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성녀, 입학 (2)
1차 GL 자캐 CP 리엔세라 : 연재
“다들 모이셨군요. 그럼 정기 회의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힐렌다 수녀의 말을 시작으로 착석한 모든 수녀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이들은 모두 세라엘의 발데마인 입학을 앞두고 그에 대한 회의를 시작한 참이었다. 사실 힐렌다를 포함해 몇몇 수녀들은 성녀의 입학을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회의를 한 끝에, 로나르힘의 이미지에 긍정적이고 친숙한 변화를 주는 것도 좋겠다 싶어 결국 허락하는 것으로 결정이 났었다. 힐렌다는 모인 이들을 한번 스윽 훑어보고는 입을 열었다.
“성녀님께 수행 수녀는 없을 것입니다.”
“…?!”
모두가 술렁였다. 성녀에게 수행원이 붙지 않는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녀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으며 시중을 들 사람이 없다는 것은 성녀의 이미지 관리에도 치명적이었다. 너무 자유분방하기도 했다.
파격적인 결정에 모두가 웅성거리고 있을 때 소냐가 조심스레 한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이목이 그쪽으로 쏠리며 곧 조용해졌다. 힐렌다가 허락하듯 고개를 살짝 끄덕이자 소냐가 조심스레 발언을 시작했다.
“저어… 그럼, 저는 발데마인에 성녀님과 같이 가지 않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이유를 여쭤도 될까요?”
수행 수녀는 단순히 시중을 드는 노릇만 하는 존재가 아니었다. 발데마인을 졸업하고 수녀회로 입적한 여성 중 극히 일부가 선발을 거쳐 수행 수녀가 된다. 수행 수녀는 예외적으로 신전 내에서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존재였다. 바로 성녀를 보호하기 위해.
“성녀님께 제가 감히 조건을 걸었습니다.”
“네…?”
“신전 수녀회에 남아 저희에게 가르침을 받을지, 아니면 홀로 발데마인에 가서 배움을 청할지. 성녀님께서는 겁도 없으신지, 홀로 학교에 가는 것을 택하셨더군요.”
힐렌다는 당연히 세라엘이 신전에 남을 것으로 생각했다. 혈혈단신으로 속세에 들어가봤자 사생아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닐 것이고, 신전에서는 성녀로서 군림할 수 있으니 그녀가 원하는 바를 얻기가 더 쉬울 테다. 그렇게 생각했었다. 오산이었다.
이미 내뱉은 말을 도로 물릴 수도 없는 법. 힐렌다가 세라엘의 발데마인행을 허락한 이유는 바로 그것이었다. 소냐가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신전 내에서 힐렌다 수녀의 말은 절대적이다. 그녀가 저렇게 말한 이상, 세라엘은 앞으로 혼자서 모든 것을 헤쳐나가야 하게 되리라.
“...이견이 없으면 그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회의는 짧게, 여기서 마치도록 하지요.”
말을 마친 힐렌다는 옷매무새를 정돈하고는 헛기침을 몇 번 하더니, 곧 회의실 문을 열고 나갔다. 힐렌다가 떠난 자리에 남은 수녀들이 제각기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힐렌다님, 역시 성녀님을 싫어하시는 것이 분명해. 예끼! 이 사람아. 그런 말을 함부로 하면 어떡하나. 아니 왜, 힐렌다님께서는 본래 ......출신의 대역 성녀…
소냐는 그런 그들을 애잔한 눈빛으로 쳐다보다 저도 의자를 끌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세라엘님은 당신 혼자서 발데마인에 가게 되리란 것을 알고 계셨으면서 아무런 말도 제게 하지 않으셨다. ...조금 서운했다.
*
“리엔시에는 지금쯤 뭘 하고 있을까?”
요즘은 새 전령들의 소식이 무감하다. 예전에는 귀찮다 못해 짜증날 정도로 저들 혼자서 소식을 물고 와 떠들어 댔었는데, 웬일인지 요새 보이지 않았다. 세라엘은 제 방 침대 위에 대자로 뻗어 누워서 팔다리를 허우적댔다.
“학교에 가면 나도 기숙사에서 생활하게 되려나? ...리엔시에랑 같은 기숙사였으면 좋겠다.”
기숙사 생활이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 비루한 성녀의 방구석보다는 낫지 않을까? 아무렴, 황립 마법학교인데다 귀족들이 생활하는 곳인데. 세라엘은 비단 천과 온갖 레이스, 그리고 화려한 보석으로 장식된 방을 상상하며 혼자 꿈에 부풀었다.
톡톡.
그때, 무언가 작고 가벼운 것으로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세라엘은 반사적으로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창가에 새 전령이 한 마리 와 있었다.
“──!! 왔구나! 리엔시에는?!”
전령을 보자마자 리엔시에의 안부부터 묻는다. 창문을 조심스럽게 살짝 열자, 그 틈으로 새 전령이 쫑쫑거리며 들어왔다.
- 친구들이랑 놀고 있어.
“친구…? 아, 전에 그…”
붉은 머리의 미인과 적금발이 인상적이던 황손녀. 그들을 말하는 것이겠지. 세라엘은 미묘한 기분에 사로잡혀 한동안 말을 잃었다. 그 사이 새 전령은 부리로 제 깃털을 열심히 단장했다. 그러더니 대뜸 한 마디를 던졌다.
- ‘공작가의 후계자는 마흔아홉 번째 성녀를 사랑한대요~’
“…?”
- 학교에서 유행하는 노래. 성녀님, 벌써 소문 다 났어. 혼혈 영애가 성녀님을 아주, 아주 좋아한다는 걸.
“아...”
그럼 그렇지. 리엔시에는 나를 더 좋아한다구. 괜히 베레니체와 코니엘에게 질투하며 가라앉았던 마음이 다시 붕 떴다. 모두가 아는 사실이니까 아무도 리엔시에를 쓸데없는 구설수로 건드리지 않겠지? 리엔시에는 나만의 특별한 보석이니까.
그러나 세라엘의 생각과는 달리 또 다른 복병이 학교에 존재했었다. 바로 리엔시에의 남동생, 레니발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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