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람이가 씻고 난 후 나도 화장실에 들어가서 샤워를 마쳤다. 한수원이 온 모양이었다. 한수원의 첫인상은 실물이 더 입체적이네-였다. "소개가 늦었네. 가람이 룸메 변혜림이에요." 나는 머리를 말리고 아무렇지 않은 척 손을 내밀었다, 바로 거절당했지만. 한수원은 잔뜩 공격성을 내비치고 있었다. 가소로웠다. 넌 나한테 잽도 안 돼. 내가 말을 시작했다. "내
친구라는 건 참 억울하다. 같이 있고 싶어도 언젠가는 헤어져야 하고 수시로 근황이 궁금해도 함부로 물어볼 수 없다. 왜냐면 그럴 사이가 아니니까. 그런 건 애인이나 가족이 되어야 할 수 있는 거다. 나랑 이가람 사이에서 하는 게 아니라. 오후 3시가 지나고 있었다. 가람이를 보내기까지 4시간 정도 남았지만 나는 그 시간도 아까워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가
나는 할 만큼 다 했다: 가람이랑 한 첫 섹스를 끝내고 그 때 한 생각이었다. 그러고 우리는 아무렇지 않은 척 잠이 들었다. 주말 내내 가람이는 돌아오지 않았지만 뭐 상관 없었다. 어차피 나랑 먼저 잤는 걸. 그렇게 스스로 정신승리 하며 속에서 올라오는 질투를 잠재우려고 했던 것 같다. 짝사랑한지 2년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 이가람은 어디서 굴러들어온 건지
이렇게 헤어지는 걸까. 전날 새벽 네 시까지 언니와 다퉜던 나는 결국 그 다음날 당일반차를 쓰고 집에 일찍 귀가하게 된다. '아 몰라. 어떻게든 되겠지.' 낮 시간이라 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이 비추는 텅 빈 방 안이 어색했다. 문득 언니 생각이 났다. '언니는 낮 시간에 뭘 했을까? 혼자 노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언니는 내 자췻방으로 옮겼던 짐을 모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