 뭔지 라니... 물건인 것처럼 말한다..’

‘물건이나 마찬가지 인 걸요! 우리가 다녀온 마법 의회장 기억나죠?’

‘그 큰 건물?’

‘네! 그 건물을 아브락사스의 나무라고 부르는데, 거대한 나무 속을 파서 만든 건물이거든요? 그거 자체가 마법사라고 할 수 있고, 마법 생물체이고, 또 이 세상에서 유일한 정 1급 마법을 부리는 존재예요! 의회에서 오는 모든 의뢰는 아브락사스나무의 보호를 받고 있고~ 이 계약이랑 당신에게 두른 계약 마법도 사실상 의회가 건 마법이라고 할 수 있는 거예요. 저는 그걸 작동만 시킨 거고.. 그러니까... 이해됐어요?’

‘어... 아까 건 그 마법이.. 네가 아니라 의회인지 하는.. 그 거..? 그거에서 건 거라고?’

‘맞아요! 마법 의회는 마법사도 의뢰인도 못 속이는 가장 강한 마법사고... 오로지 의뢰의 공정함과 의회의 비밀 엄수 만을 위해 온 힘을 다하니까요... 지금 우리가 이렇게 대화하는 것도 별로 문제 될 게 없으니까 마법이 잘 작동하는 거예요. 걱정 마세요~’

‘음... 어...... 조금... 이해했다.’

‘그냥 당신이 짱이라고 생각하세요~ 마법 의회는 저랑 의뢰인 둘 다 감시하고 있지만, 대체로 계약서인 당신이랑 그 비서님...의 시선에서 보고 있으니까.. 저한테 뭐 해준다는 생각은 하지 말고~ 그냥 편히 지내요~’

‘음... 으응... 그래... 그냥.. 막 돌아다녀도 되는 거지...? 안 쫓겨나려나...’

‘쫓겨나긴요, 무슨~ 마법 의회로 의뢰를 넣는 것 만 으로도 완전 돈 놀이의 상징인데, 그렇게 부른 마법사의 조수를 막 대하겠어요~?’

‘....’

‘...왜그래요?’

‘잉게르 넌 가끔..... 아니다’

‘아~ 제가 뭘요~!’

‘... 이 의뢰 끝나고 이야기하자..’

‘그럼 며칠은 지났을 텐데~! 지금 말해요~!’

‘아, 적어도 나중에...!’

‘치이... 내가 실수하면 바로 말해주기로 했으면서...’

‘.... 나중에... 공용어로 천천히 말할 수 있을 것 같을 때에 말할게.’

‘그래요 그럼...’

‘좀 돌아다녀볼게.. 말 실수 안 하게 한동안 말은 안 할게.’

‘알았어요. 전 여기서 개똥이나 먹고 있어야겠다.’

‘저기 어린애들도 있는 거 같은데...’

‘아~ 제 동생들..’

맥스는 따스한 정원으로 나가려던 찰나 발걸음을 멈췄다. 동생들이라고...?

‘걔네들 잘 컸어요? 전에 왔을 땐 찾아볼 여력이 없어서 못 보고 나왔는데.. 이제 한 열여섯 살 정도 됐으려나...? 가서 말 걸어 봐요! 엄청 좋아할 거 같은데’

잉게르에게 뭐라 대답하려던 찰나, 가벼운 웃음소리와 함께 수줍은 말소리가 먼저 들렸다. 얼굴은 잉게르를 똑 닮은 어린 남자아이 코볼트 두세명 정도가 이쪽을 보며 호기심 넘치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저기요~ 마법 의회에서 온 마법사님이시죠?”

“어?.. 어, 그 비슷한 거.. 야..”

“우와~! 마법 보여주실 수 있어요?”

“난 조수라서... 마법은 나 말고 마법사가 해..”

“우와~ 마법사님은 어디 있어요~?”

“마법사는 바쁘니까 방해하지 마.”

꽤나 오랜만에 잉게르가 아닌 다른 이와 나눠보는 대화였다. 맥스는 제 동생들이 생각나 괜히 대답이 길어졌다.

‘맥스, 애들한테 상냥한 편이네요?’

“조수님은 왜 여기 있어요? 일 안 해요?”

“조수님도 코볼트인데 공용어 잘한다~!”

“조수님 얼굴에 흉터는 왜 났어요~?”

“어... 어어...”

맥스는 한꺼번에 달려들어 질문해대는 해맑은 아이들을 동시에 다룰 경황은 없었다.

생각만으로 대화할 수 있는 잉게르? 왜 여기 있냐고 물어본 꽃핀을 귀에 꽃은 아이? 공용어에 대해 말을 꺼낸 하트무늬 핀을 꽃은 아이? 아니면...

“얘들아, 동시에 물어보니까 정신없어 하시잖아. 우선 우리 소개부터 하는 게 어때?”

동생들의 뒤에서 천천히 다가와 얌전히 말을 건네는 가장 잉게르를 닮은 아이가 차분하게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저는 이니 마르엣이예요. 우리 마르엣가문의 장남이랍니다. 이 아이들은 제 동생이에요. 미니 마르엣, 마이니 마르엣.”

“안녕하세요~”

“조수님 안녕하세요~”

“아... 그래. 어... 마법사의 조수다.. 맥스라고 불러.”

“후후... 맥스 조수님..? 저희는 외부인을 보는 일이 드물어서요.. 제 동생들이 조금 신나도 이해해 주세요..”

“그렇지만.. 이니 형이 제일 신났는걸?”

“맞아 맞아~ 책도 덮어두고 이렇게 신나서 자기소개도 하고 말이야~”

“아, 이.. 이렇게..! 너희가 손님을 귀찮게 해서 그런 거 지이..!”

‘오... 건강해 보이네요... 맥스! 쟤네들 지금 당신을 꽤 따르는 것 같은데 적당히 잘 놀아 주실래요? 당신이 우리 집 사람들이랑 잘 지내서 나쁠 건 없을 것 같거든요.’

‘어..... 어어...’

“얘들아 저기... 내가 이런 큰 성에는 처음 와 보거든... 지금 사정이 좀 있어서.. 마법사랑 같이 있으면 안 되기도 하고.. 좀.. 도와줄래..? 손님방이 어디 있는지.. 까먹은 거 같아서..”

작은 아이들의 눈빛이 상냥함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네! 제가 저희 집을 안내해 드릴게요!”

“아, 저도요!”

“우리가 할게요~”

꽃 모양 귀 핀을 꽃은 미니와 하트 모양 귀 핀을 꽃은 마이니는 마치 쌍둥이처럼 동시에 움직여 맥스의 손을 붙잡았다. 맥스는 어릴적 자기가 키우다시피 한 동생들이 생각나, 처음 보는 이 아이들이 애틋해졌다.

“고, 고마운데.. 천천히 가자...”

“그래 얘들아~! 손님이잖아!”

이니라고 자기를 소개한 차분한 아이는 정말로 잉게르를 똑 닮았다. 맥스가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을 닮은 이 가문의 아이들은 그의 기분을 묘하게 만들었다.

‘.. 잉게르’

‘즐거워 보이네요~’

‘그런 거 아니야.. 그냥...’

네가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사랑할 줄 알았다면, 이 아이들처럼 구김 없이 웃을 수 있었을까.. 그런 말을 차마 송신기를 통해 넘기지 못했다.

‘.. 동생들이 널 닮았네.’

‘칭찬이에요?’

‘당연히 칭찬이지. 애들이 건강하고 예쁜걸’

‘예쁘다고요?’

‘응. 네가 웃을 때랑 꽤 닮았어. 그래서 예뻐.’

‘흥.. 귀여운 소리나 하고..’

“저, 조수님!”

“아, 어.. 응 그래.”

“조수님은요~..”

마이니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맥스에게 귀를 빌려달라는 듯 손짓을 했다. 맥스는 무릎을 구부려 귀를 기울였다.

“조수님은요.. 코볼트인데 어떻게 마법사의 조수로 일하시는 거예요~?”

“응? 그게 무슨 소리야?”

“코볼트는요.... 아시잖아요... 바보 같고 멍청한 거..”

마이니와 미니는 서로의 손을 꼭 잡고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재차 질문했다. 맥스는 그 질문 하나로 마르에 가문의 많은 문제들을 어느 정도 이해하기 시작했다.

“얘들아 오늘 처음 본 분한테 그런 질문을 대뜸..!”

“아냐.. 기회가 왔을 때 물어봐야지..”

“그.... 죄송해요.. 동생들이 어려서...”

“그러지 말고.. 너도 얘네보다 그렇게 나이가 많은 것도 아닐 텐데.. 그렇게 어른처럼 책임지려고 하지 마.”

“저... 전 어른인데...”

“여튼 간에..”

맥스는 이니의 어깨를 한번 툭툭 두드려주곤 미니와 마이니의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머릿속을 정리했다.

“... 그 질문엔 대답이 좀 길어질 것 같은데, 나중에 이야기할까?”

맥스는 잉게르와 이야기하고 싶었다. 잉게르의 삶에 대해 더 물어볼걸.. 그럼 이 아이들에게도 좋은 대답을 해줄 수 있을 텐데.

“네... 좋아요..”

“저희가 너무 갑자기 물어봤죠..? 죄송해요..”

“아, 그런 건 아니야..! 그냥.. 내가 말을 길게 해야 할 거 같아서 말이야... 그냥.. 좀 복잡한 게 있어..”

“... 맥스... 조수님? 손님방으로 마저 안내해 드릴까요..?”

“그래.. 그게 좋겠다.”

“아, 저기. 조수님..! 마법사님이랑 얼마나 계실 거예요?”

“글쎄.. 그 녀석이 하는 거에 따라서 며칠 정도...?”

“우와 그 녀석이래! 마법사한테 그런 말 해도 돼요?”

“뭐 어때.”

“신기하다... 여기 계시는 동안에 마법사님이랑 조수로 일하면서 있었던 일들 많이 얘기해주세요!”

“어.. 어 그래.. 가능한 건 다 얘기해 줄게..”


맥스는 잉게르에게 제 상황을 하나하나 다 들려주며 이니, 미니, 마이니의 안내를 따라 겨우 손님방으로 돌아왔다. 첫째 이니의 배려 덕에 아이들과 이야기하는 건 다음으로 미뤄졌다. 아마도 계약상의 이유로 맥스는 혼자 손님방에서 식사를 받았고, 그렇게 하루를 정리했다.

방과 이어진 작은 욕실에서 하루의 고됨을 씻어내고 옷을 잘 개어놓고 부드러운 침대로 들어갔다. 익숙하지 않은 모든 상황 속에서, 잉게르의 목소리가 함께 했다.

‘잉게르. 얼마나 걸릴 거 같아?’

‘글쎄요... 아직은 끝이 안 보여요... 날 밝으면 다른 조수라도 붙여달라고 해야겠어요.’

‘내가 가면 좋을 텐데..’

‘그러게요... 당신이 있으면 진짜 좋을 텐데..’

‘거기서 잘 거야? 춥지는 않고?’

‘괜찮아요.. 지하실이지만 냉난방 전부 다 맘대로 되니까... 덮고 잘 담요도 하나 갖다 줬어요.’

‘응... 가능한 지원을 다 해달라고 부탁해볼게.’

‘...’

‘.. 보고 싶다.’

‘... 잘 자요.’

‘잘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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