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2; 언니랑 언니 친구랑 잤대서 개 빡쳐서 나도 같이 잠 (4)
이렇게 헤어지는 걸까. 전날 새벽 네 시까지 언니와 다퉜던 나는 결국 그 다음날 당일반차를 쓰고 집에 일찍 귀가하게 된다.
'아 몰라. 어떻게든 되겠지.'
낮 시간이라 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이 비추는 텅 빈 방 안이 어색했다. 문득 언니 생각이 났다.
'언니는 낮 시간에 뭘 했을까? 혼자 노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언니는 내 자췻방으로 옮겼던 짐을 모두 다 챙겨 기숙사로 돌아갔다. 원래 이 모습이 내 집인데. 왠지 어색하게만 느껴졌다.
'연락 해볼까.'
언니로 빼곡하게 채워진 통화 기록이 어제 저녁 이후로 끊겨 있었다. 무심코 스크롤을 내리는데 잘못 눌러서 내가 전화를 걸어버린 것이다.
뚜루루루루. 뚜루루루루.
바로 끊을까 했지만 왜 연락했냐고 다시 연락이 올 것 같아서 연결음이 끝날 때까지 나는 그냥 기다리고 있었다.
'에이, 뭐하냐...'
그런 스스로가 한심해져 다시 끊으려는 순간,
"여보세요?"
통화가 연결된 것이다.
"아 큭큭. 가람아. 너 여자친구다."
그런데 언니가 아니었다. 이 기분 나쁜 웃음. 변혜림이 확실했다.
"무슨 일이시죠~?"
"언니 바꿔 주세요."
"아아. 그래요?"
언니의 섹스 상대를 목소리로 확인하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이 사람이란 말이지?
"아 근데 되게 재미있는 얘기를 하셨던데."
"네?"
"저는 뭐... 큭큭. 꿀릴 건 없어요. 그치? 가람아."
'뭔 소리야....'
잠자고 내가 듣기만 하자 상대방이 더욱 나불댔다.
'그나저나 언제 바꿔주는 거지? 옆에 있는 건가?'
"저도 많이 여자들이랑 자보기만 했지 셋이서 섹스한 적은 없어서요."
"네?"
"여자친구 분이 원하신다면 뭐, 껴드릴 순 있습니다."
"저기요."
뚫린 입이라고 아무 말이나 떠들어대는 변혜림이었다.
'지금 이 사람 자기가 뭔 말을 하고 있는 건지 알고 있는 것 맞지?'
"지금 무슨 말씀 하시는 거예요?"
"아. 하하하, 저한테 쓰리썸 하자고 제안하신 거 아니에요? 가람이가 그러던데."
"네?"
"읍. 으읍."
통화 너머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설마. 언니가 지금 말을 못하는 상태인 건가?'
"당신 지금 어디야."
"음~ 호텔?"
"지금 가람 언니랑 같이 있어?"
"아마도 그런 것 같네?"
이성이 날뛰는 기분이었다. 나는 당장 눈 앞에 펼쳐진 상황이 뭔지 대응하기에도 바빴다.
"아, 그 쓰리썸 지금 하시려고? 가람이가 좀 힘들 것 같긴 한데. 큭큭."
"당장 호텔 주소 불러."
"성질이 급하시네. 받아적어요-."
'준결동 더나이티스틱 호텔 701호. 천천히 오세요, 급할 거 없으니까.'
택시에서 내린 나는 누구 하나라도 죽일 기세로 카운터를 성큼성큼 비켜 들어갔다.
"예약 하셨습니까?"
"일행 있어요."
엘리베이터를 올라가면서 생각했다.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 되나? 어차피 언니는 다른 여자랑 잔 거고 이제 헤어지는 거 아닌가? 답이 없었다. 그렇지만 내가 화난다는 건 분명했다. 언니에게서 이 모든 진실을 똑똑히 듣기 위해, 앞으로 우리가 끝나더라도 확실하게 끝장내기 위해, 나는 이 호랑이 굴로 내 선택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띵동-.
심호흡을 하고 벨을 눌렀다. 달칵 소리가 나고 문이 열렸는데,
"수원아."
예상치 못한 언니의 등장이었다.
"와줘서 고마워."
와락 안기는 언니였다. 영문도 모른 채 언니에게 안긴 나는 복도의 CCTV가 신경쓰였다.
"언니... 들어가자 일단."
"응."
호텔 방은 꽤 넓었다. 누구 돈으로 예약했는지는 몰라도 4인실은 되는 것 같았다. 방 안쪽에서 가운을 입고 머리에 수건을 둘러쓴 여자가 나왔다.
"어서 와요. 딱 맞춰 왔네?"
"이상한 거 하러 온 게 아니라 둘이 나 몰래 뭔 짓 한 건지 제대로 들으러 왔으니까. 오해하지 마."
나를 붙잡던 언니의 손을 떼내며 말했다.
"앉아요. 여기 침대도 많은데."
방 안에는 퀸 사이즈 침대 두 개가 흐트러져 있었다. 나는 잠시 고민하다 이불이 덜 젖혀진 쪽에 걸터 앉았다.
"소개가 늦었네. 가람이 룸메 변혜림이에요."
"알아요."
혜림이 내민 손을 무시하며 대답했다.
"하긴 뭐. 나도 인스타에서 보긴 봤다. 한수원 씨."
언니가 맞은 편에 앉은 나와 변혜림 사이 어디에 앉을지 안절부절 못하다가 창가의 의자를 들고 와 침대들 가운데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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